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급격하게 은퇴하고 있는 1차 베이비붐 세대(1세대)는 어려서 가난을 경험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을 몸소 체득한 세대입니다. 그들은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나름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아쉬워했던 것이 배움의 부족이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스펙을 갖추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들의 높은 교육열로 말미암아 이제 40대에 이른 그들의 자식들(2세대)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출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대부분 비정규직 일자리였습니다.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은 무서웠습니다.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테크놀로지 실업’의 시대가 되다보니 소프트웨어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일자리가 한꺼번에 날아가기 시작하면서 중산층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직 ..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결정 때문에 소셜미디어(SNS)가 시끄럽습니다. 밥은 3만원 미만짜리밖에 먹지 못하게 하고 선물을 5만원 미만으로 한정하면 내수경제가 무너진다고 언론이 아우성치니 누리꾼들이 조롱을 하고 나선 게지요. 비싼 술집에서 폭탄주 돌리던 일이 사라지니 집에 일찍 들어가 책도 볼 수 있어 좋을 것 같은데 세상사가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어찌됐든 이번 법을 입안함으로써 많은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은 한국 최초로 여성으로서 대법관이 된 사람입니다. 그는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우리나라의 부패를 근절하려면 법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겠다고 생각해서 ‘김영란법’을 입안한 분입니다. 그는 최근에 출간..
주말에 한 지방의 8층짜리 대형 회센터에서 저녁을 먹고 자리를 옮기려는데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약 2㎞를 걷는데 폐허가 된 도시처럼 보였습니다. 몇몇 관공서가 보이긴 했지만 사람이 산 흔적이 없는 건물이 즐비했습니다. 일행인 한 역사학자가 “모든 도시가 ‘강남 개발붐’을 그대로 닮은 복제품”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남을 최초로 다룬 연구서를 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인물과사상사)에서 “강남은 한국의 얼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독특한 아파트 문화의 선구자이자 리더는 단연 강남이다. 강남의 아파트 거주율은 80%에 육박한다. 강남은 욕망의 용광로다. 구별짓기의 아성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왜 아파트가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으려 했듯이 강남이야말로 가장 ‘..
“연애를 하면 좋은 점이 분명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연애가 삶의 전부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좋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러니까 연애해’ ‘연애하지 않는 너는 불쌍해’로 넘어가는 것이 연애지상주의의 문제점이다. 나는 이 연결고리를 끊고 싶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를 모두 ‘무죄’로 석방하고 싶다.” (21세기북스)의 저자인 이진송은 ‘행복한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본격 싱글학’을 표방합니다. “내가 이 구역의 ‘홀로’다”라는 선언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홀로는 “어떤 형태로든 연애하지 않는 비연애인구”를 말합니다. 이진송은 3년째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독립잡지 ‘계간 홀로’를 펴내고 있기도 합니다. 이진송은 “연애는 발명되고 학습된 것으로서, 한국에서의 역사는 겨우 100년 남짓 되었고, 절대적인..
“추수감사절에 미국 사람들은 칠면조 요리를 먹습니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칠면조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지난 1년 동안 칠면조들은 행복했습니다. 농부가 아침 6시면 먹이를 줬어요. 아무리 똑똑한 칠면조라도 그 농부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추수감사절 아침, 자신의 인생이 급격하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려워요. 1년 내내 똑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추수감사절 아침 칠면조의 인생은 급격한 변화를 겪습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죠. 이것이 특이점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다룬 (동아시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레이 커즈와일은 (김영사)에서 2045년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지금은 빠르면 10년 이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홀로 사는 80대의 어머니에게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50대의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농촌의 오래된 집이어서 방은 충분했습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아들의 귀향을 무척 반겼습니다. 그러나 곧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어머니의 알량한 연금으로 생활하다보니 적자가 계속되었고, 얼마 되지 않는 연금은 곧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반년이 지나 아들이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아들의 병원비는 겨우 해결했지만 퇴원한 아들은 후유증으로 재취업이 어려워 집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NHK 스페셜 제작팀, 다산북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고령인구가 3000만명을 돌파해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서는 600만명의 고령자가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인 300만명이 생활보호수급 이하의 연금수입자인 일..
책 시장의 세계화를 이끈 아마존닷컴(이하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책을 팔기 시작한 것은 1995년 7월입니다. 이 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95를 출시했고, 세계무역기구(WTO)도 출범했습니다. 1995년은 그야말로 정보화와 세계화의 운명적인 해였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막 지났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으로 시작된 종이책의 역사에 비하면 겨우 출발점에 선 것에 불과하지만 지난 20년의 변화는 너무 가팔랐습니다. 20세기 말에 종이책의 종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 종이책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로 열풍을 일으켜 일확천금을 노려보려는 정보상업주의자들, 신문과 책에 놓이는 정보가 같다고 보는 언론인들과 신문방송학과 교수들, 그리고 천방지축 날뛰던..
선거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당들이 새로 영입한 인물들을 세워놓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일이 거의 날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직업이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입니다. 대부분 시험 하나를 잘 봐서 세상에 위세를 떨치며 살아온 이들입니다. 극악무도한 독재 권력의 시대에는 ‘법정에서의 민주화 투쟁’으로 많은 감화를 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럴까요? 주로 가진 자들의 이익이나 챙겨주며 살아온 이들 아닐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과연 우리들의 운명을 맡길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이들의 실력을 깡그리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공정한 시험’이라는 ‘사법시험’의 관문을 통과한 ‘수재’들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시험이 과연 공정했을까요? 인간성까지 살펴보는 정성평가가 아닌 정량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