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기자 지난주에 ‘아구찜’이 아니라 ‘아귀찜’이 바른말이라고 했다. 기왕에 음식 얘기가 나왔으니 음식과 관련된 말 하나 더 보자. 소의 양지머리뼈의 한복판에 붙은 기름진 고기를 무엇이라고 할까? 음식점 차림표에는 ‘차돌박이’ ‘차돌배기’ ‘차돌바기’ 등 제각각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정답은 ‘차돌박이’다. ‘박이’ ‘배기’ ‘바기’ 가운데 ‘바기’는 표준어가 아니다. 또 ‘박이’와 ‘배기’는 모두 표준어이지만 의미가 전혀 달라 구분해 써야 한다. 무엇이 박혀 있는 것을 나타내는 말은 ‘박이’이다. 오이의 허리를 서너 갈래로 갈라 속에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를 섞은 소를 박아 넣어 담근 김치가 ‘오이소박이’다. 얼굴이나 몸에 큰 점이 있는 사람이나 짐승은 ‘점박이’, 양쪽 눈 위에 흰 점..
김선경 기자 모처럼 아내와 단둘이서 외식을 했다. ‘아구찜’을 먹으러 갔다. 식사 중 아내가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자격증도 여러 개고, 재주도 참 많아. 정말 팔방미인인데, 왜 안정된 직장을 못 구하는지 모르겠어.” 글쓴이가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한마디 건넸다. “회사는 팔방미인이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를 원하기 때문이지.” 아내가 얘기한 ‘팔방미인’과 글쓴이가 말한 ‘팔방미인’은 글자는 같으나 서로 의미가 다르다. ‘팔방미인’은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부면 공부, 노래면 노래, 운동이면 운동, 그는 정말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다”에 쓰인 팔방미인이 그런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알고 있고 아내도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팔방미인’엔 이와 ..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새해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새해에는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성취하길 바래요”. 이처럼 흔히 ‘생각한 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기대하다’란 뜻으로 ‘바래다’를 많이 쓴다. 그런데 이때 쓰인 ‘바래다’는 ‘바라다’의 잘못이다. 명사형도 ‘바램’이 아니라 ‘바람’이 맞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래다’와 ‘바라다’를 같은 뜻으로 알고 있거나 ‘바라’ ‘바랐어’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색해서 심리적으로 피하고 싶어 ‘바래다’를 자주 쓰는 것 같다. 그런데 ‘바라다’와 ‘바래다’는 둘 다 표준어이지만 의미가 서로 다른 말이다. 희망을 나타내는 ‘바라다’는 “네가 성공하길 바라”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요” 따위로 쓰..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2013년 새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서민들은 새해를 맞는 ‘설레임’이나 새해에 대한 희망보다는 경기 침체로 인한 두려움이 더욱 크다. 새해에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정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본다. ‘설레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고 듣는 말이다. 짜 먹는 아이스크림 이름이기도 하고, 오래전 모 회사 냉장고 지면광고, 최근에는 자동차 방송광고에 ‘설레임’이란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설레임’은 바른말이 아니다. ‘설렘’이 맞는 말이다. 기본형이 ‘설레이다’가 아니라 ‘설레다’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설레다’를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로 정의하고 있다. 내 마음이 들뜨는 것은 내 스스로 감..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본말인 ‘내디디다’ ‘서투르다’ ‘머무르다’에 어미 ‘-어’가 붙은 ‘내디디어(내디뎌)’ ‘서툴러’ ‘머물러’는 바른말이다. 하지만 준말인 ‘내딛다’ ‘서툴다’ ‘머물다’에 ‘-어’가 붙은 ‘내딛어’ ‘서툴어’ ‘머물어’는 틀린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말 표준어 규정 중에는 ‘본말과 준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조항이 있다. ‘내디디다’ ‘서투르다’ ‘머무르다’ ‘가지다’의 준말인 ‘내딛다’ ‘서툴다’ ‘머물다’ ‘갖다’가 이 조항에 해당되는 복수 표준어다. 그래서 복수 표준어이기 때문에 본말과 준말 중 어느 것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내디디고(내딛고)’ ‘머무르..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며칠 전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프로그램의 주제(소제목)는 ‘김장대첩’이었다. 여러 멤버가 팀으로 나뉘어 김장 재료를 더 많이 얻기 위해 경쟁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글쓴이는 프로그램의 내용보다는 ‘김장대첩’이란 말에 더 관심이 갔다. 제작자가 ‘대첩’이란 말을 쓴 이유는 분명 있겠지만, ‘김장대전’이 의미적으로 좀 더 낫지 않나 생각했다. 대전(大戰)과 대첩(大捷)은 의미가 다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대전’을 여러 나라가 참가하여 넓은 지역에 걸쳐 큰 전쟁을 벌임 또는 그런 전쟁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김장대전’이라고 하면 멤버들이 김장 재료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대첩’의 사전적 의미..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의 슛이 골대를 비켜갔다.” “△△△의 슈팅이 골대를 비껴갔다.” 어느 신문에 난 기사다. 같은 내용인데 ‘비켜갔다’와 ‘비껴갔다’로 달리 썼다. 어느 것이 맞는 걸까? ‘비키다’는 ‘무엇을 피해 방향을 조금 바꾸다’는 의미다. 문장의 주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쓰인다. 원치 않은 상황을 만났을 때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나 남을 배려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간다는 뜻이 있다. “앞에 물웅덩이가 있어 비켜갔다” “사람들을 비켜가며 빨리 걸었다”는 사람이 물웅덩이나 다른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피해 간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비켜갔다’로 써야 한다. 이에 비해 ‘비끼다’는 비스듬히 또는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오래전 TV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결혼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봤다. 약골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평생 약을 다려줄 사람이 생겼다”며 ‘아이마냥’ 좋아했다. 그때 글쓴이는 ‘약을 뭘로 다리지? 다리미로 다리면 못 마실 텐데’ 하며 실없이 웃은 적이 있다. 우리말글은 발음이 엇비슷해 표기할 때 헷갈리는 단어가 많다. ‘달이다’와 ‘다리다’도 그중 하나다. 주로 ‘달이다’를 써야 할 자리에 ‘다리다’를 쓴다. 먼저 ‘달이다’는 ‘액체 따위를 끓여서 진하게 만들다’ ‘약재 따위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인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약을 달여줄 사람이 생겼다” “뜰에서 달이는 구수한 한약 냄새만이 아직도 공복인 필재의 구미를 돋우어 줄 뿐이다”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