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면 굶어 죽진 않을 것 같았어.” 고작해야 24살, 단칸방에 살면서 변변한 기반 없는 아빠랑 왜 결혼했냐는 물음에 나온 엄마의 답이다. “사랑했으니까” 같은 낯부끄러운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멋없는 대답일지는 몰랐다. 사실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는 없다. 가장 작은 경제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인 ‘가족’을 남과 꾸리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더군다나 여성 가구주의 빈곤율이 남성 가구주의 빈곤율보다 월등히 높은 이 나라에서, 엄마의 경제적 선택으로서의 결혼 이유는 더 무겁게 다가온다. 엄마의 결혼 이유를 뒷받침하듯 빈곤한 여성 가장들의 죽음은 계속 이어진다. 지난 23일, 신촌에서 생활고를 이유로 두 여성의 삶이 또 스러졌다. 2022년 11월 신촌 모녀, 8월 수원 세 모녀, ..
나무에 아크릴(32×44㎝) 내 마음 나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는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또 불같이 화를 내고 있습니다. 짜증이 밀려오고, 또 그러다가 고요하고 평온해집니다. 아무 감정 없이 냉정해졌다가,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우울해하다가, 작은 것 하나로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루에 몇십 번씩 바뀌는 나의 감정 때문에 나의 나이테는 점점 더 짙어져만 갑니다. 연재 | 생각그림 - 경향신문 303건의 관련기사 연재기사 구독하기 도움말 연재기사를 구독하여 새로운 기사를 메일로 먼저 받아보세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검색 초기화 www.khan.co.kr
2018년, 한국은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5100t에 달하는 쓰레기를 불법 수출했다. ‘합성 플라스틱 조각’으로 신고된 화물이었지만 각종 유해물질과 쓰레기가 섞여 있었다. 그린피스 필리핀과 한국 사무소의 대응으로 쓰레기는 한국으로 반송됐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 폐기물은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로 보내지고 있다. 올해 3월에 유엔 회원국들은 케냐에 모여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는 역사적인 결의안을 채택했다.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다룰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정을 2024년까지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28일부터 우루과이에서 열렸다. 그린피스 필리핀사무소에서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플라..
나는 무엇인가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경우에는 가능하면 그 판단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세상에 판단해야 할 사안은 수없이 많고 그중에는 판단의 시기가 이를수록 좋은 것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좋은 정보를 모으고 이것저것 따져 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주변에서 중요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든 일찍 하는 게 좋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대학 교수들 중에도 입학시험, 장학금 수혜자 선정 등에서 면접이나 서류심사를 할 때,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꿈이 ‘구체적’일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특수한 기능을 살려야 하는 분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해준다고는 하지만, 이것 또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왜냐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점점 더 진해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 이제 우리도 온실가스를 심각한 오염물질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며칠 전 중동의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7이 막을 내렸다. 카타르 월드컵의 폭발적인 열기만큼은 아니지만, 매년 지구 곳곳에서 반복되는 기후변화 피해 때문인지 과거에 비하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 특히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과연 COP27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인가에 있다. 매년 반복되는 COP회의는 결국 인류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
한국의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가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우주시대 서막을 연 것은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소련(현 러시아)이었다. 이듬해 미국이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86개 나라가 우주 진입을 시도했다. 대기에는 이들 나라에서 발사한 1만1000여개 위성과 우주선 등이 떠 있다. 하지만 자체 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발사체 발사국을 뜻하는 ‘스페이스 클럽’의 11번째 회원이 됐다. 1t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
나는 늙어가는 공영방송론자다.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의 시대가 열렸지만, 나는 아직도 시민들에게 무료로 고품질 방송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고품질 방송이란 공정한 뉴스, 역사 드라마, 코미디, 국가대표 스포츠 중계, 재난 정보를 포함한다. 이런 내가 공영방송 사업자에 실망하는 이유는 내용이 공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기술적 혁신에 실패해서 디지털 역무를 제공하는 지상파 플랫폼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그렇다. 나는 멸종하는 자유주의 신문론자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갖 수준의 정보와 오락물이 넘치는 가운데 신문이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믿는다. 여기서 자유란 국가의 간섭과 기업과 시민사회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자율적으로 편집..
공공부문 총파업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볼모론과 불법 규정, 침소봉대와 강경 대응의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나 때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이 넥타이 매고 정자세로 경청했다’는 말만큼이나 식상하다. 식상한 대응은 적절한 대응이 궁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총파업을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이기적 행동’으로 규정하면서 이로 인해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처럼 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사실상 정권 퇴진 운동’이라며 확대해 이번 총파업을 정치적 파업으로 규정했다. 과연 우리나라 경제가 일부 공공부문 총파업으로 위기에 처할 수준인가. 물론 굳이 왜 이 어려운 시기에 파업을 하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