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놀랍다.” 이 말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변신한 한국의 발전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듣는 말은 ‘한국인은 놀랍다’이다. 수십만명의 군중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것도 주말인 토요일에 하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매번 왜 그렇게 시위를 자주 하는가에 대해 가장 놀란다. 해외 언론들은 그저 놀랍다고 표현했지만 그 놀라움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은 얼마나 부패했길래 저렇게 시위를 계속하겠는가라는 놀라움의 의문을 풀기 위해 해외 언론은 더욱 상세한 보도를 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0년간 유엔 수장으로서의 활동을 마감하고 어제 귀국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메시지를 통해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수많은 지지 인파 속에서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된다”며 국가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포부와 각오도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무대를 누빈 한국인에게 시민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향후 5개월 안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짧은 기간에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외교부 장관과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했지만 국내 정치에는 문외한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현안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대통령의 참모들에게도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지만 이를 막지 못한 허수아비 참모들도 공동책임이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 참모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면 화가 치민다. 300여명의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 대통령비서실장도, 국가안보실장도 대통령의 위치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진술 내용은 물론 태연자약한 진술 태도 역시 분노를 샀다. 그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모른 것을 그다지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시민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박근혜 정권에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자칫 대통령의 눈에 날까봐 자기 의견을 말하지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우리나라의 법질서 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어제 법무부와 행정자치부의 새해 업무계획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들 부처의 성폭력·학교폭력 근절 정책 등을 평가하며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민안전과 법질서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법치주의가 정착되면 외국 자본유치 촉진, 연간 300조원의 사회갈등 비용 감소가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 격으로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로 불리는 황 대행은 안전이나 법질서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관저에서 엉뚱한 짓을 하다 300명이 넘는 생명을 잃게 한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인정한 뒤 국회에서 탄핵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6일이었다. 분노한 1000만 촛불이 광화문광장과 전국을 가득 채웠다. 최근 ‘박근혜 결사 옹위’를 주장하는 ‘맞불 시위’가 등장하긴 했지만, 거센 분노의 흐름을 되돌리긴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 현대사에서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누구도 피를 흘리지 않고 부패한 지도자를 거의 축출한 작금의 상황은 시쳇말로 ‘사이다’이다. 이제 시민들은 저마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있다. 계기가 마련됐으니, 그런 날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정말 그럴까. 12일 개봉하는 은 이명박 정권 당시 YTN, MBC 등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거나, 편향적인 보도와 인사에 항의하거나, 그도 아니면..
정치란 무엇인가? 대학 신입생 때 정치학개론 문제였다. 데모하느라고 결석을 밥 먹듯이 해 수업내용 대신 상식에 기대어 “만백성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이라고 썼다가 낙제점을 받았다. 이후 정치학 박사가 되고 30년 정치학을 가르치면서 같은 질문을 받으면 나는 “갈등조정의 제도화”라고 답한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들을 국회와 같은 제도의 틀 내에서 조정하는 일이 바로 정치라는 이야기이다. 촛불혁명을 바라보면서 이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의 최고경쟁력은 민주화운동, 사회운동이다. 외국 학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골리앗 투쟁, 촛불, 희망버스 등 우리의 운동을 너무 부러워한다. 그러면 나는 “이 운동들이 자랑거리가 아닐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답한다. 그렇다. 치열한 거리 ..
교육부가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모든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친일·독재를 미화해 폐기해야 마땅할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제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부른 것은 검정 절차 탓이라는 지적이 있어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중·고교에서 쓰일 검정 역사교과서가 집필기준에 미달하면 검정 심사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의 큰 틀을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도록 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로 만들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
한국의 외교안보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둘러싸고는 일본으로부터 공박당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의 전방위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박근혜 정부 외교정책 실패의 후과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를 원칙 없이 오가다 덫에 빠지고, 미래지향적 결정이라며 성급하게 위안부 문제 합의를 했다가 일본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대응책 하나 없이 외교 실패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제는 중국군 폭격기 6대와 조기경보기 1대, 정찰기 1대 등 군용기 10여대가 제주도 남방 이어도 인근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해 들어왔다. 2013년 말 식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