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주택(경기도), 누구나 집(더불어민주당), 상생주택·안심주택(서울시), 원가주택(국토교통부)….” 선거철이면 쏟아져 나오는 각양각색의 ‘○○주택’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려면 이 복잡한 정책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분해내야 한다. 비단 주택 영역만의 특징은 아니다. ‘약자와의 동행’ ‘기본 시리즈(기본소득·주택·금융)’ 등 정치 풍토가 어느샌가 브랜딩부터 시작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브랜딩은 당연히 중요하다. 직관적이고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국민이 국가 정책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제 역할을 해낸다면, 정치인의 브랜딩이 그저 표팔이 수단으로만 폄하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동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책의..
특정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도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어느 날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어린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어린이들은 주섬주섬 자기 취향의 이미지를 들고 왔다. 사람일 수도 있었고 동물일 수도 있었고 물건일 수도 있었다. 어떤 사진을 골랐는지 서로 보여주지 않는 게 규칙이었다. 지금부터 그것에 대해 써보자고 제안했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존 버거의 책 과 비슷한 서술 방식을 연습하려는 의도였다. 글을 완성시킨 열두 살의 서영이가 사진을 가린 채 자기 문장을 읽어주었다. “부글부글 타오르는 불을 상상해봐. 불은 말이지, 아주 뜨겁고 때로는 위험한 거야. 무언가를 강요하는 듯한 색깔이기도 해. 왜 그런 거 있잖아. 엄마가 화나면 튀어나오는..
연말을 앞두고 크고 작은 모임이 잇따르면서 술자리가 많아지는 때다. ‘술배와 밥배는 따로 있다’고 말할 만큼 우리 민족은 예부터 술을 즐겼다. 이제 ‘국민주’로 불릴 만한 ‘소주’도 그중 하나다. 우리 역사에서 소주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로 알려져 있다. 이후의 많은 문헌에도 소주가 등장하는데, 표기는 하나같이 ‘燒酒’다. 지금의 표준국어대사전도 “곡주 따위를 끓여서 얻는 증류식 술”로 ‘燒酒’를 올려놓았다. 하지만 현재 시중의 상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파는 ‘희석식 소주’는 한자를 ‘燒酎’로 적는다. 요즘 술병에는 한자를 병기하지 않지만 이전 술병의 상표에는 ‘燒酎’로 적혀 있었다. 아울러 속칭 ‘문화재’급으로 불리는 증류주들 중에는 술병에 ‘燒酎’를 큼직하게 써 놓거나 소개글에 ‘燒酎’로 적어 놓은 ..
종이에 아크릴 (18x26cm)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예쁜 것을 보았을 때. 오늘 나의 복장이 마음에 들 때. 사랑하는 사람이 웃어줄 때.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을 때. 내 앞에서 신호가 바뀔 때. 추운 날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갈 때. 재밌는 꿈을 꾸었을 때. 푹 자고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이렇게 행복은 내 주위 어디선가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재 | 생각그림 - 경향신문 305건의 관련기사 연재기사 구독하기 도움말 연재기사를 구독하여 새로운 기사를 메일로 먼저 받아보세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검색 초기화 www.khan.co.kr
14세의 청소년이 어머니 계정을 이용해 쿠팡이츠 배달을 했다가 논란이 됐다. 쿠팡이츠는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플랫폼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부산 배달대행사에서 일한 라이더는 사고가 나서 일을 못했는데, 하루 4만5000원의 오토바이 리스비를 갚지 못해 700만원의 빚을 졌다. 두 사례 모두 법으로만 따지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일부노동자에게 노조를 결성해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맞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은 노조법을 비웃으며, 다양한 꼼수를 쓰고 있다. 쿠팡이츠에서 배달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 모집을 시작했다. 동네에서 쿠팡이츠 배달을 할 라이더 5명만 모으면 ‘벤더’라는 이름의 사장이 될 수 있다. 본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지난 9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를 거부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에 야당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카드까지 꺼내들 기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할 것처럼 격앙하고 있다. 여당은 이 장관이 물러나면 마치 윤석열 정부가 무너질 듯이 옹위에 나섰다. 한낱 정무직 장관 자리를 놓고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통과조차 뒤로 미뤄놓은 채 격돌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에서 이 장관의 위상이 상상 그 이상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충암고 선후배인 윤 대통령과 이 장관 사이에 얼마 전 상징적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캄보디아..
미국 드라마 는 볼티모어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갱과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극 중 에이본 박스데일(우드 헤리스)이라는 인물은 갱의 우두머리로, 프랭클린 테라스에서 7개 건물 중 5개를 통제하며 그 5개의 건물에서 마약을 거래한다. 심지어 뒷골목까지도 박스데일의 관할 내에 있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지만 묵인한다. 그렇게 박스데일은 마약을 통해 권력자가 된다. 경찰은 이런 그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각종 모략과 술수에 능한 자를 잡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 와 같은 일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마약이 퍼져나가고 있으며, 결국 정부는 올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의 한..
우리는 또다시 변모하는 산업사회의 현실을 농경제 시대의 대의제 민주주의 틀에 쑤셔 넣는 답답한 상황에 봉착하였다 산업사회 현실을 생생하게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마련하고 여기에 기존의 국가 권력을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뚫기 위한 절실한 과제이자,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간절한 포괄적인 의미의 정치 혁신이다 영화 을 보면 레오니다스 왕의 지휘 아래에 똘똘 뭉친 스파르타 전사 300명이 좁은 길목을 막고서 수십 만 페르시아 대군의 진군을 저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좀 뒤틀린 상상력일지 모르지만, 더 효율적이고 더 평등한 산업사회로 나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여의도 입법자 300명의 손에 오롯이 달려있는 우리 처지와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아무리 절박하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