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서점을 들르는 분들 중에서 원하는 책을 제대로 찾아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을 정말로 좋아하는 분들마저도 전에는 한나절씩 돌아보면서 보고 싶은 책을 고르는 가운데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것이 별로 없어 잠깐만 둘러보고 바로 나오곤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제 대형서점에서는 신간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대형서점에서 책을 진열하는 매대를 출판사에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가 신간을 진열하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하여 광고비를 제대로 들여서 매대를 사야만 책을 일정한 기간 동안 진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과거에도 없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자리’만 팔았으나 지금은 ‘구석 자리’까지 팔아서 신간을 진열할 수 있는 자리가 ..
“단순히 언어적 도구로서 라틴어를 공부하고 문헌의 해독력을 높이고 유창하게 라틴어를 구사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라틴어의 단순한 암기를 지양합니다. 사실 언어 공부를 비롯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향후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고, 그것을 빼서 쓸 수 있도록 지식을 분류해 꽂을 책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인 한동일의 (흐름출판)은 지향점이 분명합니다. 그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언어는 배와 같다”고 말합니다. 배가 정박되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김용태와 나는 남북 교류가 진전되려면 누군가가 직접 방북해서 북측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국이 우리의 제의를 허용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저지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도 방북의 중요한 목적은 문화 교류의 전령사를 해내겠다는 점에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객관적인 ‘북한방문기’를 써보고 싶다는 의욕이 앞섰다. 국가보안법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정치인이 아닌 작가의 처벌은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죄목이지만 불고지죄란 국가보안법을 위반할 것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으면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조직이든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항목이었다. 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처벌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한 민..
오감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의 다섯 가지 감각이고, 육감은 분석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도 직관으로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정신작용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제7의 감각은 무엇일까요? (조슈아 쿠퍼 라모, 미래의창)에서는 ‘초연결지능’이라고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어떤 사물이 연결에 의해 바뀌는 방법을 알아채는 능력”입니다. “누구나 무엇이나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새로운 시대”에서 연결은 “인터넷 연결만이 아니라 현재 도처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규정하는 전체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금융망, DNA 데이터베이스, 인공지능망, 테러나 마약 네트워크, 통화플랫폼 같은 것들을 포괄합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작은 힘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잘못된 상품 거래가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
“한국 학생들은 대학에서의 공부를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인상이 많이 들고, 그것조차도 이런 식이지요. ‘어떻게 삼성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삼성에 취업하려면 뭘 공부해야 되나요’ 뭐 이런 식. 연봉 높은 직장에 어떻게 취업하는가가 대학에 온 목적인 것처럼 행동하고, 대학 당국도 더 높은 학문적 이상이나 인류적 이상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여요. 그런데 스탠퍼드의 학생들은 직업의 차원에서도 전혀 다른 식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삼성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제게 질문을 합니다. 혹은 ‘나는 이렇게 하면 삼성을 만들 수 있겠는데 왜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삼성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주세요’ 하고 당당하고 도전적이고 저돌적으로 교수에게 요구를 해요.”..
탄핵으로 쫓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7시간 이상 검찰조서를 꼼꼼하게 수정했다고 합니다. 이런 그가 세월호가 침몰해 300명 이상의 목숨이 죽어가는 7시간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마도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을까요? 여성학자 정희진이 에서 밝혔듯이 “사이코패스는 뭔가 특이하고 천재적인 나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이코패스는 단순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걸맞지 않은 권력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사이코패스”라고 합니다. 사이코패스는 신체적으로 성장할 뿐 감정적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못합니다. 손원평 장편소설 의 주인공 ‘나’(선윤재)는 아몬드를 닮은 편도체의 이상으로 ‘알렉시티미아,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도 불리는 치명적인 질환을 앓..
한 번역상을 수상한 번역가는 10권이 넘는 전집의 번역을 모두 동네 카페에서 했는데 다섯 군데의 카페가 폐업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10권의 책을 펴낸 한 다독가는 원고를 모두 동네 북카페에서 썼다고 합니다. 하지현 신경정신과 박사는 (문학동네)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썼다는 사실을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집에 작업할 책상이 없지 않은데도 이들은 왜 카페만 찾을까요? 하 박사는 적당한 음악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있지만 시끄러워서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화이트 노이즈’가 있는 “카페의 테이블은 집, 직장, 학교도 아닌 제3의 중립적 공간이며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훨씬 안정감을 느끼고 집중도 더 잘”합니다. “원룸에서 하루 종일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것보..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240년 전에 애덤 스미스가 에서 내린 경제학의 현대적인 정의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뜻하는 유명한 이 문장은 대학입시에서도 자주 출제되고 있지요.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보기’라는 부제가 붙은 (카트리네 마르살, 부키)에서는 이 문장을 색다르게 해석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애덤 스미스는 식탁에 앉았을 때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교환을 통해 충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애덤 스미스의 저녁 식사가 식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