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4일 ‘경향신문’에는 최경환 경제팀에 “더욱 과감한 소득 분배 정책”을 요구하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그는 칼럼에서 “지금까지 경제성장은 오로지 투자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며, 분배와 소득 향상은 오로지 그 결과로 생겨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정책을 쓴다고 해도 분배 구조를 바꾸어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 흐름을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백약무효이거나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끝날 만한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소장은 “소득 분배 구조를 개선하려면 응당 실질임금을 인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물론 노·사·정의 많은 논의와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대책이 한계 ..
유명한 외국계 은행에서 나름 승승장구하던 장정윤씨는 외환 관련 업무를 하느라 시차 때문에 밤낮 없이 일하다가 여섯 살의 둘째 아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좌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가니 아이는 거실 한구석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혼자 자고 있었습니다. TV를 보며 서서 오줌을 싸고, 발음도 불명확했습니다. 소아정신과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초기라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의사는 회사와 아이 중에서 양자택일하라고 경고했습니다. 몇 달의 방황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시작하면서 친구의 소개로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집에서 둘째 아이와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저녁부터 밤까지 매일 아이와 살을 맞대어 안고서 그림책을 ..
정말 앞날이 캄캄합니다. 작년의 ‘세월호 참사’는 국제적인 동정이나마 살 수 있었지만 올해의 ‘메르스 참사’는 국제적 외면을 자초했습니다. 거리나 상가는 한산해지고 소비시장은 잔뜩 얼어붙었습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국민통합과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양파 껍질을 벗기듯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당의 원내대표마저 ‘벗겨’ 낼 태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삶의 안전망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심각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스스로 공포의 대상이 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강한 존재, 악마 같은 존재에 기대려고 한다지요. 공포가 강할수록 사회가 보수화되는 것이 이런 이치라고 하는군요. 이럴 때 인간은 공감이 가..
1980년 광주 참극을 초래한 뒤 출범한 신군부는 1981년에 반도체, 컴퓨터, 통신기, 전자제품 등 4개 부문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장기발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사업 중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아마 전자사업이었을 것입니다. 1980년 12월의 컬러TV 방영 결정은 그중 전자산업부터 활성화하겠다는 야심이 드러난 결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982년부터 컬러 방송이 시작됐지만 콘텐츠가 문제였습니다. 쇼 프로와 드라마로는 모두 채울 수 없었습니다. 1981년에 88올림픽 유치권을 획득한 5공 정부는 1982년에 프로야구를 출범시켰습니다. 잔디가 깔리지 않고 야간 조명 시설도 없는 운동장에서 서둘러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프로축구와 민속씨름이 뒤를 따랐습니다. 1982년 1월5일 새벽 4시를 기해 37년..
과거에 아이들은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사, 판사, 교수, 기자, 소설가 등의 직업을 답변으로 내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살아남는 것이 장래희망”이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에세이스트 김현진은 우리 사회에는 단 두 가지 선택만이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빈둥거리며 시간제 일자리로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남들의 멸시를 감당하거나, 죽도록 일하고 죽어라 돈 벌고 걸레 짜듯 골수까지 짜낸 다음 50대에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지금 젊은이들은 미래의 희망을 접고 있습니다. 연예,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입, 희망, 꿈 등을 모두 포기한다 해서 ‘7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명문대를 나오거나 해외유학을 다녀오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보고 스펙을 쌓으려고 열심..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가난한 부모였습니다. 아이는 ‘이승에서의 삶은 끝났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목숨을 끊고는 저승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겠지요. 하지만 대학생들은 이런 자조를 맘껏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학가 담쟁이 엮음, 세종서적)은 “새벽부터 밤늦도록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 수업의 개인 과제나 팀 과제를 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합판 하나를 사이에 둔 고시원에 살면서, 학자금 융자로 벌써부터 천만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었다”는 대학생들이 쓴 낙서모음집입니다. 그 책에는 “ ‘서울대를 가야 하는구나’에서 ‘이과를 가야 하는구나’에서 ‘외국 명문대를 가야 하는구나’에서 ‘집이 잘살아야 하는구나’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
“ ‘나무에 물을 한두 번 주고 마는 것은 아예 물을 안 주는 것보다 못합니다.’ 누군가가 한 말입니다. 교육부의 야심찬 계획 아래 진행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라는 마른 가뭄의 단비와 같은 기회로 이제 막 싹을 틔우고 뿌리가 땅속으로 뻗어나가려는 학교도서관이 결국 잎이 무성한 나무로 성장하지 못한 채 이대로 성장을 멈추어야만 합니까? (…) 제발, 튼튼하고 늘 푸른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나무 아래에서 자라게 될 또 다른 수많은 꽃과 새싹들을 생각하여 계속적으로 물을 뿌려주시고 잡초를 뽑아주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어느 분이 학교도서관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블로그에 쓰신 글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전국 각급 학교 도서구입 ..
교사이면서 독서운동가로 맹렬하게 활동하던 한 교사가 2월28일 스스로 학교를 떠났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가졌던 경험을 정리한 과 가정 독서모임의 경험을 학교 현장에 접목해 실천했던 이야기를 담은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는 백화현 교사입니다. 1년만 더 교사로 일하면 명예퇴직의 자격을 얻지만 사태가 너무 엄중하다며 그마저 뿌리치고 서둘러 학교를 떠났습니다. 백 선생은 인간에게 ‘성적’과 ‘돈’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존재함, 그 자체’라고 말해왔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존재의 소중함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신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이 타인을 함부로 대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