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각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설령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미·중 간 신냉전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 나는 과거 닉슨과 덩샤오핑의 놀라운 미·중 협력처럼 ‘지구적 기후 제국’들의 ‘갈등 속 협력’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지난 22일 시진핑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놀랍게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화를 선언했다.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이 60% 이상 비중인 중국이? 연설 동기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내년에 시작될 새 5개년 경제계획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라는 패권국가들은 나름대로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시급한 전환의 필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제러미 리프킨은 2028년 화석연료 산업이 붕괴하고 부채로 전락하..
윤흥길의 중편 ‘장마’는 여름철 장마가 배경이다. 소설은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비가 며칠이고 계속 내렸다’로 시작해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장맛비는 ‘세상을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셔놓는다. 홍수에 돼지와 황소가 떠내려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장마가 주제는 아니다. 소설은 장마 기간 한 가족에서 일어난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6·25 전쟁통에 전쟁 부역자와 국군을 자식으로 둔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아들의 죽음을 두고 서로를 의심하며 불화하다가 장마가 그칠 무렵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품에서 장마는 분단과 전쟁의 비극, 이데올로기 갈등의 은유로 읽힌다. 올여름은 ‘장마의 시간’이었다. 지루한 장마가 소설보다 더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이어졌다..
비가 참 많이 온다. 세차고 질기게 오는 비가 무섭다. 세상에 물을 이기는 흙은 없다. 물은 금세 흙을 풀어놓아서 장맛비 열흘이면 땅이 주저앉을 수 있고, 산도 무너질 수 있다. 땅이 곤죽처럼 흘러내려 집을 덮치고, 마을이 잠기고 휩쓸려 초토화됐다는 뉴스가 매일 보도된다. 동북아 3개국을 오가며 초토화시킨 장맛비는 기억에 없다. 태풍도 이렇지는 않았다. 집 안에 틀어박혀 있어도 비가 잠시 그쳤는지 금세 안다. 매미 때문이다. 빗줄기가 그쳤다 싶으면 짝을 부르느라 악을 쓰듯이 울어댄다. 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살다가 딱 한 달 동안 번식을 끝내고 죽는 매미에게 이렇게 긴 장마는 집단의 미래가 걸려 있는 위기다. 이상기후가 맞다. 날씨가 이상하다. 기온이 조금만 올라도 수온이 달라지고, 구름이 달라지고, 강..
“오늘 07시 전국 산사태 위기경보 ‘주의’ 단계 발령.” 어제 오전 8시20분쯤, 출근길 지하철에서 휴대전화에 울린 긴급재난문자다. 전국에 뿌려진 메시지였다. 지하철 안이 술렁였다. 차창 밖이 흐릿하긴 했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처음 받은 전국 산사태 알람에 긴가민가하면서도 적잖이 놀라거나 걱정된다는 표정이었다. 오늘은 산 근처에 얼씬도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무렵 포털 사이트에는 ‘산사태’가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했다. 이렇게 기상재해는 일상으로 다가와 있다. 도시 출근길에서 산사태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일기예보가 기상재해로 채워질 날도 머지않았다. “오늘은 홍수로 몇 명이 사망한 어제보다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열 질환자가 급증한 어느 지역에서는 오늘도 폭염..
생명의 탄생과 문명의 발전은 물과 함께해 왔다. 최근에는 수량, 수질뿐 아니라 수생태, 물문화 등 유역 내 물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을 통합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물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국토교통부가 수량을, 환경부가 수질을 나누어 관리해 왔다. 이러한 이원화된 물 관리로 인한 업무 중복 등 비효율 발생, 지역 간 물분쟁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에 2018년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물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이 같은 통합 물 관리에 대한 다양한 개념적 정의가 있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물과 관련된 자원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개발, 보호, 관리하는 체계적인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물 관리 일원화는 일부 하천 관리..
2020년 7월1일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자동실효에 따라 전국 도시공원 중 158.5㎢(여의도의 약 55배)가 해제됐다. 도시공원일몰제 대상 공원의 90% 이상이 임야(숲)인 점을 고려할 때 도시공원일몰제는 ‘숲의 상실’이라고 하겠다. 도시공원일몰제는 199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00년 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계획시설(공원) 결정 이후 20년이 경과되면 효력을 상실한다는 제도다. 법 개정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대부분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시간만 끌다 실효를 맞았다. 도시공원일몰제는 재원 마련을 통한 해결 방안 외에도 국공유지 해제 제외, 법·제도 개선을 통한 매입비 마련과 지원, 도시자연공원구역제도, 임차공원제도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제안됐지만,..
기상청에서 발간한 ‘2019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매년 폭염이 발생하고 있고, 그 강도는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여름, 끔찍한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서울은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낮 최고기온(39.6도)이 관측됐고, 홍천은 낮 최고기온이 41.0도를 경신하며, 76년간 유지해오던 우리나라 낮 최고기온 1위인 대구의 40.0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안타깝게도 올여름철 폭염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기상청은 작년보다 많게는 폭염 일수는 10일 이상, 열대야 일수는 6일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폭염도 자연재난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었고 2018년에는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가 마..
인천 서구 일대의 수돗물에서 깔따구류의 유충이 잇따라 발견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붉은 수돗물’ 사태가 처음 발생한 지역에서 수돗물 오염 사고가 1년여 만에 재발한 것이다. 작은 날벌레의 일종인 깔따구의 유충은 4급수 이하의 더러운 물에서 사는 수질오염 지표생물이다. 수돗물에서 실지렁이처럼 꿈틀대는 벌레가 나온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시민 건강에 직결되는 수돗물 관리를 어찌 했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인천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4일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 급식이 중단된 서구 5개 동의 3만6000여가구에 이어 오염된 식수 피해 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15일에는 서구와 같은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강화군에서 유충 발견 신고가 접수됐고, 인근 부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