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이 영국 글래스고에 모여 2주가 넘도록 머리를 맞대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열어 내놓은 해법은 실망 그 자체다. “한 가닥 실에 매달려 있는 연약한 행성”(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당면한 기후위기에 비하면 합의문은 한가해 보일 정도다. ‘글래스고 기후조약’에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당초 석탄발전 중단에서 ‘탄소배출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 중단으로 후퇴했고 마지막에는 중단이 ‘단계적 감축’으로 완화됐다. 또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 제한’이란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에 ..
어느 날 갑자기 숲이 사라졌다. 아름드리는 아니어도 족히 몇십 년은 된 참나무로 제법 빽빽하였던 숲이 며칠 동안 전기톱의 굉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없어졌다. 숲이 사라진 자리에 벌거숭이 민둥산이 처연하게 드러났다. 어떤 동네 사람은 망연자실할 나에게 햇볕이 일찍 들어 좋은 점도 있겠지요 하고 농담을 건네지만, 사라진 것은 숲만이 아니었다. 이따금 앞마당까지 내려오던 고라니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고, 다람쥐와 청설모도 사라지고, 종종 들러 인사를 건넸던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 텃밭에 출몰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던 뱀이 나타나지 않으니 좋겠다는 농담에 헛헛한 웃음만 나온다. 숲이 사라지면 생명도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왜 숲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린 것일까? 무..
우리는 모두 지금 지구가 우리에게 다양한 형태로 보내는 메시지 ‘기후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구라는 우리 모두의 집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집은 다시 지을 수 없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지금이 우리가 하나 되어 인간과 지구를 위한 미래를 약속할 시간이다. 누군가 나에게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냐고 물으면 이런 대답을 해주곤 한다. “당신이 겪은 지난여름이 아마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시원했던 여름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과학적 근거들에 의하면 그렇다.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렇게 대답한다. 올해로 기후변화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딱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학생에서 교수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게 느껴지는 ..
1979년 제1차 세계기후회의에서 50개국 과학자들이 기후행동을 제기한 지 40년 만인 2019년 전 세계 153개국 1만3800명의 과학자들이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리고 올해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세계의 과학자들이 다시 모여 지구 시스템에 중요한 요소들이 임계점에 다다랐거나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진단하고 ‘국제 과학자들의 기후비상사태 경고 2021’을 ‘바이오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세계 과학자들의 집단행동은 역사상 전례가 없고,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첫째, 과학자들은 신속하게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강력한 탄소세를 부과하라고 주장한다. 둘째, 단기성 온실가스, 특히 메탄을 신속하게 줄여야 단기 온..
“코끼리를 만지는데 손이 콧구멍으로 쑥 들어가 버렸어요. 끈적거리고 무진장 컸고 그 속에서 바람이 불었어요.” 코끼리를 직접 만져 본 시각장애인 아동의 소감이다. ‘시각장애인 코끼리 만지기’ 속담은 사람들이 현상을 제각각 부분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보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지만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터널 속에서 외부의 전체 경관을 볼 수는 없다. 혁신을 위해서는 한 분야에만 전문적이지 않고, 해법보다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글로벌한 시야와 가치관으로 무장해야 한다.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공들이고 있다. 이를 부정하고 싶은 전문가도 있을 것이다. 원전 경쟁력을 활용하자는 해법을 가진 분들은 에너지 전환을 ..
문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얼마 전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는 2개의 안이 ‘탄소중립’이 아니라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2030년 NDC’가 빠진 것이다. 미리 못 박아 두지만 요즘 유행어가 된 ‘2050 탄소중립’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다. 기후위기 대응 목표는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하여 기후재앙을 막는 일이다. 온실가스는 대기로 배출되면 수십년 잔류하며 온난화 작용을 한다. 그래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핵심은 ‘누적’ 온실가스 감축과 ‘2050 넷제로’까지 ‘감축 경로’의 지표인 2030년 NDC다. 2050년 전에는 슬렁슬렁 감축하다 2050년에 기적의 기술로 탄소중립을 ..
요즈음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코로나19, 가상통화, 수소경제, 기후변화, 그리고 탄소중립일 것이다. 시민들에게 탄소중립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20년 10월,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일 것이다. 탄소중립은 쉽게 말하면 기술을 이용해 탄소를 감축하거나 흡수해 탄소 발생을 영(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120여개의 많은 나라가 탄소 제로를 공언하고 있으니 한국도 당연히 동참하는 것이 맞다. 국가만 탄소 제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지멘스를 선두로 애플·구글·스타벅스·이케아·포드 등이, 한국에서는 LG전자·포스코·삼성전자·SK하이닉스, 그리고 조선 회사들이 탄소 제로를 선언했다. 국제에..
물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강우 중 일부는 하천으로 흘러들고, 나머지는 땅속으로 침투하여 지하수가 된다. 하천수와 지하수는 바다로 모여 증발하고, 다시 강우가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물순환’이라 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및 극한가뭄, 그리고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 지표면의 증가는 강우의 편중을 야기한다.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해 하천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는 양이 많아지므로 하천수와 지하수 간 물순환 불균형이 생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하천수와 지하수의 고갈로 이어져 다양한 물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가뭄의 주원인이 되어 생활·농업·공업 용수의 부족, 건천화 및 도시 열섬현상 등을 유발한다. 세계적 석학 에릭 오르세나는 에서 향후 물의 희소성이 가중되고, 지역 간 물 문제가 편중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