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은 1981년 미국 항공관제사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진압을 떠올리게 한다. 그해 8월3일 연방 공무원 신분인 관제사들이 근무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레이건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즉시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파업 관제사들이 48시간 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만3000여명의 파업 관제사 중 1600여명만이 복귀했고, 레이건은 이틀 후 1만1300여명의 관제사들을 해고했다. 또한 해고된 이들이 향후 어떠한 공직에도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관제사 노조는 그해 10월 해산된다. 이 사태를 놓고 보수진영은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으로 대..
세상은 참 이상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도 이상해질 때가 있다. 일상의 사물은 표면의 일부만 슬쩍 보여주면서 제 비밀을 털어놓을 상대를 늘 기다리고 있다. 주말 농사에 열심인 친구가 모둠전을 앞에 두고 한마디 했다. 이상해, 밭일하다가 호박을 만나면 유독 기분이 움푹 깊어져. 그땐 달리기에 막 빠져서 그랬을까. 그 말을 듣는데 문득 텃밭이 육상시합이 벌어지는 운동장, 그중에서도 호박은 줄기 따라 뛰어가는 마라톤 선수 같다는 상상을 했다. 그 무렵 잠실에서 출발하여 송파 일대를 달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호기롭게 시작하였으나 이내 기진맥진, 어느 교차로에서 길이 갈렸다. 풀코스는 좌회전, 하프코스는 우회전. 나는 경험하지 못할 경지를 향해 뛰어가는 선수들의 등을 바라보는데 왠지 눈시울이 좀..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이 1년이 되었다. 장애인에게도 교육받고, 노동하고, 시설이 아닌 동네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말을 당연한 말로 만드는 것이 참 힘들었다. 20년 전부터 선로에 뛰어들고 도로를 기어가는 일을 숱하게 반복하고 나서야 이동편의증진법,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이 제정되었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미흡한 법률도 문제였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 컸다. 정부는 매년 예산이 아니라 말을 책정해왔다. ‘노력하겠다’, 이것은 말이지 돈이 아니다. 그리고 말로써는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담은 투쟁이 이토록 계속된 것은 정부가 자꾸 돈 대신 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전국장애인차별..
(49) 살곶이다리 1971년, 2021년 살곶이다리. 셀수스협동조합제공 서울의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중랑천변에 600년이 된 돌다리가 놓여 있다. 이름하여 ‘살곶이다리’다. 한자로는 전곶교(箭串橋)라 쓰는데 여기서 전(箭)은 화살을 이르는 말이다. 야사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가 왕자의 난 이후 함흥에서 은둔하다 마지못해 한양으로 되돌아오는 행차를, 태종이 이곳 중랑천까지 나와 맞이했다. 이때 태종의 신하 하륜이 그늘막 기둥 뒤에서 부왕에게 절을 하라고 조언했다. 태조가 태종을 향해 활을 쏘았는데 화살은 기둥을 맞혔고, 그제야 이성계는 하늘의 뜻이라 탄식했다 한다. 그 이후 이곳을 ‘살곶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다리가 만들어진 경위도 태종과 관련이 있다. 태종은 세종에게 ..
미국 주요 일간인 뉴욕타임스 기자를 포함한 직원들이 8일(현지시간) 자정부터 24시간동안 한시적으로 작업을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이같은 파업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미국의 언론사인 뉴욕타임스 노조가 8일 자정(현지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비록 24시간 동안 하는 한시적 파업이지만, 이 신문 노조가 1981년 6시간 반 제작 거부를 한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라고 한다. 노조원 약 1400명 중 11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노조원 상당수가 기자들이어서 이날 하루 신문 제작과 인터넷 콘텐츠의 공백이 생겼다. 뉴욕 뉴스길드(뉴욕 언론노조) 뉴욕타임스 지부는 성명에서 “사측이 노동자들과의 단체협상에 선의를 보이지 않았고, 노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을 결..
이달 4일 종영한 tvN 드라마 은 먼 옛날 권력암투가 도사리는 지엄한 궁궐에서, 어머니가 모진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우산처럼 자식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임금을 사이에 두고 대비(김해숙)와 중전(김혜수)의 대립을 중심으로 극이 펼쳐진다.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모자 관계가 나온다. 임금의 어머니 대비, 세자와 왕자들의 어머니 중전과 여러 후궁들, 독살당한 태인 세자의 어머니 폐비 윤씨까지. 아들을 세자로 만들기 위해 왕실교육에 뛰어드는 엄마들의 치맛바람 속에서, 궁궐은 이들의 사랑과 집념, 욕망으로 넘쳐난다. 그중 대비는 아들을 수단으로 자신의 야망을 추구하는 데 독보적이다. 그녀는 자신의 자식을 왕으로 앉히기 위해 중전의 소생인 세자를 독살한다. 아들이 왕이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조종하고 지배하..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이제야 연금개혁 논의가 바쁘게 돌아간다. 국회 연금특위에 설치된 자문위원회가 매주 열리고, 보건복지부는 제5차 재정계산 위원회들을 모두 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연금학회 등 전문기관에서도 실제 논점을 가지고 연이어 토론을 벌인다. 여러 자리에 참여하다 보니 이번에는 의미 있는 연금개혁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도 생긴다. 평행선을 달리던 예전과 달리, 연금개혁 방향에서 일정한 흐름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짝으로 다루어진다. 이미 운영되는 두 제도를 함께 개혁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겠지만, 지난 4차 재정계산까지도 노후소득보장 강화는 ‘국민연금’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고, 두 연금을 동시에 바꿀 경우 정치적 부담도 작용했다. 문재..
주변에 지인이 넘치고, 사업이나 뭐나 무난한 이를 보면 백퍼 ‘끌리는 사람’. 이건 연마한 재능이라기보단 성품과 아우라야. “인생에서 배울 점-. 잘해주고 욕먹는다. 깨진 관계는 수선이 어렵다. 친구라도 치부를 보이지 마라. 죽을지언정 남에게 의지하지 마라. 헤프게 웃지 마라, 실성해 보인다. 피식하면 울지 마라, 병들어 보인다. 베풀 때만이 행복이 찾아온다. 길을 잃으면 일단 잠을 자라. 마음이 끌리면 진심이다. 끌리는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한 카운슬러의 일기장) 심쿵 끌리는 사람에겐 암만 도리질을 쳐봐도 쑥쑥 빨려들어. 연말에 약속들이 많은데, 올해 지나기 전에 보잔 말. 역병으로도 막을 수 없는 스킨십. 그러고 보면 수년째 연락이 끊긴 이도 있다. 더는 끌리지 않은 사이란 깨진 사이지. 끌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