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긴 연휴 동안 반가운 가족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회포를 푸셨는지요? 아니면 혹 서로 다투다가 깊은 상처를 입지는 않으셨는지요?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야 할 시간에 가정불화, 생활고 등의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는 온통 가족 이야기 일색입니다. 공중파를 통해 전파를 탄 등의 드라마는 모두 ‘3개월 시한부 삶’을 사는 부모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병역비리의 아들을 구하려다가 자신이 파멸하는 국무총리 후보자도 등장했습니다. 1400만 관객을 넘긴 도 자신을 버리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는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과 딸의 아..
아테네 시절만 해도 말을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샘 리스의 (청어람미디어)은 아테네에서 국가가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아 시민이라면 누구나 다른 시민을 제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이거나 노골적으로 앙심을 품은 재판이 잇달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아테네의 배심원들은 “당파심이 강하고 유죄 선고에 안달하기로 악명이 자자했을 뿐만 아니라, 재산 많고 유명한 사람들의 콧대를 콱 꺾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전적인 성향”이었기 때문에 난장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소송 당사자들은 재판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해야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출현으로 피투성이가 된 아테네의 귀족들은 “거대한 무리 앞에서 이야기하는 요령”을 배워 자신을 방어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진술문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
“그래. 그게 인생인 거지. 매일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날들을 매일매일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것. 그게 인생인 거지!” 3개월 시한부로 삶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 차순봉씨(유동근 분)는 피를 토하며 창문에 기대서서 막내아들이 두부를 파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혼자 중얼거립니다. KBS 드라마 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에서는 98세 노인이 89세 아내와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칩니다. 100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둔 영화 의 주인공 덕수씨(황정민 분)는 고희를 넘겼습니다. 성석제 장편소설 의 주인공 만수씨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다가 차에 치여 인생을 마감합니다. 이렇게 잘나가는 문화상품의 주인공은 모두 노인 일색입니다. 지금 뜨고 있는 문화상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었거나 죽음을 앞두고 ..
유홍준 교수의 일본편이 4권 ‘교토의 명소’편이 출간되면서 완간되었습니다. 4권의 띠지에는 “NFC 기능을 켜고 스마트폰을 올려보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NFC란 교통카드, 휴대폰 결제 등에 널리 쓰이는 근거리 무선통신을 말합니다. 독자가 책에 스마트폰을 올리면 무료로 제공되는 ‘사진으로 보는 일본 답사기’와 ‘북토크’를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창비는 NFC 기능을 통해 오디오북, 슬라이드 강연, 서평, 북토크나 북콘서트 영상, 독자투고 영상이나 사진과 저자의 코멘트 등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서평이나 단평을 올리며 토론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한 권의 종이책은 곧 미디어입니다. 몇 백 원이면 붙일 수 있는 태그가 이렇게 책의 가치를 증진시킵니다. 책이 출간되었다고 바로 ..
요즘 학부모들은 자식 걱정이 태산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목표가 뚜렷했습니다. 일류 대학에 입학만 하면 그래도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고 보았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일류대에 입학한 사람들이 더 고민한다고 합니다. 해외 유명 대학 졸업이라는 스펙으로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세상이니까요. 지금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세상은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100년에 걸쳐 일어났던 변화가 단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김건주와 함께 쓴 (김영사)에서 “변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를 바라보는 제대로 된 시선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일찍이 로버트 패티슨은 (1984)에서 “읽고 쓰는 능력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시대 이후 아직 한번도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으며 오직 변화되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책자본의 등장, 인쇄술의 발견, 디지털 혁명 등 책의 혁명이 세 차례 있었지만 읽고 쓰는 일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었습니다. 아르만도 페트루치는 (1997)에서 “여기에 기술된 책과 독서의 미래, 즉 개인적인 실행, 개인적인 선택, 규칙과 계층의 거부, 생산 면에서의 혼란과 규율 없는 소비, 축적된 각기 다른 지식과 정보의 혼합, 매우 다양하면서도 유사한 수준의 생산 등이 혼합된 미래를 얼마나 긍정적인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이 시점에서 묻는다는 것은 정말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이어서 “..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물이 아직도 반이나 남아 있다고 보는 낙관주의자들입니다.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아도 남은 인생을 실컷 즐기자며 광란의 파티를 즐길 사람들입니다. 다른 한 부류는 물을 단 한 번만 홀짝여놓고도 컵에 물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는 비관주의자들입니다. 그들에게 인생은 한숨과 고난의 연속입니다. 이들 말고 제3의 시각이 있습니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는 말도 맞고, 반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말도 옳다고 말하는 그룹입니다. 그들은 개개인의 의견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깁니다. 아니, 심지어 문명의 퇴보로 여깁니다. “개개인의 주관적인 의견들 때문에 지금까지 애써 가꾸어온 조화로운 문화와 문명이 무너질 수 있다고, 제3차 세계대..
영화 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고객의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입니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정말 잘 어루만지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 표현에는 서툽니다. 아내와의 이혼도 주저하는 중입니다. 그런 그에게 몸은 없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인 새 애인이 나타납니다. 조그만 휴대전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애인은 나타나자마자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란 책을 읽고 0.2초 만에 18만개의 이름 중에서 ‘사만다’를 골라냅니다. 사만다가 테오도르의 어떤 말에도 귀 기울여주고 모든 것을 이해해주니 서로의 사랑은 깊어만 갑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가 쓴 글들을 골라 란 책을 펴내주어 감동시킵니다. 그러나 사만다는 자신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8316명의 고객을 한꺼번에 만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