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거의 모든 현안들을 업무지시를 통해 처리했다. 이도 한계가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모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우리 사회 전반의 적폐를 청산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정치·재벌·검찰·언론 등 적폐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대한민국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미래로 가기 위한 대변혁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촛불민심이 탄핵을 이뤄냈다면 촛불에 담긴 시민의 갈망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적으로 새 정부의 몫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내달 1일 열린다. 새 정부의 본격적인 국정운영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향후 5년간의 정책목표를 100대 국정과제로 압축해 공개한 바 있다. 경제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몇 차례 스텝이 꼬이는 일들이 있었지만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과 높은 지지를 통해 착실한 걸음을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부 야당은 이미지 위주의 ‘쇼통’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생각 못하는 자가당착이다. 6개월의 국정공백과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했음에도 안정적이면서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변화의 역동성이 있다. 같은 기간 80%의 지지율이 반토막 났던 노무현 정부에 비하면 ‘연착륙’이라는 평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공적 출발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취임 100일의 연착륙이 성공의 보증수표일 수는 없다. 재벌개혁, 검찰개혁, 일자리, 탈원전 등 난제들이 첩첩산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외교일 것이다. 지난 9년의 실패를 복구해..
분단 이후 한반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강대국들 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특정 국가에 의한 한반도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자간 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서서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
‘바보! 바보! 바보!’ 10여년 전, 방청석에서 서초동 417호 법정으로 들어서는 황우석을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탄식했다. 대한민국의 영웅에서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과학자. 나의 책 의 상당 부분은 황우석 사태와 ‘황빠’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내가 깨달은 교훈은 여러 가지다. 첫째, 권력은 멍청해지는 경향이 있다. 황우석은 권력에 도취했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었으며 ‘사이언스’ 논문 조작이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둘째, ‘빠’(지지자)는 사라지기 쉽고, ‘까’(반대자)는 순식간에 늘어난다. 과학이 정당성을 상실할 때 지지할 이유는 사라지고 비판할 이유만 남게 된다. 셋째, 결과적으로 권력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계에 폭탄을 ..
세금은 용기입니다.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도, 세금을 더 내달라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 증세안이 논란 끝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상을 ‘핀셋’처럼 특정한 증세안입니다. ‘슈퍼리치 증세’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예상대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포괄적 증세’ 요구와 ‘세금폭탄’ 논쟁까지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불만족’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증세가 논쟁 중심에 선 지금의 현상이 반갑습니다. 증세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警氣)부터 일으키던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집권 여당부터 질색합니다. 2014년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책상머리 정책”이라며 난타하던 풍경이 단적입니다. 박근혜 청와대 ..
문재인 정부 이후 정치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상은 보수다.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보수의 밑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지난겨울의 영향 때문이다. 그들은 농익은 고름들을 모두 짜내고 ‘보수의 새살’을 돋게 할 수 있을까. 탄핵 대선이 지나고 두 달, 보수정치의 현주소는 ‘지리멸렬’과 ‘경쟁’ 두 단어로 집약된다. ‘합계 127석’의 두 보수정당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전전하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현실은 탄핵의 겨울만큼이나 암울하다. 그나마 ‘경쟁’이 시작된 것은 흥미롭다. ‘보수 교체’를 이야기하고 ‘새 보수’ 구호가 등장했다. 그것도 가치 경쟁을 하겠다고 한다. “보수는 노선투쟁할 만큼의 이념도 없다”는 야당 의원의 자조처럼 소신보다는 ‘편안한 울타리’를 택하던 보수정치의 무리근성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다. “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인선·정책에 발목 잡는 식의 투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한국당이 일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면 됐다.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는 것 빼고는 요건이 되면 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하려는 정부조직을 야당이 막는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했다. 사실상 국회 정상화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두 시간 뒤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장관 인사와 연계해 추경과 정부조직법 심사를 거부하는 종전의 강경노선을 유지키로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홍 대표의 국회 정상화 선언에 대해 “대표로서의 개..
새 시대를 갈망하는 촛불민심이 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담장은 높지만 감옥 안에서도 정상적인 나라가 되어가는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라는 촛불의 명령을 문재인 정부가 거침없이 수행해가길 바랍니다. 특히, 후진적 민주주의로 평가받고 있는 근본 문제인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을 적대시하는 정책이 세계 최악의 불평등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노동자는 언제나 성장지상주의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고, 노동조합을 불온하고 불순한 집단으로 매도했던 역사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와 파렴치한 탄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지만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