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며 또다시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탄로 난 이후 이런저런 변명으로 한 달 가까이 사퇴 요구를 피해왔다. 이번에 대통령 도울 시간이 필요해 대표직을 좀 더 하겠다는 것은 시민 분노가 누그러질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시간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내각이 공중분해되거나 올스톱된 마당에 대통령 사수의 마지노선인 새누리당 친박세력마저 무너져선 안된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이 대표는 “고립무원의 대통령이 힘들게 이 난국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시고 괴로워 신음하시는데 나 혼자 맘 편하자고 유유히 곁을 떠나는 의리없는 사..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나경원 의원 등 비박근혜계 새누리당 의원 40여명이 어제 긴급 회동을 갖고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올바로 수습하려면 당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우·김세연 등 중립성향 의원 21명도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사태를 수습해야 하니 지도부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궤변이다. 국가적 혼란을 맞아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론 하야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위해 방어막..
세월호 참사 5개월이 넘도록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못하고 국회 정상화를 지체시킨 데는 누구보다 집권당의 책임이 크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으로 발생한 것이고 현재의 교착 국면은 진상 조사에 소극적인 집권세력이 초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당으로서 이런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혀 자기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지난 26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강행하려다 30일로 미루어지자 정의화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면서 화풀이를 하고 있다. 가능한 한 여야가 함께 등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의장은 집권당의 대리인도 아니고 꼭두각시도 아니다. 의장이 집권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집중 공격하는 것은 공..
“우리가 죄인입니까.” 지난 2일 경찰에 가로막힌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절규하듯 한 말이다. 이들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지 135만여명분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면서 청와대로 향하던 중이었다. 세월호 참사 144일째. 추석을 앞둔 세월호 가족들은 ‘거꾸로 선 세상’에 살고 있다.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가족들이 단식과 농성과 삼보일배까지 하면서 호소해야 하는 세상. 사회적 위로와 공감과 치유의 말은커녕 “시체장사” “유가족충” 등 온갖 모욕의 말과 행동들을 견뎌야 하는 세상.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죄인’이자, 일상 복귀를 바라는 ‘일반 국민’의 바람을 거스르는 ‘반(反)국민’으로, 사회적 ‘왕따’로 몰리고 있는 세상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다수당으로서 법안을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그 이유가 ‘위헌적인’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판·검사 출신들이 즐비한 ‘율사당’에서 이런 주장은 ‘난센스’다. 현 원내지도부가 심심하면 ‘만악의 근원’처럼 지목한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말한다. 새누리당이 눈엣가시로 삼는 조항은 쟁점법안의 신속처리를 위해서는 관련 상임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국회법 제85조의 2다. 이 조항이 다수결 표결을 규정한 헌법 49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 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
태초에 말씀이 있는 이유가 있다. 진실은 말이 있어야 존재한다. 신문에 활자화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된다. 어떤 언어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적과 동지, 이익과 손해, 정의와 부정의가 달라진다. ‘신자유주의 좌파’ 정부에서부터일까. 나는 국어 해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녹색 성장’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권이 절정일 줄 알았는데, 이제 더 이상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 아닌 것 같다. 대필과 표절은 사법적, 윤리적 범죄행위다. 그런데 사람들은 ‘스캔들’이라고 한다. 성폭력은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인데 ‘실수’라고 말한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인데, 왜 다들 대책위원회를 만드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주로 문제되는 사안들(투기, 탈세, 병역 비리, 학력 위조)도..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이 어제 만나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 25일 어렵사리 첫번째 면담을 한 다음 약속했던 2차 협의를 진행한 것이다. 당장의 구체적 성과물 도출 여부를 떠나 국회 입법권을 쥐고 있는 여당이 세월호 유가족과 대화의 자리를 이어가는 것, 어찌 되었든 소망스러운 일이다. 이제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는 세월호특별법은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월호특별법이 풀리지 않으면 정국은 정상화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특별법 타협안이 연거푸 두차례나 유가족들에 의해 거부되면서 세월호 정국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결과적으로 여당과의 합의안을 두차례나 깬 꼴이고, 특히나 유가족들로부터 기본 신뢰마저 잃은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 협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어제부터 8일까지 예정되었으나 열리지 못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치,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특히 7·30 재·보선 승리 후 새누리당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져 이대로는 청문회가 이 달에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된 지 두 달을 넘겼지만 여야가 함께 국정조사를 한 것은 기관보고를 받은 8일에 불과하다. 세월호 진상과 책임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아예 중단된 상태다. 최대 쟁점인 진상조사위의 수사권 부여와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오던 여야가 재·보선 후엔 손을 놓고 있는 꼴이다. 선거 참패로 제 몸 가누기에도 벅찬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을 이끌 동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