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광장의 직접 민주주의 축제는 승리로 귀결될까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축제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일깨워줬습니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법질서 준수와 북핵 위기를 입에 달고 살던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비선 실세에게 놀아나면서 정작 국민의 안전이나 행복을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권력층 또한 국민을 개나 돼지로 여기면서 대통령에게 충언이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고 제 주머니만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도요. 그들이 일자리 창출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그들이 그런 일을 할 자질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테크빅뱅이 만드는 미래는 보다 명확해지는 ..
작년 연말에 10회에 걸쳐 1000만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하야’를 외쳤습니다.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킨 집회의 주역은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발랄한 상상력과 놀라운 정치의식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촛불집회는 처음부터 청소년이 주도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만들어온 한국 현대사’를 담은 (공현·전누리, 빨간소금)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위해 열린 “2008년 5월2일과 3일, 첫 촛불집회에 참가한 2만여명 중 60~70%가 중·고등학생으로 추정”되었으니까요. “대한민국을 건국한 계기인 3·1운동에서부터 숱한 독립운동들,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과정 그리고 교육민주화 운동이나 광장에서의 사회운동까지, 청소년들은 정치적인 시민으로 계속 그 역사..
지방 소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의 한 미술교사는 인문학 열풍이 불 때 문학, 역사, 철학을 중심으로 전개된 인문학 강연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에 책을 멀리하는 중학생 딸과 제자들도 걱정됐습니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강의에서 예술도 인문학이라는 말에 힘을 얻었습니다. 자신의 전공인 미술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그는 학생 개인전을 위한 갤러리도 만들고,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벽화 그리기 작업도 하고, 자연미술 함께하기를 일상적으로 전개했습니다. 미술실을 활용한 갤러리에는 격언들이 걸렸습니다. “미술은 다름이 중요하지 누가 더 나은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로와 피카소는 서로 다른 것이지 누가 더 잘하는 게 아니지요. 다른 것을 맛보는 ..
대한민국은 계급사회일까요? 문화학자 엄기호는 (창비)에서 “위와 아래가 아니라 안과 바깥이라는 신분제적인 위계가 다시 등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가장 실체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입니다. “노동력이 남아도는 시대에 사람을 안과 바깥으로 나누고, 바깥의 존재에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미끼로 (던지고 그들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일회용품처럼 써먹다가 버릴 수” 있는 사회이니 계급사회가 맞습니다. 엄기호는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죽은 노동자야말로 철저한 바깥의 존재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지하철공사 하청기업의 외주노동자였습니다. 그야말로 “바깥의 바깥”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안’에 대한 약속은 강력한 유혹이었으며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게..
과거에는 인간이 일을 하려면 반드시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는 작은 방이라도 있어야 했습니다. 페이스 팝콘은 (21세기북스)에서 모든 개인은 ‘코쿤(참호)’ 속으로 숨어든다고 했습니다. 개인은 반 평에 불과한 자신의 방일지라도 그곳에서 네트워크에 접속하기만 하면 시장과 도서관과 사교클럽을 모두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없습니다. 그것을 ‘지구방’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방이 없어도 누구나 스마트폰만 들면 전 세계로 연결됩니다. 인지신경과학자인 콜린 엘러드는 (더퀘스트)에서 “수천년 동안 전통적인 벽은 건축 설계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완벽한 방법이었다. 벽은 사람들의 이동을 막고 시야를 가린다. 벽은 사생활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했지만 “지금은 건축공간과 상호작..
요즘 모든 미디어는 하이콘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에 서로 깊이 얽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청률을 의식하는 텔레비전이 이런 흐름을 주도합니다. 그들은 시청자가 ‘유혹의 그물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이콘텍스트 방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시청자가 그물 속에 걸려들면 내용에 관계없이 빠져나오기 힘들게 만듭니다. 내용(스토리)을 파는 드라마는 강력한 캐릭터를 지닌 다수의 인물들을 등장시킵니다. 도원결의를 할 정도로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이 주도하는 같은 드라마보다는 개성이 천차만별인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같은 드라마여야 합니다. 형식을 파는 토크쇼 역시 개성이 다른 인물들이 ‘떼거리’로 등장해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주며 경쟁합니다. 심지..
정치가 엉망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한반도에 지진마저 발생해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대체로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영태, 북스톤)에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인구’라는 상수(常數)가 있기에 ‘사회적 미래’는 갈 길이 이미 정해졌다고 말합니다. 다만 개인의 미래는 스스로 개척해내야겠지요. 인구학적 관점으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세대는 1, 2차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베이비붐 1세대는 1955~1964년생이고, 2세대는 1965~1974년생을 가리킵니다. 저자는 한마디로 ‘58년 개띠’와 ‘70년 개띠’ 간의 대결이라네요. 두 세대는 인구 크기가 얼추 비슷하고, 연이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중 1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습..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상품 생산자들은 자신이 만든 상품(대상)에 대한 인간의 관심(어텐션)을 얻으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어텐션 이코노미’의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책이라 할지라도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책은 곧 독자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마련입니다. 즉 콘텍스트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는 ‘공감의 장치’입니다. 가슴이 통하는 이들이 함께 활동하는 소셜미디어 공간 속의 커뮤니티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확실한 콘텍스트를 만들어내면 소비자(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올해 콘텍스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