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또다시 세월호 문제를 거론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만난 자리에서다. 교황은 첫 질문으로 “세월호 문제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한다. 교황의 관심이 반가우면서도 부끄럽다. 지구 반대편의 교황은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데 ‘지금 이 땅’에선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는가. 방한한 교황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네 차례 세월호 가족을 만났다. 서울 광화문 시복미사 전 차에서 내려 단식 중이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손을 잡은 장면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국에 머물던 내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던 그는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고통 앞에..
법원이 세월호 침몰 당시 부실구조 책임으로 기소된 전 해경 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광주지법은 전 목포해경 123정장 김경일 경위(해임)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조 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사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로 평가한다. 재판부는 “김 전 경위는 123정 승조원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건져 올리도록 지시했을 뿐 승객들을 배에서 빠져나오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며 “김 전 경위의 과실로 상당수 승객이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하면서 유가족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경위가 123정 방송장비로 퇴선 방송을 하거나 승조원들을 통해 퇴선 유도 조치를 했다면..
며칠 전 송년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갈수록 나쁜 일만 기억나는 건 나이 탓일까요, 세상이 절망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일까요?”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이런 답이 돌아온다. “잘 생각해보면 좋은 일도 많이 있었을 겁니다. 일상의 행복은 살금살금 내딛는 고양이 발걸음 같아서 잘 기억나지 않는 법이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이 탓이건, 세상 탓이건 기억은 선택되기 마련이고, 기억이 아니라 오히려 망각이 문제일 수 있겠구나 싶다. 그래도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다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우리는 강물을 마시면 이승에서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레테의 강’을 숙명적으로 건너야 하는 존재다. 니체의 말처럼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삶 속에서 짊어진 ..
대한항공 회항 사건에서 계속 생각나는 것은 승무원들의 스트레스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14시간가량, 그들의 몸과 마음은 어떤 지경이었을까. 이후 기내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큰 사고 없이 업무를 수행했으니 다행이다. 극심한 감정노동 수행 중에 ‘라면 상무’ 같은 승객이 탑승했다면? 만일 조현아씨로 인한 승무원의 스트레스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 안전사고인가. 승무원과 승객, 국민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사고가 났다면 명칭은 ‘조현아씨 사고’다. 나는 세월호 역시 안전사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이 사건의 본질을 은폐한다. 재난, 재해가 모두 안전사고는 아니다. 발단에 따라 다르다. 세월호가 안전사고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통념이 전 국민..
세월호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와 진도군·의회·군민대책위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실종자 9명을 찾아 가족 품에 돌려주기 위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사고해역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민들을 위해 선체를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견을 주도한 진도군민대책위는 “진도 주민들은 세월호 선체 인양과 그 후속 조치들이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대형 재난사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모범적 선례로 남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들의 호소를 경청해 인양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인양을 포함한 선체 처리 방안은 해양수산부 산하 태스크포스(TF)의 기술검토를 거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결정하게 된다. 기술적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 작업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첫 번째 다큐멘터리영화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관객 3만명을 돌파했다. 독립영화의 열악한 배급 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1만명이라는 관객 수조차도 얼마나 넘기 어려운 고지인지 잘 알 것이다. 개봉일 겨우 19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한 은 스크린 수의 절대적 열세에도 단 5일 만에 관객수 1만명을 돌파, 개봉 11일 만에 2만명 돌파, 개봉 3주차에 3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의 흥행이 ‘기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작은 영화관들의 연대와 국민들의 호응만으로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전폭적 지지에도 멀티플렉스 극장은 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관객들이 멀티플렉스 극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상영을 요청해도 “상영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하..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중단됐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36년형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참사, 그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 제1장(章)을 마감했다. 사고 발생 209일 만이다. 세월호 실종자 9명의 가족들은 어제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더 이상 생겨선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사들의 안전”이라며 수색 중단을 공식요청했다. 정부는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색 작업을 끝내고, 선체 인양에 대한 논의에 착수키로 했다. 실종자 가족의 결정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말처럼 “가슴 절절한 용단”이다. 선체 상태와 겨울철 기상여건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수색작업은 또 다른 인명피해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색 중단..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결심 공판이 어제 열렸다. 검찰은 살인 혐의가 적용된 이 선장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나머지 선원 14명에게는 무기징역~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304명이 희생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유족과 생존자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겼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1심 재판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되고 다음달 선고만 남겨두게 됐다. 검찰 수사와 1심 재판에서 드러난 선원들의 행태는 차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은 해경에 가장 먼저 구조될 때까지 퇴선 안내 방송 등 구조를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퇴선한 후에도 승객 구조 활동을 외면했다. 법정에서도 깊이 자성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