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자 즉각 시장에 개입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 경험과 이에 대한 반성이 본능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검찰 개혁도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고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을 솎아내더니 올해 정기국회 법안 통과를 목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속전속결·전광석화라 할 만하다. 경제 분야에서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발탁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단속하는 등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북한의 핵 실험 같은 대형 악재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60~7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
문재인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지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논란의 주된 이유는 타이밍으로 보인다. 교추협 개최 계획 발표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일본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인도적 지원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북 제재에 대한 ‘한·미·일 동맹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과거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무분별한 퍼주기’ 논란이 다시 등장하는 듯하다. 요즘 유행어로 하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들리기도 한다. 같은 행동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대북 원칙을 수시로 뒤집은 탓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지지층과 여권 내부에서조차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논란은 정부 정책 불신의 대표적 징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중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발표 하루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선 배치’로 입장을 바꾼 것이나 사드 배치에 앞서 반대 시민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정부가 어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했다. 국방부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드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발사대 6기에 미사일 48발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돼 본격적인 작전운용에 들어갔다. 정부의 용어로는 ‘임시배치’이지만 사드 포대 배치 완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안보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배치는 오류의 연속이었다. 우선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이 확인된 바 없다.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수도권을..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대통령 인사권의 막강한 힘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 대통령은 장차관, 헌법기관 고위직 등 7000여명의 임면권을 쥐고 있다. 이 말의 본질은 대통령 인사권이 정권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역대 정권은 ‘같은 색깔’만 칠하진 않았다. 전략적 고려도 입혔다. 김대중 정부의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인덕 통일부 장관, 노무현 정부의 고건 국무총리와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소수정권 한계 극복, 정치적 안정, 우방국 달래기용이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정체성 강화의 우회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보안 인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낙점한 인물도 언론에 하마평이 오르면 단칼에 지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론 인사’를 선호했다. 마음에 두고 있던 후보 명단을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어제 고조되는 북핵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긴급 제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고, 6자·4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재개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들의 전면적 쇄신도 요구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다른 야당들과 달리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야당의 모습이다. 이 대표가 “강대강 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감한 대화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한 것은 현실을 정확히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원칙도 전략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문재인 정부의 초대 주미대사에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내정됐다. 주중대사에는 노영민 전 국회의원, 주일대사에는 이수훈 경남대 교수가 각각 낙점받았다. 정부 출범 100여일 만에 러시아를 제외한 주변 3국 대사 진용이 갖춰진 것이다. 3명 모두 비외교관 출신이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일했거나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무난한 인사 같지만 위기의 한국외교 현실은 ‘무난함’에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특히 조 내정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따져볼 대목이 많다. 청와대는 그가 다양한 실무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국제경제 분야 전문가로 주영국대사를 지내는 등 외교역량을 보유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실무경험과 이론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분야는 경제다. 영국대사직이 ..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간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첫 청사진이 어제 발표됐다. 2018년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요약하면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나도록 일자리와 복지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해 사람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전년보다 7.1% 늘린 429조원의 슈퍼예산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다. 이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수년간 2~3%의 성장에 그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확장재정을 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증액되는 지출을 복지(12.9%)와 일자리부문(12%) 등 사람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적으로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