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2010년 5월4일 고려대생 김연아가 뉴욕 한복판의 레드카펫에 섰다. 당시 김연아는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부문 2위에 선정돼 맨해튼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초대받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그야말로 파워풀한 사람들’과 함께했다. 김연아는 이에 앞서 4월 고려대를 찾았다. ‘등교’가 아닌 ‘방문길’에 총장을 만나, 면담이 아닌 환담을 나누고, 학장의 직접 안내로 강의실에 들어갔다가 딱 10분 만에 떠났다.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김연아가 그날 학교에 언제쯤 나타날지 같은 과 학생도, 교수도 대부분 몰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졸업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그 당시 한 TV 토크쇼에 나와 전년도에 F학점이 있었다는 ..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틀림없이 김연아는 불쾌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교생 실습에 나섰을 텐데 저명한 심리학자가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비판했으니, 상처 입었을 것이다. 사실 ‘쇼’를 하려고 해도 지켜보는 눈이 너무나 많은 게 학교 현장이다. 교사들도 수십 명이고 학생들은 수백 명이다. 몇 번 얼굴만 비치고 만다면 금세 실망스럽다는 글이 봄날의 벚꽃처럼 인터넷에 흩날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얼굴만 잠깐 비치고 광고 찍으러 가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란이 된 황상민 교수의 발언을 보니, 이 사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황 교수가 단정적으로 말한 측면이 있다. 김연아로서는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명예훼손인가 하면 생각해볼 여지가 없지 않고 고소까지..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그냥 뚫고 지나가는 것 그게 제일 현실적인 해결책입니다. 지나간 뒤에야 저는 애당초 그런 벽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그러니 멈추지 마세요. 계속 달리세요.” 소설가 김연수의 말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EBS 교육방송 의 객원작가로 참여한 김연수는 이렇게 마라톤을 예찬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매우 함축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해야 했던 까닭에 예찬의 도입부는 싱거운 편이었다. “1000m를 달려보세요. 이제 그렇게 41번만 더 달리면 됩니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예찬은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목표를 이뤄가다 보면 언젠가 큰 꿈도 이룰 수 있습니다”로 이어지는데 이런 정도의 권유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의 목소리라면, 조금 한가로운 것 아닌가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
안준성 | 미국변호사 지난 13일 수원 살인사건 당시 112신고센터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거듭된 사건 축소와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위치추적권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은 112신고센터가 휴대폰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위치추적을 허용한다. 이에 사전동의 없이 긴급구조 시 경찰의 위치추적을 허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범연합적인 112 긴급번호제도를 채택한다. 27개 회원국 어디서나 동일번호로 긴급구조 요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회원국별 고유 긴급번호제도는 112와 병행된다. 유럽연합의 관련지침은 회원국이 발신자번호 및 위치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별도의 사전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지하철 내 흡연 여성 논란’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교통문화 역시 양보와 배려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주행 신호로 바뀐 후 조금만 지체해도 어김없이 뒤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에 놀란 경험은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방향지시등을 켜는 순간부터 차선을 변경하려는 자와 자신의 차선에서 먼저 앞으로 진행하려는 자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교통안전공단이 ‘교통약자 배려 문화운동’을 범시민 생활실천 운동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교통약자란 운전자 중에서도 어르신, 임산부, 장애인, 초보운전자를 비롯해 유아를 동반한 운전자를 말한다. 교통약자를 배..
정윤수|스포츠칼럼니스트 처음에는 믿고 싶지 않았다. 선뜻 지지하기 어려운 정당 소속이지만, 낯빛 번지르르한 그 당의 지역 유지들보다는 한국 스포츠의 상징이 되는 늠름한 청년이 국회로 진출한다면 조금이라도 젊고 싱싱한 의정 풍경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 탓이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며 현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라는 ‘스펙’이라면 한국 스포츠 위상에 걸맞은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그런데 표절 시비가 일었다. 살펴보니,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시비나 논란이 아니라 거의 ‘사실 확인’만 남은 처절한 논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직접 베껴 쓰는 ‘노력’도 하지 않은 대필이라고도 주장한다. 그 ‘사실 확인’의 책임이 있는 국민대학교는 ‘복사 학위 논문’일 가능성이 짙어 연구..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히딩크 효과’라고 했던가?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때 ‘2002 월드컵 4강 신화’가 있었고 그 신화를 작성한 네덜란드의 히딩크는 감독과 진부한 관성과 낡은 사회 관습에 의미있는 파열음을 낸 주인공으로 기록된 바 있다. 히딩크는 한국 사회의 오랜 서열문화를 잘 몰랐고, 단지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중요하게 여길 이유를 찾지 못했고, 그래서 축구장 안팎에서 우선 그것을 없애는 데 노력했다. 군대식 상하관계를 유연하게 흔들었고 적재를 적소에 배치했으며 특정 개인의 재능보다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존심 강한 리더’였다. 원래 그러한 성향이지만 때때로 그는 의도적으로 언론이나 축구계 일부 인사들이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대표팀)을 함부로 대..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성경 말씀에 “네 눈 속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고 했거늘, 최근 한국 축구가 직면한 현실이 그와 같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25일 회원국별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발표했다. 한국 출전권은 3.5장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정규리그 최종 순위 1, 2위팀과 FA컵 우승팀이 ACL로 직행하고 정규리그 3위팀은 플레이오프전에 나가게 된다. 포항스틸러스가 그 쓴잔을 마시게 되었다. 이를 두고 중동 축구의 마법에 걸려들었다는 비판이 먼저 나왔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 아시아 축구의 권력은 중동(특히 카타르)으로 쏠려 있다. 이번에 카타르는 기존 2장이었던 출전권을 4장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올렸다. 확실히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이후 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