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원전 최강국 건설’을 기치로 한 친원전 정책이 폭주 조짐을 보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고리 2~4호기, 월성 2호기, 한빛 1·2호기 등 40년 수명만료 원전이 6기에 이르고, 신한울 2호기, 신고리 5·6호기의 신규 건설 원전이 3기 늘어난다. 지난 3월 하순 인수위는 백지화된 삼척·영덕 원전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가 지역단체의 반발을 샀다. 선거캠프 인사인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소재 지역에 지으면 된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했다. 인수위는 지난 20일 노후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해 수명 만료일 5~2년 전에 제출해야 하는 안전성평가(PSR) 보고서를 만료 10~5년 전에 제출 가능하도록..

인간에게만 있는 게 자연권이라면 그게 어디 자연권이겠소 인공권이라고 해야지 자연권이 자연에 속하면 문제는 만물의 영장이라며 다른 생명체 자연권을 부정할 때 생길 게요 원전에 대한 우리 지지는 우리를 지키려는 차악의 선택이라 할게요 어차피 지금은 모두가 최악을 면하는 방법을 고심할 극단적 상황이니 그렇소, 미안하지만 우리 늑대들은 원전을 지지하오. 우리뿐 아니라 체르노빌에 사는 스라소니나 족제비도 그렇고, 소나무와 자작나무도 그럴 거요. 아니, 꼭 체르노빌에 사는 동식물만 그런 건 아닐 거요. 짐작하건대, 인간 아닌 동물이라면, 그리고 바닷속에 사는 참치와 고등어, 게들 또한 그럴 거요. 체르노빌이 중요한 건, 그걸 통해 우리가 비로소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오. 그날, 체르노빌의 발전소에서 화염..
지난 1월부터 동네의 공동체라디오방송국에서 매주 한 시간 분량의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지난번엔 세 번으로 나눠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연구용역’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방송에서 읽었다. 송신소 반경 10㎞의 소출력 방송이라 몇 명이 들을진 알 수 없지만 작년 연말에 나온 이 보고서의 내용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안 되면 그만, 돼도 문제인 메가시티 300쪽이 넘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하나씩 읽으며 그 타당성을 짚어봤다. ‘초광역 경제권’ ‘광역 생활권’ ‘지역 문화권’을 구축하겠다며 현란한 수식어와 화려한 도표, 그림을 활용한 보고서는 읽을수록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지방소멸과 균형발전의 대안이라는 사업들이 초광역 혁신클러스터(바이오, 모빌리티, 인공지능 메타버스) 조성, 4차 산..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동해안 산불은 끝이 났지만 산불이 남긴 영향은 어쩌면 이제 시작일 것이다 사람들의 건강, 동물 피해, 대기오염, 토양 유실, 수질오염, 탄소배출량 증가 등 너무 많은 불씨가 남아있다 그러한 불씨는 결국 기후변화란 불쏘시개 때문에 더욱더 크게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년 전 기후변화를 처음 공부하던 대학원생 때를 돌아보면 많은 미디어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빙하가 녹는 장면, 해수면 상승, 아프리카의 난민, 그리고 앙상하게 말라가는 북극곰의 사진 등을 보여주곤 했다. 물론 이러한 사건들은 지금도 분명한 사실이고 그때보다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사실 극지역이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지 않..

아직도 추운 겨울인 것 같은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위해 캠퍼스를 방문한 학생들을 보니 이제 곧 봄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못 봤던 풍경이긴 하지만 가슴에 명찰을 단 신입생은 나에게 봄을 연상시킨다. 적어도 나에게 신입생은 봄이 왔음을 알게 해주는 지표(indicator)다. 이러한 봄의 지표처럼, 기후변화 또한 우리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climate change indicator)가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뉴스에서 많이 볼 것이다. “올해 평년보다 ××일 개화시기가 빨라졌다.” 매해 봄이 찾아오면 볼 수 있는 꽃, 바로 개화시기가 기후변화의 지표다. 조금 관심 있는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다. 매년 뉴스에서 같은 ..
오는 10일은 수도권매립지의 서른 살 생일이다. 1992년 2월10일부터 쓰레기를 반입하면서 당시 경기 김포군 검단면과 인천 서구 백석동 주민들은 매립지의 악취와 먼지, 파리 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았다. 쓰레기 운반 차량들도 부실해서 덮개 없이 쓰레기를 싣고 달릴 때마다 악취, 먼지는 물론 음식물 폐수까지 흘려 피해를 주었다. 참다 못해 김포와 인천 시민들은 매립지 정문 앞에서 집회와 농성을 계속하며 쓰레기 반입을 차단했다.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곳곳에 쌓이고 수도권 쓰레기 대란은 한 달여 동안 계속됐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종량제봉투 제도는 이때 도입되었다. 주민감시 제도와 주민지원사업을 규정한 폐기물시설촉진법도 이때 제정되었다. 수도권매립지의 악취와 먼지는 이제 환경기준을 충족..
2011년 7월19일, 뉴욕시는 흥미로운 프로젝트 제안요청서 하나를 공개했다. ‘Applied Sciences Facility in New York City’라는 이름의 제안요청서에서 뉴욕시는 새로운 형태의 응용과학 대학을 설립하려 한다며 이를 위한 부지 무상제공(99년 임대)과 설립비 1억달러(약 12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블룸버그 시장이 뉴욕시를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 산업과 창업의 중심지로 변모시키기 위해 대학 유치를 추진한 것이다. 이 야심찬 계획에 스탠퍼드대, 컬럼비아대, 카네기멜론대 등 전 세계 17개 대학이 7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제안서를 제출했다. 5개월 뒤, 뉴욕시는 입찰경쟁의 승자로 미국 코넬대와 이스라엘 테크니온대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들은 2017년까지 1차 공사를 마치고..

연말이 다가오면 연례행사로 건강검진을 한다. 작년 12월에도 병원을 찾아 혹시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몸의 안팎을 샅샅이 검사하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지를 열어보고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은 뒤에야 조금은 개운한 마음으로 맥주를 들이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런 연례행사는 나처럼 마흔이 넘은 분들은 아마 모두 하고 계실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찾아내서 빨리 고치고 오래오래 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건강이 아닌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지구의 건강상태는 어떨까? 이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지구를 한번 진찰해보도록 하겠다. 지구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람처럼 혈액을 뽑거나 X레이를 찍어 볼 수는 없다. 지구라는 행성을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