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다룬 SBS 에 지난 한 주 트위터 사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촛불 여론을 폄훼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 대한 분노도 높았다. 트위터코리아가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트위터상에서 가장 이슈가 된 핫 키워드들 중 주목할 만한 단어를 분석해 22일 발표했다. 지난 한 주간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단어는 였다. 19일 방송된 는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다루며 19%에 달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주요 방송 내용을 공유하며 줄기세포 시술 의혹과 7시간의 행적이 철저히 밝혀지기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이름은 두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
오늘 시위가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장면들의 한 주인공은 10대들이다. 그들은 이번 시위에서 최초이자 거의 유일하게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급진적인 성인들도 꺼렸을 단어를 그들은 거리낌없이 내걸었고, 이 싸움이 박근혜 퇴진을 넘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임을 환기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감동할 것 하나를 빠트린 듯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런 걸 거의 가르치지 않았다. 우리가 가르친 건 이 고약한 자본 체제에서 나만 살아남는 법이었고, 그들의 미래를 위한 최선이라 믿었다. 그런데 혁명이라니, 세상에. 나는 잠시 어쭙잖은 감회에 젖는다. 15년 전 어느 날, 불현듯 나는 한국의 아이들이 전에 없던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발견했다. 동네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일제히 사라졌다는 것과 함께 늘 이어오던..
역사는 2016년 가을을 ‘사기꾼들의 전성시대’로 기록할 것이다. 미국에서 사기꾼들이 최고의 호경기를 누렸던 때는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의 재임 기간이었다. 금시장을 공황 상태에 빠뜨렸던 ‘검은 금요일’과 대통령의 개인 비서 등이 정부 돈 수백만달러를 빼내 썼던 ‘위스키 링’ 추문은 모두 그랜트의 비호 또는 묵인 아래 발생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그랜트주의’는 무능, 부패, 담합, 족벌주의, 정실인사가 버무려진 ‘잡탕 스캔들’을 상징한다. ‘그랜트주의’는 내년부터는 ‘트럼프주의’에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 역사상 가장 자질이 떨어지는 대통령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막장 드라마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막장 드라마는 종영을 앞두고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대통령과 호..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변호인 선임을 계기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기존 태도를 갑자기 바꿨다. 그동안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기를 피하며 눈치 보던 박 대통령이 구차한 이유로 검찰 수사를 미루면서 반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때맞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 세력도 대통령 옹호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위기 때마다 동원했던 박 대통령의 수법 그대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과 백남기 농민의 사망 등 자신에게 불리한 사태가 발생하면 버티면서 책임을 회피해왔다. 야당과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기 일쑤였고, 여의치 않으면 색깔론을 제기해 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했다. 문제 해결을 미룬 채 소모적 갈등을 불러일으킨 뒤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핑계로 덮고 넘어가려 했다. 여당과 지지자..
국가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국가의 행위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사회계약설의 개념이다. 사회계약설은 계몽사상의 핵심 논리로 근대 민주주의 사회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구태여 사회계약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적어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에서 그런 믿음을 저버리는 국가의 행위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국가’의 이름을 내세운 정치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나치 독일이나 군국주의 일본이 그러했으며, 3대 세습체제인 북한도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행위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 우리..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대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진도 앞바다, 차가운 맹골수로에 갇혀버린 그대들의 꿈을 생각합니다. 4월16일, 슬프고 잔인했던 그 봄날을 다시 맞습니다. 노란 리본을 꺼내어 가슴에 달아봅니다. 리본 다는 손이 이내 부끄러워집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또 한 번의 봄을 맞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 국가의 무능, 정부의 부재 2014년 4월16일, 그날의 풍경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TV 화면 속 대형 여객선은 기울고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온 나라가 두 눈 뜨고 지켜보는데 곧 모두 구조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대참사, 대재앙을 ..
내가 세월호인 것이다. 내가 바로 차디찬 바다로 가라앉으며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부실한 배’였던 거다. 그러지 않고선 목련과 벚꽃을 피우는 이 따스한 봄날의 햇살 아래서도 이리 추울 리가 없다. ‘4·16’을 여드레 앞둔 지난 8일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세월호 북콘서트’가 열렸다. 유가족들의 육성기록을 담은 이란 책을 갖고 유가족과 선생과 학생들이 모여 앉아 세월호 참사 1년을 되짚어보고 앞날의 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북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1부에서는 선생과 학생과 인권운동가를, 2부에서는 의 출간에 참여한 유가족과 작가를 모셔 이야기를 들었다. 1부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1년은 ‘참사’란 말의 의미를 실감한 시간이었다고, 배가 침몰해..
2044년 4월, 한국 국민들의 눈이 뉴스 화면으로 쏠렸다. 아나운서가 흥분한 목소리로 인양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네, 드디어 선체가 인양되고 있습니다. 오랜 수색에도 찾지 못했던 실종자의 유해가 배 안에 있을지, 또 침몰 원인도 규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2014년 304명의 희생자를 내며 침몰했던 세월호는 그 뒤 무려 30년간을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가 햇빛을 봤다. “할아버지, 당시엔 인양 기술이 없었나 봐요? 이제야 배를 꺼내는 걸 보면.” 14살 손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줬다. “그렇지 않아. 기술은 충분했단다. 다만 당시 정부가 인양에 적극적이지 않았어.” 손자가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니, 왜요? 배를 꺼내야 사고 원인을 규명하지 않나요?” 손자의 당연한 질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