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한민국 운명의 날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진다. 만약 이 안이 가결되고 장차 헌법재판소를 통과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실로 오랜만에 우리나라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장면을 국민이 목격하게 된다. 세월호 유족들은 먼저 간 자식을 생각하며 눈물 흘릴 것이다. 토요일 촛불집회에서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 뒤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서 여러 후보가 대선의 급류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은 불문가지다. 개헌 주장도 더러 나오겠지만 현 국면에서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지..
역사적인 날이 밝았다. 결과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우리 모두의 신념은 확고하다. 탄핵이 성사된다고 해도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패한다고 해도 결코 끝이 아니며, 따라서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보장된 것은 없지만 오늘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마침내 칼을 빼든 날이다. 국민을 철저하게 기만하고 정치를 난도질해 온 대통령을 심판하는 날이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반성 없는 대통령에게 국가를 사유화했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날이다. 치부은폐와 권력연장을 위해 눈 닫고, 귀 막고, 무릎 꿇어왔던 정치인과 정부 관리들에게도 죄를 묻는 날이다. 그리고 홀린 듯이, 취한 듯이 무지몽매하게 나라를 맡겼던 우리 모두의 실수와 오판에 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수사지휘권은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를 지휘·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백 의원은 박 대통령이 법무장관의 지휘를 통해 검찰로부터 서면조사를 받은 뒤 무혐의라는 결과를 얻어내려고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현웅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반발해 사표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부인하지만 백 의원 발언은 개연성이 있다. 김 전 장관은 이임식에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윗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백성은 떨어져 나간다)’이라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경질하려 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박..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오늘 국회에서 처리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축출 여부를 결정할 의원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역사의 한 장을 마주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나은 국가를 향해 행진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것인가. 시민의 뜻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새로운 질서를 세우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 질서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시민 전체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시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아무런 자격도 없는 최순실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최씨의 국정농단 실태는 그제 국회 국정조사에 나온 최씨의 측근들을 통해 다시 입증됐다. ..
대통령의 어리석은 행위가 세계적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국정농단을 둘러싼 참혹한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면서 나라는 국제 망신이고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언론보도, 촛불시위, 검찰조사에 이어 특검과 국정조사가 진행되면서 과녁은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함으로써 온 나라를 가득 메운 촛불의 마지막 국면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 국회의원 171명의 이름으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 야 3당이 만든 탄핵소추안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부실대응을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은 뇌물죄와 직권남용, 강요죄로 명시했다. 12월9일 의결을 예정하고 있는 ‘탄핵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탄핵안이 발의된 순..
탄핵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국회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 표결에 나선다. 탄핵은 가변적이다. 하지만 탄핵 결정이 난 뒤에도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까지 탄핵사건을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의 혼란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탄핵 이후에도 정국은 긴 안개 터널이다. 국가를 경륜한다고 하는 것은 자기 몸을 괴롭히고,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몸은 나그네가 머무는 집 같은 데 두고, 입은 문지기 같은 음식을 먹고, 손은 노예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치자는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시대·시민과 불화를 자초하며 싸움에 빠져들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역사·시..
요즘 새롭게 시민의 힘, 참여의 힘을 느낀다. 지난 9월20일 한겨레신문이 ‘최순실’이란 이름을 거명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지난 10월24일 JTBC가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 관한 보도로 국정개입 사건의 전모를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격랑에 휩싸여 버렸다. 바로 그 주 주말인 10월29일부터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며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12월3일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인 232만명이 참여한 6차 집회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시민들은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평화롭지만 도도한 분노가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다. 광장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말한다. 머릿수 하나라도 채우러 ..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씨에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왕실장 또는 기춘대원군으로 불린 그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다. 최씨가 비선이라면 김 전 실장은 공식 라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했다는 보도에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각종 주사를 맞은 사실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최씨를 만나거나 본 적도 없으며, 지난 10월 대통령의 연설문이 들어있는 최씨의 태블릿 PC 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최씨 존재를 알았다고 말했다.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