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마저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스포츠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의정부지검은 어제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강동희 감독을 소환조사한 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브로커에게 4700만원을 받고 4차례에 걸쳐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부조작의 무풍지대였던 프로농구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농구계를 대표하는 스타 출신인 강 감독의 비리 의혹은 농구계는 물론 스포츠팬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승부조작은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2011년 국가대표를 포함한 51명의 프로축구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검찰 조사..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2007년 3월21일. 터키 출신의 명장 세놀 귀네슈가 FC서울 감독을 맡았을 때 풍경이다. FC서울은 라이벌 수원 삼성을 홈에서 맞이해 4-1로 대파했다. 이날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했고 정조국이 쓰러져가는 수원이라는 거함에 화룡점정의 포화를 한방 더 날렸다. 종료 직전, 3만5000여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귀네슈 감독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곧 종료 휘슬이 울리면 홈팬들은 선수단 전체에게 박수 갈채를 보낼 게 뻔한 상황. 감독은 해트트릭을 포함해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한 박주영이 홈팬들의 박수 갈채를 홀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그런데 조금 매끄럽지는 못했다. 기립박수로 환호하는 홈팬에게 박주영은 답례를 해야 했는데 이것이 심판의 눈에는 지나치게 시간을 끄는 것으로..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이번 설 민심은 씁쓸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박지성 얘기다. 차례 지내고 둘러앉아 새 정부며 부동산이며 애들 크는 얘기 다한 후에 자연스레 축구 얘기로 이어졌는데, 아쉽게도 박지성에 대한 가족 친지들의 논평은 예전만 못했다. 몇 해 전이었더라면, 그러니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때의 설 민심은 이렇지 않았다. 뿌듯해서 할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설은 씁쓸했다. 박지성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지구 반대편의 설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인 듯, 이번 연휴 때 스완지시티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가 맞붙었으나 기성용이 탄탄한 수비력으로 활약하는 동안 박지성의 이름은 계속 대기 명단에 머물러 있었다. 7년 동안 은하계 극강의 팀 맨유에서..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올 시즌, 전남드래곤즈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롤러코스터를 탄 시간이었다. 최하위까지 전락한 적도 있다. 급기야 정해성 감독이 물러나고 하석주 감독이 새로 팀을 맡았다. 하석주 감독의 유일무이한 목표는 1부 리그 생존이었다. 하석주 감독은 지난 8월 중순,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지도자 인생을 걸겠다. 강등 탈출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목표를 위해 선수들을 독려하는 한편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계획도 부분적으로 포기했다. 최고의 감독이 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국제축구연맹 P코스 연수 과정을 2년 후로 미룬 것이다. 이러한 자기 희생이 윤석영, 이종호, 박선용 같은 젊은 선수들을 펄펄 뛰게 만들었다. 다행히 지난 24일 성남 일화와 치른 ..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박종우 선수가 ‘독도 세리머니’ 파문 때문에 환영 만찬에도 초청받지 못했을 때 홍명보 감독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끔히 차려입고 참석하라고 일렀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으로 내린 작전 지시였다. 홍명보는 “감독으로서 마지막까지 그 선수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이런 보스를 만난다면 어떤 마음이겠는가. 아마도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리더십이 부재했다. ‘꼬리 자르기’란 말이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홍명보는 다르다. ‘내가 대신 군대에 가겠다’는 말로 그는 박주영을 둘러싼 병역 기피 논란을 일순간에 잠재웠다. 요즘 이런 리더십이란 흔치 않다. 홍명보의 이러한 면모는 위기의..
소문으로만 떠돌던 아마추어 농구계의 검은돈 거래 실태가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대한농구협회 간부 4명은 2008년 1월부터 각종 대회에서 특정 심판 배정을 대가로 54개 농구팀 감독·코치들로부터 총 256회에 걸쳐 1억9000만원을 챙기고, 심판 16명은 유리한 판정 등을 구실로 155회에 걸쳐 57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비리에 연루된 심판은 협회 소속 전체 25명의 64%나 되고 돈을 상납한 농구팀은 전국 202개 팀의 27%에 이른다. 실업 농구팀은 물론 초·중·고·대학팀까지 포함돼 있다. 아마 농구계에 만연한 금품 거래 관행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래서는 스포츠라 할 수 없다. 비리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리는 한편, 이 같은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2012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끝났다. 이제 상위 네 팀의 가을야구가 시작된다. 일컬어 ‘가을 잔치’라던가, 그래서 하는 말이다. 잔치에 가보면 모두들 덕담을 나눈다. 신랑은 훤칠하고 신부는 참하고, 뭐 그런 얘기 말이다. 그러나 속으로 걱정이 없는 게 아니다. 집안 내력을 아는 사람이나 신랑·신부의 지인이라면 이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하되 한두 가지 걱정과 근심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런 심정으로 올해 시즌을 돌아본다. 700만 관중 돌파부터 생각해보자. 정규시즌 총관중 715만6157명. 대기록이다. 2006년 304만명, 2008년 525만명, 2010년 592만명 등 해마다 100만명을 추가하는 기록을 세운 프로야구는 지난해 681만명을 기록하며 꿈의 700만명을 예..
이일훈 | 건축가 학교에서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지만, 가진 사람 밑에 없는 사람이 눌려 있고, 직업은 사람의 귀천을 가르는 잣대가 된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현실과 전혀 다른 무망(誣罔)을 가르치는 시절이 씁쓸하다. 더 있다. ‘승리보다 참가에, 성공보다 노력에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의 이상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거짓말, 세상은 오로지 금메달에만 몰두한다. 진정 스포츠를 이해·사랑하는 사회라면 금메달을 따도 보상과 특혜가 없고 꼴찌에게도 애정어린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명예를 존중하는 스포츠정신, 나아가 건강한 시민의식 아닌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는 스포츠정신을 고양하자는 말이지 경기에서 패배한 보다 느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