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 선생님, 안녕하신지요? 선생님의 이 단숨에 자기관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더군요.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책에 붙은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무색하게 이 책은 처음부터 돈으로 밀어붙이는 강력한 마케팅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한국에서는 출간된 후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간도서는 정가의 10% 이내의 할인과 10% 이내의 경품(총 할인율 19%)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정가가 1만7000원인 은 론칭기간에 5000원짜리 할인쿠폰이 대대적으로 뿌려지는 바람에 독자들은 실제로 51.6%인 8770원에 책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펴낸 21세기북스는 의 저자인 캐시 선스타인의 신간 도 같은 방식의 마케팅을..
일본의 ‘주간 동양경제’ 2011년 송년호는 ‘2012년 대예측’을 특집으로 꾸리고 113가지 테마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을 담았습니다. ‘유럽의 벼랑 끝 위기’ ‘블록 경제화’ ‘커지는 격차’ ‘정치 원년’ ‘전력 격진(激震)’ 등 다섯 가지를 주요 테마로 설정했는데, 그중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 사진을 배경으로 제시된 세 번째 테마 기사의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미국사회 3명 중 1명은 빈곤층으로.” 저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중산층의 나라 미국이 미연방 국세(國勢)조사국이 밝힌 신빈곤 기준에 따르면 3명 중 1명이 빈곤층이거나 빈곤예비군이 된다는 지적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사에는 스탠퍼드대학교의 보고서를 인용해 “1970년대에 미국의 65%를 차지하던 중산층이 2..
올해 출판시장을 다소 식상하게 표현하자면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을 겪었습니다. 출판 산업의 생산·유통·판매 지표가 크게 악화되어 이구동성으로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출판 생태계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12월9일 대한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연구소 공동 주최로 ‘한국 출판의 위기 극복 방안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출판물류업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한 연구자는 “지난 4년간 평균 10%씩 매출이 감소해왔다. 특히 1만부 이상 출고 도서의 총 출고부수와 종수는 지난 4년 사이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 1000부 미만 출고 도서의 경우는 출고부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종수는 18.3%나 늘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
올해 잘 지내셨나요? 아직 한 달여 남았지만 송구영신의 준비를 하느라 바쁘시지요. 저도 그런 심정으로 이번 주말에 미래 예측서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전에는 이런 책이 꽤나 나왔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빈약하군요. 마치 달력을 얻기 어려운 것처럼요. 경제전문가들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다시 글로벌 경제 침체가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이후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해마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바 있는 우리는 올해도 무척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심각할 정도의 파탄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연말의 정국이 걱정입니다. 위기가 잠시 미뤄졌을 뿐인데 과연 우리가 이러고 있어도 될 것인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 비즈니스북스)에서는 급변할 미래 5년의 한가운데에 ‘..
데카르트, 뉴턴, 로크, 파스칼, 스피노자, 칸트, 라이프니츠, 쇼펜하우어, 니체, 키에르케고르, 비트겐슈타인 등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 모두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며 ‘의도된 고독’의 길을 걸었기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철학자들입니다.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사월의책)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시하고는 “이들의 위대함은 결혼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용기, 그리고 그들이 가졌던 의도된 고독인 ‘흰 고독’의 순간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노 교수는 “리얼리티가 없기에 일장춘몽에 불과한 ‘화려한 싱글’과 판타지가 없이 고독사에 떨고 있는 ‘독거노인’이라는 양 극단 사이에” 서 있는 다양한 혼자만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이 모두 철학자가 되고자 ..
요즘 출판계의 뜨거운 키워드가 ‘북유럽’이라고 합니다. 먼저 교육 하면 핀란드입니다. 교육계에 핀란드 열풍을 불러온 계기가 된 책은 2008년 국내에 소개된 후쿠타 세이지의 (북스힐)입니다. 핀란드 교육의 무엇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을까요? 후쿠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개인의 능력 차이는 물론 인정한다. 그러나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경제적 배경의 차이는 어떻게 해서든 없애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사회가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사회가 바로 핀란드다.” 복지도 북유럽입니다. 올해 9월, 유엔이 156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해 발표한 ‘2013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덴마크가 1위, 노르웨이가 2위, 네덜란드가 4위, 스웨덴이 5위, 핀란드가 7위로..
‘세계화의 전도사’인 토머스 L 프리드먼은 국내에 2005년 말 소개된 에서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뛰어넘는 지구촌 경제체제, 즉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회와 자유가 주어지는 세계화”를 거스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을 움직이는 축은 한마디로 ‘아웃소싱’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한 한 신문의 기사 제목은 “인도 가난한 소년이 하버드 여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였습니다. 이 책이 나온 후 보수 논객 공병호 박사는 “세계화는 세계 전체가 자원 배분의 합리성을 더욱 높여가는 일련의 과정이란 특성을 갖고 있다. 협소한 시야에서 보면 날아가 버리는 일자리에 분노할 수 있지만 시장의 확대는 대다수 사람에게 전문화와 분업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며 프리드먼의 주장을 적극 옹호하는 글을 한 신문에 발표했..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일본의 올해 나오키상 수상작은 아사이 료의 장편소설 (은행나무)입니다. 이 소설에는 미야마 대학교 4학년생 다섯 사람의 치열한 ‘취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취활은 취업활동, ‘혼활’은 결혼활동의 준말입니다. 취업이나 결혼이 너무 힘드니 격렬한 활동을 해서라도 꼭 이뤄내야 하는 환경을 반영하는 조어들입니다. 에서는 이들의 취활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과 격자무늬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다쿠토는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고타로의 룸메이트가 됩니다. 고타로의 헤어진 여자 친구인 미즈키의 취활 동료인 리카는 다카요시와 동거합니다. 미즈키가 리카에게 놀러 온 날, 미즈키를 짝사랑하는 다쿠토가 미즈키에게 전화를 하는 바람에 이들이 같은 건물의 위아래층에 산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