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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당 지지자들이 26일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대만 선거는 지방선거로는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력 사용 발언으로 어느 때보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이다. 차이잉원 총통과 집권 민진당은 선거 기간 중국의 위협을 부각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투표할 것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야당인 국민당이 독립을 포기하고 중국과의 화해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노선을 표방해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호소가 어느 정도 먹힐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7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개 지자체장 가운데 민진당은 5곳에서만 승리했고 야당인 국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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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곧 주거단지가 봉쇄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지난 23일 식료품을 사재기하러 온 주민들로 대형마트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독자 제공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이 카타르 월드컵에 당혹하고 있다. 관중 수만 명이 거리 두기는커녕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중계방송으로 보고 충격받은 것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 같다” “저곳은 축제인데 이곳은 공공장소에도 못 모인다니”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가 당국 검열 탓인지 사라졌다고 한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2020년 팬데믹 시작 이래 최악이다. 지난 23일 기준 확진자가 역대 최고치인 3만명을 넘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 번째 임기 시작에 맞춰 완화되던 방역은 다시..
“농협계좌로 부탁합니다.” 농업 단체에 강의비나 고료를 받을 때 받는 부탁이다. 농촌 구석까지 있는 금융기관이 농협이기 때문에 이체 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스쿨뱅킹 계좌도 대부분 농협이다. 다른 은행으로 금융업무를 처리하려면 학교에서 수수료를 내야 해서 가급적 농협으로 한다. 농민들은 농산물 출하대금과 농업정책자금을 수령하려면 농협계좌 보유는 필수다. 금융사고도 많은 금융기관이지만 ‘곧 죽어도 농협’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농협계좌 하나씩 트게 되어 농협은 금융정보의 핵을 거저 쥔다. 정부의 주요 금융파트너이자 ‘민족은행’이라는 명분을 내건 농협의 정식명칭은 ‘농업협동조합’.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조와 복지 증진이 설립 목적이다. 농민조합원의 농산물 생산과 수매를 돕고, 소비자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는 정평이 나 있다. 정치중립이 생명인 검찰총장직을 박차고 나와 전격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명분이 헌법수호였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떼어내려는 당시 정권으로부터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결단임을 역설하였다. 자유삭제라는 인위적 설정이나 검찰을 정치화하여 헌법질서를 훼손한 본인의 행적을 연상하면 뜨악하기는 했지만 여하튼 헌법수호의 구호만은 분명히 각인되었다. 가까스로 당선된 후 취임사에서 애써 강조한 핵심요지도 그러했다.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윤 대통령이 수호한다는 헌법의 정체성이다. 반지성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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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꽃산행. 춘향의 묘 근처 지리산 구룡계곡을 탐방하고 남원에서 묵기로 했다. 모텔은 낡았다. 눅진하고 퀴퀴한 냄새들이 컴컴한 계단에 잔뜩 뭉쳐 있었다. 아침에 세수하려는데 녹슨 수도꼭지에서 물이 힘없이 흘러나왔다. 쫄쫄쫄, 부실한 지하자원을 받으려고 두 손바닥에 힘을 주고 쪽 진 바가지처럼 모을 때, 열 손가락 끝이 해안선처럼 제법 발달하였다. 텅 빈 손이 마치 거꾸로 선 세계지도 같다는 상상을 했다. 물이 금방 손가락 절벽 아래로 흘러넘쳤다. 보잘것없는 나의 몸도 나에겐 대륙이다.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 많다. 호두 같은 두개골 너머 저 어딘가에 있을 무의식도 구조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믿고 의지하는 의식에도 낡은 모텔처럼 지하실이나 다락방 같은 구조물이 있다는 것. 지금 그 속에는..
북태평양 플라스틱 섬에서 우연히 한글이 적힌 쓰레기를 발견한 건 2018년 9월이었다. 그린피스 팀은 물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어 올려 국적과 제조사를 확인했다. 누가 이 쓰레기를 만들었고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추적하는 과정이다. 형체가 온전한 쓰레기가 많지 않아 작업은 더뎠지만, 빨간 병뚜껑에 새겨진 하얀 코카콜라 로고나 푸른 바구니 옆에 적힌 한자는 선명했다. 그러다 손에 잡힌 게 우리나라 식품기업의 하얀색 플라스틱 통이었다. 마요네즈를 담는 통이 분명했다. 하필이면 한글이 볼록하게 각인되어 지워지지도 않았다. 나는 바다 이끼가 잔뜩 붙은 냄새 풍기는 통을 꽁꽁 싸서 집으로 갖고 왔다. 방송과 강연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머나먼 북태평양 플라스틱 섬에 우리나라 쓰레기도 있다니. 다들 놀라..
2022년 10월29일 밤, 서울 용산 이태원동 119-7번지 골목에서 두 번째 세월호가 침몰했다. ‘두 번째 세월호’란 말을 수차례 쓰고 지웠다. 한 번 비극을 겪었다고 다음 비극이 슬프지 않은 건 아니다. 웃다가도 심란하고, 자다가도 수시로 깼던 지난 한 달이었다. ‘두 번째 세월호’는 참사 규모만 해당하지 않는다. 유족을 향해 ‘시체장사’라 하더니 이번엔 ‘감성팔이’라 비난하고, 꼬리 자르기식 책임 전가가 등장하는 장면도 8년 전과 유사하다. 애도와 추모를 탈정치로 몰고 가려는 시도 또한 낯설지 않다. ‘두 번째 세월호’는 국가 권력의 총체적 무능이 한 사회를 유지하는 상식적 기준을 무너뜨렸고 정치적 내전을 불사했던 상황을 집약한 말이다. 정부가 사고라 고집해도 이태원 참사는 명백한 정치적 참사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가르쳐 드릴까요. 열일곱 살이에요. 가만히 가만히 오세요. 요리조리로….” 전시장에는 박단마(朴丹馬)의 1938년 유성기판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일제의 황국신민화정책이 극에 달할 때에 요즈음 걸그룹 같은 박단마의 인기절정의 사랑노래다. 지금 미국 LA카운티뮤지엄(LACMA·라크마)에서 ‘한국 미술의 근대 - 사이의 공간 The Space Between’과 ‘박대성 - 생명의 필묵 Virtuous Ink and Contemporary Brush’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전자가 유화·사진·조각 130점이고, 후자는 초대형 필묵 작품 8점인데, 이런 대칭적인 전시구도로 서울에서는 열린 적이 없다. 이미 한국은 서화에서 미술로 예술의 판도가 뒤집어졌고, 사진은 여전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