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점석 | 비교문학자 기원전 400년을 전후로 소크라테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자신의 작품 에서 소크라테스를 궤변론자로 몰며 그의 학당에 불을 질러 해악의 싹을 잘라내고자 했다. 소피스트들의 언어유희와는 다른 보편성에 근거한 철학을 바탕으로 절대 진리를 추구하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독배를 들었다는 소크라테스의 일반적 이미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박제된 일방적 역사가 아닌, 사람의 숨결과 체취가 묻어나는 시대를 문학으로 읽는 까닭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논쟁에 이겨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변론술을 연마하는 학당에 불을 지른 한 필부의 기구한 사연은 이렇다. 시골 출신이라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정략적으로 결혼한 귀족가..
이도흠 | 한양대 교수·민교협 공동상임의장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이 한창이다. 여기서 승리한 자나 안철수 교수가 야권 후보로 박근혜 후보와 대결하는 판으로 거의 정해진 듯하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된다면 누가 되든,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1700만 노동자와 농민, 900만명의 비정규직, 720만명의 자영업자의 의사는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절반의 국민 의사를 수렴하지 못하는 대선은 정당성을 상실하며 선거를 통한 사회 통합 기능마저 수행하지 못한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불안 속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을 받으며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57.6%가 100만원도 벌지 못한 채 빚만 키우고 있고, 이도 여의치 않아 다단계판매로 나선 415만명 가운데 4..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치판이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열린 예산 당정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한 뒤 “그래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대선 후보가 출마 선언 때 한 얘기를 두고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은 상식 이하”라고 공박했다.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여당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믿기 어렵다. 두 사람의 엇박자는 박근혜 후보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김 위원장은 대선 공약을 성안하는 정책총괄자이고, 이 원내대표는 각종 공약을 입법으로 실천해야 하는 원내사령탑이다. 국민들은 같은 ..
이른바 ‘내곡동 특검법’이 엊그제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대 국회 개원의 조건으로 특검 도입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내 일부 ‘친이 인사’가 발목을 잡는 바람에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사위는 전례 없는 표결까지 거쳐야 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공간으로 물색했던 서울 내곡동의 사저 부지를 불법 매입한 의혹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진위는 수사 결과 드러나겠지만 현직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이 서글프다. 내곡동 특검은 그 자체로 역사에 남을 일이다. 현역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가 아닌 경우 형사 소추의 대상이 아니지만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대통령이 가족들을 조사하는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윤여준 |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대선 후보들의 관심사와 발언에서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안보, 외교 현안 특히 대북 문제와 통일에 대한 진지한 고뇌나 심도있는 견해와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국내 문제에 함몰되어 있는 느낌이다. 정치를 공적 문제에 관한 집단결정과정이라고 한다면 그 과정을 주도·관리하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에서는 개별 현안보다 리더십의 전반적인 성격과 방향을 중시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할 수도 있다한때 “한국정치는 국제정치”라는 말이 있었다. 첨예한 냉전의 국제정치질서하에서 분단된 약소국 대한민국의 정치가 미국의 강력한 자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당시 상황을 지적한 말이었다. 이제 국제적 차원의 냉전은 해체되었고, ..
새누리당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하우스 푸어(은행 대출로 집을 산 뒤 집값이 하락해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기를 맞고 있는 중산층) 해법을 찾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나 은행이 하우스 푸어가 갖고 있는 집을 사들인 뒤 원래 주인에게 월세로 빌려주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주인은 나중에 돈이 생기면 집을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는 2010년 기준으로 156만가구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취지는 이해가 된다. 여권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악성 매물을 사주면 거래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에 군불을 지펴 경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은 새누리당 아이디어와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신탁회사를 만들어..
민주통합당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은 ‘안철수 현상’에 떠밀려 ‘2부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고, 당 지도부는 속수무책인 양 후보들의 ‘개인기’만 쳐다보고 있다. 당 지도부의 역량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마음 둘 곳이 없다보니 당권파니 비주류니 하는 편가르기가 노골화하고, 출신과 성향 등에 따른 끼리끼리 모임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으로 연말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 당내 최대 관심사는 후보 경선이 아닌 것 같다. 경선에 쏠릴 국민들의 시선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잠잠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론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론에서 제3지대 통합정당론까지 단일화 아이디어가 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 사회가 전쟁 책임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을 두고 100년 넘게 갈등했다고. 그런 중에 놀라운 건(?) 노예해방가로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링컨 대통령의 동상이 미국의 남부 지역을 통틀어 처음 만들어진 것이 2003년이라는 것이다. 리치먼드에 있는 그것은 워싱턴에 있는 것과 달리 그 크기도 실물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링컨에 대한 미국 남부의 평가는 그 동상의 크기만큼이나 인색한 편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대비할 일은 아니지만, 한국은 전쟁이 발발한 지 ‘겨우 60년’을 갓 지났으니, 앞으로 적어도 40년은 더 싸워야 할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미국의 경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