어제 서울북부지법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임모씨 등 4명이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연한 것이고 예상됐던 바지만 37년 만에 내려진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에 대한 첫 재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하겠다. 사법부는 이미 긴급조치 1호와 4호의 위헌 결정에 이어 지난 8월2일 이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임으로써 9호도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터였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무죄 선고와 함께 과거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긴급조치 9호가 어떤 것인가. 1975년 5월 발령된 이 조치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했다. 이 조치를 위반..
새누리당이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안창호 서울고검장을 추천했다.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지낸 안 고검장은 이른바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박한철 재판관이 있다. 안 고검장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하면 재판관 아홉 자리 가운데 두 자리를 공안검사들이 채우게 된다. 검사 출신 재판관이 2명 포함되는 것은 2007년 주선회 재판관 퇴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헌재는 헌법의 최종해석권을 가진 기관이다. 국가가 법률이나 공권력 행사를 통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헌법 위반을 선언함으로써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온라인선거운동 규제 한정위헌 결정 등은 헌재의 권능을 보여준 사례다. 헌법재판관을 인선할 때도 기본권 수호에 대한 신념이 최우..
홍사덕 새누리당 전 의원이 엊그제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신은 수출 100억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신 정권의 홍보 논리를 연상케 하는 듯한 발언이다. 홍 전 의원은 “유신을 얘기할 때 안 좋은 부분만 얘기하고 좋은 부분은 빼는데 참 비열한 짓”이라며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대표적 친박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사로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그의 ‘유신’ 발언은 보수,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위험천만하기 이를 데 없다. 유신 긍정론자들 사이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한 1인 독재의 효율적 통치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극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유신은 민주적 제도와 장치들을 송두리째 말살시킨 폭압 그 자체였..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올바른 정책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시대적 요구는 국내외의 환경과 여건, 미래 비전까지 포괄한다. 한반도의 시대적 요구는 평화경제협력정책이다. 남측은 평화협력을 통한 경제도약이 필요하고, 북측은 경제협력을 통한 체제안정이 요구된다. 평화와 경제의 안정적인 선순환관계가 형성된다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그리 머지 않을 것이다. 평화경제협력정책의 목표는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기본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1972년에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은 형식적으로는 국가관계의 조약으로 돼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내독관계의 협정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한 이중성격의 인정은 갈등방지라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져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대법관에서 물러난 지 48일 만이다. 역대 대법관 중 퇴임하자마자 정당의 대선캠프로 간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은 안 전 대법관은 “선거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직접적인 정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스스로 위안해본다”고 말했다. 본인에겐 위안일지 몰라도 국민들에겐 어이없는 해명이다. 대선캠프 참여가 ‘직접적 정치’가 아니라면, 그가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법관은 법치와 정의 수호의 상징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의 최종 조정·심판자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이 이들의 손에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대법관 4인 교체기를 맞아 대법관의 자격과 대법원 구성의..
김준석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내 농구대회 결승전. “북산고에는 불안 요소 세 가지가 있다.” 라이벌 북산고에 비해 경기력도 뒤지고, 경기 흐름까지 빼앗긴 능남고 감독은 이 말을 내뱉으며 비밀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서 문득 만화 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최근 가장 뜨거운 정가 뉴스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도, 민주당 경선도 아닌 ‘안철수 룸살롱’ 진위 논란이었다. 해당 뉴스는 포털의 검색어 조작논란을 거쳐, 경찰의 안철수 여자관계 사찰로 진화하고 있다. 여도 야도 안철수 교수의 최대 약점인 양 ‘안철수 룸살롱’ 이슈화에 골몰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100여일 앞둔 이때, 과연 야권 유력주자의 불안요소가 ‘룸살롱 출입’ 진실게임일까? 필자는 이보다 더 중요한 대권..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 파행 사태가 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불참을 주도한 김두관·손학규 두 후보가 문제 지역에 대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재검표 등 정상화 노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어제로 예정된 충북지역 TV 토론회는 후보들 간 합의로 취소했으나 경선은 다시 제 궤도로 들어섰다. 각 후보 진영의 곤두선 신경을 감안할 때 또 무슨 일이 생겨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파국 직전의 위기를 하루 만에 해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선 정상화를 위한 당 선관위의 발표문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선관위는 모바일 투표를 하다 중간에 끊은 ‘미투표’를 검표한 결과 통계적 오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투표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
검찰이 4·11 총선 과정에서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친노무현 성향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전 대표 양경숙씨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양씨는 이모씨 등 3명에게 민주통합당 공천을 약속하고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 등으로부터 양씨가 민주당 핵심 실세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천을 약속해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돈 공천 추문에 휘말리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돈 공천은 전형적인 매관매직이자 최악의 정치범죄이다. 관련자는 소속 정당과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철저히 엄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단 누구에게든 똑같은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 양씨 사건 수사는 어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