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완|세계로 신문 대표 한나라당과 여권 전체가 연일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한나라당의 헌법이랄 수 있는 정강에서 보수를 빼자는 발언 때문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위원이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스스로를 ‘나는 보수다’라고 찍고 가는 정당은 오늘날 변화하는 세계에서 존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전여옥 의원은 같은 날 트위터에 “아예 한나라당 철거반장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시지”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 등도 비판에 가세했으며 자유총연맹은 반대 성명서를 냈다. 김 위원의 발언이 과연 한나라당의 핵심 가치인 보수 색깔 지우기인지, 단지 보수라는 단어를 지우자는 것인지가 쟁점인 것 같다. 나에게는 한나라당의 가치, 보수의 가치를 내던지자는 것이 아니라 보수라는 단어를 던져버리자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나라당의 ‘돈봉투 전대’ 의혹 한가운데에 섰다. 문제를 제기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그제 검찰에 출두해 박 의장을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펄쩍 뛰었으나 야당은 물론이고 친정 격인 한나라당조차 사실상 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돈봉투 전대’ 사건이 결국 입법부 권위의 상징인 국회의장 연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참담한 노릇이다. 고 의원의 검찰 진술은 실제상황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처럼 구체적이다. 고 의원은 2008년 7월 전당대회 2~3일 전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진술했다. ‘봉투 안에는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원이 들어있었다’거..
[여적]바지 입은 여성 대법관 1993년 11월 황산성 환경처 장관은 국회 답변 도중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당시 황 장관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메모지를 꺼내려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여자가, 바지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까지 넣고, 건방지게” 행동했다고 질타했다. 한 달 뒤 그는 장관직에서 경질됐다.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에 배석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이 TV로 중계돼 입길에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 여판사 출신 장관이 맘에 들지 않던 검찰 간부들은 “짧은 치마 차림에 보기 민망하게…”라는 반응을 보였다. 후폭풍은 며칠 후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장관이 다리 꼬고 앉아 있는..
[문화와 세상]2012년 ‘무당파’에게 반이정 미술평론가 본래 쟁여둔 칼럼은 겉으론 평등한 삶을 외치면서 실제 삶에선 꼰대 행세하는 두 얼굴 가진 진보인사와 대면한 경험과 위급한 내게 도움을 준 후 홀연히 자리를 떠난 구원자 중 보수정당 지지자도 있을 수 있다는 추정으로부터, 모종의 결론을 유추하려 했다. 개인의 성정과 정치적 소신의 스펙트럼은 다채롭지만, 선거제도와 제도 정당은 이 다양한 색채를 단 두개의 색(여야 혹은 좌우)으로 수렴해버려서 개인의 인성이 도매금 처리될 수 있다는, 따라서 정치 소신에 무관하게 개인의 됨됨이를 주목하며 살겠노라는, 참으로 식상한 결론으로 치닫기 일보 직전의 글이었다. 한데! 그 무색무취한 결말은 실질적 저항과 만나며 좌고우면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올해가 정권교체까지 ..
[경향논단]시간은 변화를 강제한다 류근일|언론인 김정은과 그 옹위 세력에겐 세습체제와 권력블록의 계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구체제의 변화보다는 그 신성불가침론에 집착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계속성의 정치’뿐 아니라 ‘변화의 정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은 알고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겨야 할 것은 역사는 변화 그 자체라는 점이다. 북이 초기에 받들었던 마르크스 이론부터가 변혁의 이론이다. 북이 아직도 좋아할 마오쩌둥도 사회주의 사회에도 변혁을 불러올 모순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북도 이젠 변화를 필요로 한다. 내부 모순이 크기 때문이다. 변해야 할 현실과 변하지 않으려는 권력 사이의 모순이랄까. 김정은과 그 옹위 세력이..
서울대 이준구 교수가 보수언론의 박원순 검증기사의 치사함을 꼬집는 글을 올리셨네요. 이 교수는 "시민운동가는 큰 평수의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를 밝혀달라"고 되묻고 있습니다. 이 교수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만큼 그도 철저한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한 점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보수언론이 만들어내는 관련 기사를 보면 조금 치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네티즌들이 그런 말을 한다는 식으로 발뺌을 하면서 교묘하게 흠집을 내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박 변호사가 사는 아파트가 호화 아파트라는 지적은 터무니없기 짝이 없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 정도의 아파트에 살 수 없다는 논리는 어디에 근거를 ..
장덕진|서울대 교수·사회학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특이하게도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그 최종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선거가 되고 있다.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선거의 속성상 결과를 예단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 선거의 예측 가능성은 적어도 2008년 총선 때만큼은 높다고 생각한다. 정당의 틀 안과 밖을 합쳐서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이 저마다 다른 장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통합 후보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헤쳐나간다면 최종적인 선택이 누가 된다 하더라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여지는 충분히 있다. 여러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선거라고 한다면 이번 선거가 역사적..
오건호 |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보통 안철수 돌풍의 최대 피해자로 대세론에 상처를 입은 박근혜 전 대표를 꼽지만, 나는 이 돌풍의 영향권에도 제대로 끼지 못한 진보정치에 눈이 간다. 안철수 원장이 표방한 반한나라당·비민주당이라는 정치 공간이, 그리고 정당 밖 대중 정치의 역동성이 애초 진보정치의 자산이었다. 역설적으로 별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진보정치는 지금 가진 것이 없는 셈이다. 진보정치에 여러 번 기회가 있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은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그 해 말 지지율이 20%에 육박했다. 전국 곳곳에서 의욕 넘치는 인재들이 민주노동당을 찾았고, 월급을 쪼개 받으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버금가는 중앙당 상근 규모도 갖추었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 때도 뜨거운 에너지가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