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사회부장 어제 서울중앙지검이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담당 부장검사인 첨단범죄수사2부장이 6층 브리핑실에서 파워포인트 자료를 곁들여 설명했다. 사진·방송카메라 촬영도 허용했다.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는 ‘용어 설명’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완벽한 ‘미장센’(무대장치·조명 등에 관한 총체적 계획)에 비해 결론은 시원치 않았다. 검찰은 “북한에 의한 새로운 사이버 테러”라고 하면서도, 구체적 근거에 대해선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이라 밝히기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저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와 관련, 대주주 등 21명을 기소했다. 중수부는 세 가지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다양한 그래픽을 담은 21쪽짜리 설명자료에 3쪽짜리 ‘피고인별 공소사실 요지’..
김민아 사회부장 1. 올해 1월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홍대 문헌관 일부 공간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총학생회는 성명을 냈다. “학생의 환경을 지켜주셨던 노동자분들이 아닌 외부세력의 학내 점거나 농성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며, 학생들의 편의나 학습에 지장을 주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2. 이달 초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3개 대학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모두 4만3000여명의 학생이 지지 서명에 참여했다. #3. 지난 25일 경희대는 올해 등록금 인상분 3% 중 2%를 학생들에게..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오늘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1일 “엄 전 사장이 2일 한나라당 강원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일방적 임원 선임에 반발하며 사표를 냈다. 당시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문진이 방송의 독립성, 자율성을 부정하고 특정인을 (제작·보도본부장에) 앉히겠다고 고집한 것은 방송 섭정을 넘어 방송에 대한 직접 경영이나 다름없다. 방문진 이사장이 관행을 무시하고 MBC 이사진 선임에 개입해 누구를 앉혀야겠다고 고집하면 당연히 정치적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사장직에서 물러나던 날엔 MBC 노조원..
김민아 사회부장 지난 21일 밤, 모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누군가 물었다.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때문에 바빴을 텐데, 표정이 밝은 이유가 뭐냐고. “며칠 동안 엠바고(보도시점 유예)가 걸려 있던 작전이 무사히 끝나서”라고 답했다. 홀가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TV에 나와 “제가 어제 오후 5시12분 국방부 장관에게 구출작전을 명령했다”고 한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아주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나 역시 ‘면제’인 처지라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 틀고 있을 콤플렉스가 짐작이 돼서다. ‘막타워(11m 높이 모형탑)’ 한 번 안 타본 주제에 남자들 앞에서 ‘대포병 레이더’나 ‘K-9 자주포’를 읊을 때면 사실 얼마나 오금이 저렸던가. 주말인 22일 밤, TV를 켰다. 예상치 못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복부에..
이 글은 2008년 4월 30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주최 토론회(“노동자 정치세력화, 버릴 것과 살릴 것”)에서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음을 밝혀둡니다. 왜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를 말하나 민주주의가 가져온 사회적 성취는 왜 나라마다 다른가. 누군가 필자에게 묻는다면, 크게 보아 그러한 차이는 조직노동에 바탕을 둔 진보정당의 존재 내지 그 영향력과 매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대체로 조직노동과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클수록 투표율이 높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정도는 작다. 빈곤율도 낮으며, 소비사회로 경도되는 정도도 덜하다. 사회가 성장과 경쟁의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내몰리는 정도가 작고, 폭력의 정도나 범죄율이 낮다. 경험적 근거로 뒷받침하기는 어려운 일이긴 하나,..
나진진(배두나)과 하동아(이천희)는 요새 유행어로 ‘잉여’(취업난을 겪는 젊은 세대가 자조적으로 자신을 일컫는 말)다.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끈도 짧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너무 젊다는 거다. 사는 게 버거운 이들에겐 젊음도 짐일 뿐이다. 그래서 둘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댄다. 자신과 꼭 닮은 상대방을 물어뜯음으로써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3류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노래하게 된 진진이 동아에게 묻는다. “넌 꿈이 뭐냐?”(진진) “너, 헛바람 들었구나. 송충이는 솔잎 먹고 살아야 돼.”(동아) “송충이도 태어난 이유는 있을 거 아니야.”(진진) “우리에겐 그런 거 없어. 그냥 사는 거야….”(동아) MBC 드라마 는 서글프다. 변두리 나이트클럽과 그 앞 포장마차를 무대로 살아..
요즘 여자 아이돌 스타들에게 최대의 적은 ‘생얼(맨얼굴)’ 공개일 것이다. 생얼이 화장한 얼굴 못지않게 예쁘면 인기에 도움이 되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다. 어쩌다 화장한 모습과 상당히 다른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 ‘OOO의 굴욕’이 된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그녀들의 맨얼굴이 궁금하지 않다.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하면 그만이지, 꿀피부인지 여드름투성이인지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심각한 건 생얼 공개 열풍이 TV 밖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맹활약 중인 지소연·이현영 선수를 ‘익사이팅 듀오(활기찬 2인조)’라 부른다는데, 이명박 정권에도 익사이팅 듀오가 나타나 권력의 생얼을 거침없이 내보이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다(..
지난해 이맘때다. 미국에서 히스패닉계 최초이자 여성으로선 세번째인 연방대법관이 탄생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다.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선 네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 탄생하려 하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첫 여성 학장을 지낸 엘리나 케이건이다. 그가 인준되면 대법관 9명 중 여성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난다. 한국 대법원에도 여성 대법관이 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김영란·전수안 대법관 등 2명이다. 이 중 김 대법관이 8월24일 퇴임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말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어제까지 후임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받았다. 제청자문위는 오는 19일쯤 회의를 열어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해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대법원장은 이들 중 1명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