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조현철 기자 woody@kyunghyang.com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48)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당 내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당 서울시장 후보로 그를 견줘보는 눈이 많아진 배경이다. 대중성은 야당에서도 인정받지만, 표의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에는 물음표를 다는 시선이 있다. 홍준표 대표(57)가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된다”고 나 최고위원을 견제하면서 직접 논쟁을 증폭시켰다. 나 최고위원의 대중적 인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지난 7·4전당대회 때 자신을 박근혜 전 대표(59)에 이은 ‘제2의 선거의 여왕’이라고 칭했다. 유세현장에서 사진촬영 요청이 줄잇다보니 100m를 전진하는 데 몇 분이 걸렸다..
이이화|역사학자 history13@hanmail.net 요즈음 이승만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어느 특정세력들이 이승만의 동상을 광화문 네거리에 세우자는 주장을 펴기도 하고 기념관을 짓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광복 66주년을 맞이해서는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방영할 계획이라 한다. 필자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승만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여겼다. 우리의 광복절은 말할 나위도 없이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식민지로 전락한 지 35년 만에 나라의 주권을 찾았고 뒤이어 분단구조에서나마 정부를 수립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날을 맞이할 때마다 과거 우리 민족의 질곡과 고통을 반성하고 통일의지를 다지고 ..
천정배 민주당 국회의원 오늘은 10년 전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후보로 공개지지한 날이다. 국회의원으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했다. 다들 노무현후보에 대해 냉소적이었지만 그가 고집스럽게 지켜 온 개혁의 원칙과 의지를 믿었다. 이것이 가장 강력한 후보를 만드는 힘이 되고 결국 국민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외로웠지만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 후 노무현후보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승리는 원칙과 정의의 승리였다. 대통령은 신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시민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감동과 열정으로 보여줬다. 10년이 흘렀다. 개혁진보세력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 10년 전과 똑같은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어떻게 노무현대통령..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진보는 대안이 없다. 흔히 하는 말이다. 기실 그 말이 떠도는 데는 나의 책임도 있다. 2005년 진보적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며 뜻을 모을 때 무람없이 내세운 명분이 바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진보세력의 대안이 완비되었다고 감히 선언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다만 지금도 진보는 대안이 없다고 꾸짖는 윤똑똑이들에게는 명토박아두고 싶다. 대안이 없다는 말, 이제 그 말은 게으름의 고백이다. 대안이 없다며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진보’적 교수나 ‘진보’적 언론인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대안이 없다고 진보세력을 나무라는 사회과학자는 정말이지 겸손하게 자기 발밑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안을 만들어야 할 당사자가 대안을 만들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꼴 ..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오랜만에 ‘재벌개혁’ 구호가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재벌개혁이 당연시되던 외환위기 직후도 아니고 재벌개혁을 사회개혁의 주요 부분으로 내걸며 집권했던 참여정부 시절 얘기가 아니다. ‘대기업 친화적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했던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차에 나온 것이다. 그것도 야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진원지라는 점에서 놀랍다. 정두언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6월26일 ‘대기업은 다시 재벌이 되어 버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재벌개혁 없는 선진화는 불가능하다”며 “재벌개혁은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7월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움..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권영길의 눈물. 민주노동당의 ‘상징’인 그가 기자간담회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권영길이 회견문을 읽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한 순간은 앞으로 건설될 통합 진보정당에서 어떤 당직과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사실상 2012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대목이 아니었다. 서울 “삼선교 쪽방의 국민승리21 시절부터, 2004년 총선승리의 영광, 분당의 상처까지 모든 고난과 영광의 세월동안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은 권영길의 영혼”이었다고 회고할 때였다. 왜 권영길은 그 대목에서 눈시울 적셨을까.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걸어온 그 길이 가시밭이었고 외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기실 한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기자 출신의 정치인 권영길은 물론, 진보정당의 정치 활동이나 정책을 보도하는 데 내내 인색했다. 흔히..
장덕진|서울대 교수·사회학 중위투표론이란 게 있다. 두 가지 가정을 필요로 한다. 어떤 기준에 따라 유권자들을 한 줄로 세울 수 있을 것. 그렇게 한 줄로 세운 유권자들의 분포가 단봉분포를 이룰 것. 말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단봉분포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한 군데밖에 없다는 뜻이다. 마을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장터가 하나밖에 없다면, 물건을 팔려면 장터에 가서 파는 게 맞다. 중위투표론이 정치권으로 건너가면 전투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중원싸움이란 말로 변한다. 선거란 결국 가장 많은 유권자의 표를 가져오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으니 선거가 가까워지면 각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장터인 중원으로 모인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재·보선 이후 민주당은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원싸움을 ..
정태인/새사연 원장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이끌어온 권영길 의원이 눈물을 흘렸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향후 건설될 통합 진보정당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선언까지 덧붙여 의지의 견고함을 확인했다. 가히 결자해지이자 요즘 말로 ‘대인’의 풍모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민주노동당 탈당을 합리화한 건 뻔한 ‘진보의 미래’를 내팽개치고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사적 이익에 ‘진보의 산증인’이 타협했다는 혐의였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이나 노회찬이 진보정당의 후보로 나섰다면, 과연 3%의 득표에 머무르고 그예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을까? 물론 일어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부질없는 가정은 허망할 수밖에 없지만 필자의 행동을 결정하기엔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권영길 의원의 눈물과 함께 조승수 의원의 사과는 민주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