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 새사연 이사장 방귀가 잦으면? 어떻게 될까? 속담 맞추기 놀이판을 펼치자는 뜻이 아니다. 나름 품격을 갖추려는 성의다. 글 들머리부터 구린내를 폴폴 풍기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금이 과연 예의를 차릴 때인지 하릴없이 회의가 든다. 대한민국 보수를 보라. 역한 구린내가 진동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저들이 보수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보기가 있다. 무릇 보수 또는 우파의 가치는 제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있다. 세계사에 나타난 보수들은 예외 없이 제 민족의 우수성을 부르대며 권력을 누렸다. ‘위대한 프랑스’를 내건 드골이 대표적 보기다. 바로 그렇기에 보수의 가치는 국가보다 사회를, 민족보다 계급을 성찰하는 진보의 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도무..
김상조|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sjkim4059@hansung.ac.kr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레임덕 현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현 시점에 벌써 그 절름발이 오리가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는 듯하다. 정치학에 문외한인 필자가 무슨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하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과거 정권 때도 봤던 현상, 특히 정책결정자들의 행동 유인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는 느낌이다. 한편으로, 다음 정권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따라서 책임 문제가 따르는 정책 결정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는 복지부동의 묘기를 선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다음 정권에서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현 정권에서 성과를 ..
박홍규 | 영남대 교수·법학 hkpark@ynu.ac.kr 누가 누구를 만났다는 것이 톱뉴스가 되고 있지만 나에게는 달나라 얘기 같다. 내 민족이거나 내 나라 사람들 같지도, 내 친구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니 내 나라 사람 대부분이 내 친구 같지도 않다. 톱뉴스에 나오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의 인기가 그렇게도 높다는 것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 사이에 파당이 없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이 파당이다. 민생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 민이 누구인지도 의심스럽다. 특히 나로서는 그들이 말하는 공정이란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가령 노사분쟁에 정부가 공정 중립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꼭 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다. 노사 모두 같은 국민이니 정부가 그 어느 편이어서는 ..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간단하다. 평생을 진보운동에 바친 진보연대 정광훈 대표가 즐겨 쓴 말이다. 권력이 전교조를 ‘빨갱이’로 살천스레 몰아세울 때다. 전교조가 빨간 수박을 먹고 씨를 뱉으면 ‘참교육’이 열린다고 응수했다. 민중의 삶이 어려운 까닭도 간단했다. 전기가 양에서 음으로 흐르듯이, 권력이 민중에서 나와 정치로 흘러야 하는 데 그게 고장이 났다고 풀이했다. 아스팔트 농사에 열정을 쏟은 ‘우리 시대의 농민’ 정광훈은 진보정당 선거운동 자리에서 삶을 마쳤다. 투사다운 최후다. 정광훈은 해남 동향인 ‘전사 시인’ 김남주와 오월의 투사들이 묻힌 빛고을 땅에 몸을 섞었다. 여느 윤똑똑이 먹물보다 간명하게 현실을 꿰뚫었던 ‘늙은 투사’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감히 진보대통합이라고 판단한다. 미더운 농민..
1990년 신문사에 입사했다. 몇 달 후 동기들과 월급 이야기를 하다 내 급여가 조금 적다는 걸 알게 됐다. 불쾌했다. 담당부서에 물어봤더니, 병역을 필한 사람에 대해 호봉을 가산해 준다고 했다. 마음이 바뀌었다. 2년 먼저 회사에 들어왔으니 ‘합리적 차별’이라 생각했다. 1999년 헌법재판소 취재를 담당할 때다. 군 가산점을 규정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8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가산점 제도는 제대군인의 취업기회를 특혜적으로 보장하고, 그만큼 제대군인이 아닌 사람의 취업기회를 잠식하는 제도”라고 판단했다. “공직수행능력과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는 성별 등을 기준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의 사회진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정책수단으로서의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도 ..
서해성|작가 공자는 틀렸다. 제자의 물음에 탈상은 삼년이면 족하다고 했거늘, 오늘 대중들은 비 퍼붓는 광장에서 그를 부르고 있다. 아직 그를 다 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학농민군은 탈상하는데 1백 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공식적인 사과를 통해 이들의 신원을 회복시켜준 건 노무현 정권 때다. 제주 4·3사건은 탈상할 뻔했다가 현 정권 들어 재를 뿌리는 바람에 제상이 넘어지기 직전이다. 앞으로도 한동안 귀신들은 화약연기를 뒤집어쓴 채 한라산 중허리를 감돌아야 할 판이다. 광주항쟁은 숫제 재장례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지속적 항쟁과정을 통해 민주사회의 ‘애국가’가 된 ‘산 자여, 따르라’는 노래마저 빼앗는 ‘관제화’ 강요와 3년 내리 대통령이 불참하는 등 국경일답지 않은 대우, 유네스코 문화유..
정해구 |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1961년 5·16 군사쿠데타 50주년을 맞아 다수의 보수 매체들은 박정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대체로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별반 새로운 근거가 제시되고 있지 않다. 과거와 같이 경제성장과 자주국방의 공 정도가 제시될 뿐이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물론 그것조차 별반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여론조사 정도가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를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번 여론조사에서 좀 더 유심히 보았던 것은 박정희에 이어 노무현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박정희 대통령을 바로 뒤따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영택 전 일간지 기자 31년 전, 계엄군으로 투입된 공수부대가 아무 죄도 없는 광주시민들을 살육했던 일을 두고 ‘북괴(북한)의 특수부대와 그 사주를 받은 불순세력이 저지른 폭동’이라는 주장이 지금도 제기되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2011년 5월 12일자). 광주에서 그 때의 항쟁기록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기록으로 등재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어느 조직에서 ‘광주사태는 북괴(북한)의 특수부대요원들이 침투하여 자행한 소요’일 뿐 공수부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그들의 만행이라는 기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입니다. ‘광주사태’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던 필자는 당시의 몇 가지 상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