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본격적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성사됐다. 여야는 어제 세월호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을 일괄 타결했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극한 갈등을 겪은 끝에 세월호특별법에 마침표를 찍게 된 셈이다. 국가적 참사 앞에서 수습의 핵심인 정확한 진상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반년을 넘겨 이제야 마련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생때같은 아들딸과 가족을 잃은 유족, 사경을 헤치고 나온 생존자들이 그간 겪었을 비통과 참담함을 헤아릴 길이 없다. 여야가 타결지은 내용을 보면 기존 ‘9·30 합의’에 세월호 유족의 참여를 일부 강화한 선이다. 우선 여야가 특검 후보군 4명을 특검추천위원회에 제시할 때 새누리당이 사전에 세월호 가족의..
세월호 참사 167일째인 어젯밤,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여야 대표 간 합의가 비로소 이루어졌다. 여전히 10명의 실종자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유가족은 심리적 치료와 치유 과정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농성 중인 참담한 상황에서 기대와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도대체 왜 300명이 넘는 생명이 그렇게 허망하게 스러져가야 했는지에 대한 진실 발견과,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단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아직 대표 간 합의에 대해 양당 의총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남아 있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진정한 첫발’을 이제 겨우 내디뎠다고 볼 수 있다. 냉정하게 바라보자. 왜 이렇게 늦어졌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은 하나다. ‘정치적 계산..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 세월호특별법에 막혀 공전을 거듭해온 국회도 어제 저녁 정상화됐다. 5개월여를 끌며 극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온 세월호 정국이 여야의 벼랑 끝 타협으로 일단 정치적 출구를 마련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야의 합의안은 또다시 세월호 유가족들의 뜻을 배제한 채 이뤄졌다. 유가족들이 여야의 합의안을 공식 거부, 세월호특별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합의는 8월19일 ‘2차 합의안’을 기본으로 특별검사 선정 과정에서 야당의 추천권을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구체적으론 ‘여당 몫 특검추천위원 2명에 대한 야당·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골자로 한 2차 합의안에 ‘특검추천위원회가 특검 후보 추천 시 여야가 합의한 4명 중 2명을 ..
아이가 학원을 갔다가 연락도 없이 늦을 때가 있었습니다. 큰 애와는 다르게 휴대폰 배터리 충전을 제때 해놓지 않는 탓에 귀가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연락이 되지 않으면 혹시라도 흉한 일을 당했을까 초조해져 애타게 아이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4월16일 참사가 발생하고 부모들은 하루하루를 이러한 기다림과 백배 천배의 간절함으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그 간절함은 우리의 목숨줄까지 끊어 놓을 수도 있겠다는, 거의 죽음의 문앞에까지 갔다가도 오늘은 찾을 수 있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목숨을 부지하던 날들이었습니다. 팽목항의 시계는 이렇게 늘 24시간을 지나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9월30일이 유가족이나 실종자들에게 168일째의 ‘4월16일’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매번 미뤄지는 수색완료 목표 예정일..
태초에 말씀이 있는 이유가 있다. 진실은 말이 있어야 존재한다. 신문에 활자화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된다. 어떤 언어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적과 동지, 이익과 손해, 정의와 부정의가 달라진다. ‘신자유주의 좌파’ 정부에서부터일까. 나는 국어 해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녹색 성장’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권이 절정일 줄 알았는데, 이제 더 이상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 아닌 것 같다. 대필과 표절은 사법적, 윤리적 범죄행위다. 그런데 사람들은 ‘스캔들’이라고 한다. 성폭력은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인데 ‘실수’라고 말한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인데, 왜 다들 대책위원회를 만드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주로 문제되는 사안들(투기, 탈세, 병역 비리, 학력 위조)도..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만하다고 보았던 최근 여야 합의안도 거부한 것이다. 충분히 고생한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싸움을 접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가 죽어갈 때 구해주지 못했던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벗고 싶습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죽은 아이를 살릴 수 없기에 억울한 죽음의 이유라도 밝히는 것이 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중립적인 사람, 정부와 여당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아이가 죽은 뒤에 뼈와 살이 갈려져 나가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다른 사람도 이런 고통을..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생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 만인 어제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입원 뒤에도 수액 주사 외에 식사는 거부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가능한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걸 못 보고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없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타깝고 참담할 따름이다. ‘유민 아빠’가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7월14일이다. 당초 예상한 단식 기간은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처리 시한으로 합의했던 7월16일까지였다. 그러나 특별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사흘 하려던 단식이 40일에 이르렀다. 그사이 김영오씨는 57㎏이던 체중이 47㎏으로 줄어들 만큼 쇠약해졌지만, 달라진 건 없다. 4..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째인 22일 병원에 실려갔다. 김씨의 혈압은 90/60, 혈당은 57-80, 체중은 47㎏으로 혈압·혈당·체중 모두 정상치에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제대로 단식을 했으면 벌써 (병원에) 실려 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던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말대로 됐다. 김씨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해온 이유는 하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것이다. 다른 세월호 가족들처럼 김씨 역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 진실을 은폐할 동기가 있다고 의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진상조사건, 특검이건 정부·여당의 입김에서 가급적 자유로운 인사들이 진실 규명의 주체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