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너무도 친근한 소설과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대한민국에서는 명백한 ‘불법’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누구든지 정보원, 탐정,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해 영업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독립적 민간인’으로 “비밀과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진실을 발견해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억울한 사람을 구해주는” 만화 속 ‘명탐정 코난’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 ‘그건 형사처벌 받는 불법’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슬픈 일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탐정은 ‘숨겨진 일이나 사건 따위를 추적하여 알아내는’ 일 혹은 사람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정의감에 기반..
평생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루트 비엔호벤은 ‘안전’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며 선결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 전문에도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와 국민의 안전인 ‘공공 안전’의 위협요소는 크게 전쟁, 재해와 재난, 범죄, 질병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모두 ‘예방’이 최우선 과제요 이미 위험이 발생한 뒤엔 아무리 잘 대처해도 사후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대한민국엔 공공보건을 해칠 감염병 예방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문외한으로 가득 차 있고, 전문기관인 질병관리본부는 책임과 권한, 역량과 리더십 없이 우왕좌왕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 토머스 괴탈스 판사는 오렌지 카운티 검찰청 소속 250명 검사 전원에 대해 ‘중범죄 기소권을 박탈’하는 명령을 내렸다. 전무후무한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이유는 살인 등 중범죄를 기소하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들은 감추고, 교도소 재소자들을 회유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허위 증언들을 하도록 교사해 온 관행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충격적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주 법무장관이 철저한 자체 조사를 천명했지만, 학계와 여론은 검사들의 ‘사법방해죄’ 범죄 혐의에 대해 ‘독립 수사기구’에 의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 소재 로욜라 대학 로스쿨 나타포프 교수는 검사들이 ‘나쁜 놈들을 잡아넣을 수 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된다’는 매우 위험하..
파슨스 등 사회학자들은 사회의 기본 기능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제 역할을 못할 때 범죄와 무질서의 증가 등 ‘사회적 고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회구성원들이 규범을 받아들이고 규칙에 따르는 습관을 길러 주는 ‘사회화’, 소질에 맞는 분야에서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아 생활해 나가는 ‘적응’, 미래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 가는 ‘공정한 경쟁’, 그리고 지친 심신을 달래고 회복하는 ‘휴식과 재충전’이 그 네 가지다. 한국사회는 전쟁 등 사회 외적 요인도 없는데 범죄와 무질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사회 네 가지 기본 기능 어딘가에 심각한 고장이 발생했음을 의심케 한다. 그런데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 각 기능의 ‘불량과 고장’에 대한 지적과 경고는 계속되어 왔다. 그 ..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책 는 어떤 나라보다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2010년 출간 이후 125만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 중이고, 샌델 교수는 방한 때마다 최고의 의전 등 ‘슈퍼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지금 할리우드 영화 가 또 다른 형태의 ‘정의’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만화에서 시작한 단순한 ‘권선징악’ 슈퍼히어로 시리즈는 현대사회 모순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은유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폭력과 파괴가 주를 이루는 액션 장르 영화일 뿐이다. 평소 액션 영화를 보지 않는 이들까지 가세해 개봉 보름 만에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자체의 재미나 엄청난 홍보, 대중 동조심리도 원인을 차지하겠지만, ‘나쁜 놈 혼내주는’ 시원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도 바탕에 깔려 ..
총리까지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안보를 해치는 방산비리, 국토 황폐화를 부른 4대강 비리, 스폰서 검사. 그야말로 ‘부패공화국’의 모습이라 할 만하다. 혹자는 학연과 지연 등 비공식적인 연고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사회의 고질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 청렴국가 상위권에 자리 잡은 싱가포르나 홍콩의 사례를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부패’라는 버스 앞에 몸을 던지느냐, 아니면 같이 올라타느냐 둘 중 하나의 선택밖에 없었다.” 1970년대 부정부패에 찌들어 있던 홍콩의 한 경찰관이 했던 얘기다. 워낙 뇌물수수와 갈취 등의 부패범죄가 경찰 내에 만연하다 보니, 같이 검은돈을 받으며 ‘보호막’ 안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부패 가담을 거부하는 대가로 언제든 등 뒤에서 총탄이 ..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 우리 헌법 전문의 일부다. 표현은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다른 민주국가의 헌법 내용도 유사하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세월호 참사’는 그런 국가의 기능과 역할이 총체적으로 붕괴된 사례다. 미국의 ‘9·11 참사’는 이러한 기본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와 국회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미국이 9·11 이후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 것과 유사한 대응을 한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정부 및 의회의 조사와 ..
서울대학교가 교수들의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로 교수들의 제자 성추행 파문이 충격을 던진 데 이어 동료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이들을 감싸고 선처를 탄원하는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2013년에 실시한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이 ‘교수의 노예’ 노릇을 한다는 처절한 고발이 줄을 이었다.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서울대는 그나마 학생들과 인권센터의 용기와 노력으로 문제를 밝히고 드러내기라도 하니 다행이다. 전국 대학 중 교수들의 학생 성희롱이나 성추행, 대학원생들에 대한 사적인 심부름과 인격모욕, 심지어 논문 대필이나 연구업적 가로채기, 연구수당 강탈하기 등 ‘갑질’ 문제가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