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논설위원 런던올림픽 공식 슬로건은 ‘하나의 삶(Live As One)’, 공식 모토는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이다.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과 국가에서 여성 선수가 참여하는 ‘양성평등 대회’라는 의미와 메달 경쟁보다 창의와 감동의 향연이 되기를 지향하는 주최 측의 희망이 담겨 있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피에르 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과도 잘 부합하는 개념이다. 그렇다고 참여가 결코 간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런던에서 런던으로(From London To London), 1948~2012’라는 한국 선수단의 캐치프레이즈에 숨은 사연만 봐도 그렇다. 64년 전 대한민..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대선을 소실점 삼아 숨 가쁘게 달아오르고 있다. 장삼이사의 하나로서 나 역시 이런저런 자리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가 고갈되고 나면 자연스레 대선 주자들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 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오직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반드시 당선되어야 할 사람은 누구냐고. 미안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직 없다고 나는 짐짓 아랫입술을 물면서 대답했다. 그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당선되어서는 안될 사람은 누구냐고. 그러자 순식간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났다. 우선 경기장을 유세장으로 여기는 사람은 곤란하다. 정치인들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잘 찾아간다. 큰 경기가 열리면 어김없이 유력 정..
이현 | 동화작가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인데도 보충수업을 하느라 학교에 나와서도 마음은 온통 올림픽에 가 있었다. 바야흐로 1988년. 탁구의 현정화 선수를 비롯해 금메달 12개로 종합 4위의 전적을 거둔 한국 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이국 선수들에게 매료되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수영의 비욘디는 단연 스타였다. 요즘이야 한 몸매 하는 남자 연예인들이 흔하고 흔하지만, 그때는 비욘디 같은 몸매를 텔레비전에서 보기 어려웠다. 서울 사람들이 부러웠다. 서울올림픽이니, 서울 사람들은 모두 올림픽의 주인공쯤 되는 줄 알았다. 서울은 아니지만 나도 엄연한 한국 사람이니, 주연은 아니어도 조연쯤은 되는 줄 알았다. 아, 대한민국! 정수라의 그 노래마저도 좋았다.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한..
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올림픽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올림픽 돈벌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가전업계가 신발끈을 동여맸다. LCD TV 수요가 10% 이상 늘 거란다. 그러고보니 요즘 한 TV광고는 ‘3D’로 보라고 하고 경쟁사는 ‘스마트’하게 보라고 우리를 꼬드긴다. 방송, 인터넷업체, 광고업계도 올림픽 수혜주가 될 거라 한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업종이 있다. 우선 맥주업계. 여름철 성수기인 데다 올림픽이 열려 매출이 40% 이상 증가할 것이란다. 그렇다면 맥주의 천생연분 배필은 누구인가. 바로 치킨 아니겠는가. 요즘 ‘치(킨)맥(주)’이 대세란다. 우리나라의 하루 닭 소비량 150만마리 중 프라이드치킨으로 100만마리가 나간다. 그런데 2010 월드컵 때 한국전이 있는 날이면 ..
신동호 | 논설위원 인간의 남성과 여성은 각기 다른 이유로 직립보행을 하게 됐다. 남자는 음경을 드러내기 위해서 뒷다리로 일어섰다. 여성은 정반대의 이유로 두 발로 섰다. 네 다리로 땅을 짚었을 때 뚜렷이 드러나는 음부를 감추기 위해서다. 야한 우스개 같지만 미국 오리건대학교의 맥신 시츠-존스턴의 성선택 이론에 나오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영장류의 한 종이 인간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라는 직립보행의 이유조차 이렇게 다르다면 남자와 여자는 똑같은 존재로 취급될 수 없다. ‘연애의 바이블’로 애독되는 존 그레이의 에서처럼 인간 남녀는 화성인과 금성인에 비유될 정도로 이질적이다. 자연계에서 성선택은 대부분 암컷의 주도로 이뤄진다. 공작 수컷의 화려한 깃털과 엘크 수컷의 거대한 뿔이 전형적인 예다. 암..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스페인이 우승했다. 골문을 굳게 지킨 카시야스, 중원을 누빈 이니에스타, 이탈리아의 성채를 무너뜨린 득점왕 토레스가 주목을 끌고 있지만 실은 그라운드를 한 번도 밟지 않으면서도 경기 전체를 통솔한 자, 곧 델 보스케 감독이 진정한 우승의 주역이다. 스페인이 이길 수는 있지만 4-0이라는 엄청난 점수차로 우승한 것은 역시 감독의 몫이다. 델 보스케 감독은 피를로를 초반부터 극단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예리한 패스 역습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스페인 선수들 예닐곱 명이 중앙선을 넘어 갔다. 그런데 그것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피를로는 자기 문전 앞에서 지치고 더딘 공격을 시작해야 했다. 피를로가 중앙선 너머로 침범..
신동호 논설위원 살 떨리는 상황이다. 9회말 투 아웃 만루. 스코어는 4-3. 타자는 요즘 한창 방망이에 물이 오른 수위타자. 볼 카운트는 2-3. 공 하나로 승부가 갈리는 순간에 투수가 교체된다. 투수는 ‘끝판 대장’이란 별명을 가진 오승환 선수이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누가 가장 떨릴까. 투수? 타자? 포수? 양팀 감독? 수비하는 야수? 확률상으로는 가장 불리한 사람이 타자일 것 같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기록이 유난히 많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기 전략에서부터 선수 연봉 책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준이 되는 것이 기록이다. 그러니까 기록에 정통한 선수·감독보다 상대적으로 무지한 관중의 속이 더 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삼성 마무리 전문 투수인 오승환 선수가 지난 1일 프..
이용균 체육부 기자 10여년 전 삼성그룹에 입사했을 때다. 그룹에서는 삼성 관련 서적 여러 권을 신입사원들에게 나눠줬다. 그중에는 ‘삼성 용어사전’이라는 책도 있었다. 가장 강조했던 용어는 이건희 회장이 특별히 신경 쓴다는 ‘뒷다리 잡기’라는 단어였다. 누군가의 혁신적 행동에 대해 쓸데없이 트집을 잡아서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뒷다리 잡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계명’에 가까웠다. 삼성이 신경영 선언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뒷다리를 잡지 않는’,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 문화 덕분인지도 모른다.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주장한 대표적 학자였다. 슘페터가 기업가 정신에서 말한 기업가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 미래에 도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