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방안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먼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어 완전한 핵폐기를 이루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어 새로울 게 없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대규모 파괴와 인명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제재·압박에 대화를 병행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핵 해법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방안 공개는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
보수세력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워싱턴 발언을 친북으로 몰고,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불발을 청와대 홀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익과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문제제기라기보다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 성격이 강해 보인다. 보수의 공세는 다음주 열릴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두 나라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리는 회담이기 때문에 이견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두 대통령이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으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보수층은 마치 양국 간 중대한 균열이 발생한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다. 특히 보수층이 문정인 특보의 ‘북한의 핵·미..
이번주부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해갈 예정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전향적으로 평가하기에 기대가 크다. 다만 계속 마음에 걸리는 주제가 국민연금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연금 정책이 현세대 편향을 지닌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다른 복지제도와 달리 ‘시차’를 지닌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면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면서 동시에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로 재정을 충당한다. 새로 도입될 아동수당도, 기초연금 30만원도 그렇다. 반면 국민연금은 내고 받는 시점이 다르다. 지금 국민연금 대체율을 올리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지출은 수십년 후에 이루어진다. 이렇게 시차를 지닌 제도이기에 국민연금에선 현세대의 재정 책임 인식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과거 정부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제정책의 중심을 ‘사람’에 두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동안 우리 경제정책에서 ‘노동’은 항상 뒷전이었고, 노동조합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돼 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약속의 첫 행보라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노동시장의 ‘차별 문제’가 우선 개선돼야 일자리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저임금 및 단순 업무직들만 양산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 창..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및 사회 정책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이날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분배구조 악화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정책, 그리고 추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분배와 실업 상황이 ‘재난에 가깝다’는 말로 심각성을 강조했다. 통계청 통계에 독자적인 분석까지 가미해 소득 상위계층과 달리 하위 20% 계층과 차상위 계층의 소득이 급감하면서 분배가 구조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논거도 제시했다. 해법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을 재강조했다. 일자리의 양을 늘려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 임금격차를 줄임으로써 분배구조 악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장 실장의 분배구조 악화 얘기에 공감하지 않는 시민은 없을 것이..
몇 년 전 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몇 년 치 신문 칼럼들을 간추려 정리한 보잘것없는 단행본인데 출간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지구주의자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지구주의자는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아니다. 영어권에서는 세계화주의자를 말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성장지상주의에 맞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지구주의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은 지구의 일부이며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러므로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임을 자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구주의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자동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자투리땅 텃밭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도시 농부들, 옥상과 아파트 베란다에 햇빛..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여권이 한국당의 반대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한 것으로 볼 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봐야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설명회의 장이 될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매주 여는 4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할 뜻을 비쳤다. 취임 인사차 오겠다는 이 총리의 방문도 거절했다. 여야 협치가 새 정부 출범 3주 만에 제1야당의 거부로 시작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 적격성을 따지는 것은 시민의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그러나 어제 정 원내대표가 내세운 협치 거부 논리는 동의하기 어..
문재인 정부 출범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철없는 행동’에서 비롯됐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최씨가 삼성의 뇌물을 받은 것은 당시 스무 살도 안된 정씨의 갑작스러운 임신·출산과 관련이 있다. 어린 딸의 장래가 걱정된 최씨는 사람들 눈을 피해 딸을 독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승마 강국 독일은 승마 선수인 정씨가 그렇잖아도 전지훈련을 가고 싶었던 곳이다. 비선 실세의 존재를 일찍부터 간파한 삼성이 정씨를 위해 그랑프리대회 우승마와 생활비 등을 댔다. 최씨가 재벌·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것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딸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결국 정씨 임신이 ‘독일 승마 유학 → 삼성 뇌물 수수와 K스포츠재단 설립 → 언론 추적 보도와 검찰·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