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대신하여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둘째, 임무에만 고도로 효율적이고 인간답지 못해 반인륜적일 수 있다. 셋째, 자기인식을 이루면 인류를 공격할 것이다. 넷째, 소수기업들에 의해 독점되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첫째, 일자리. AI는 인류역사 내내 이어진 자동화의 가장 심화된 단계이다. 단기적으로 기계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간이 기계가 할 수 없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물론 그전에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이를 위해 고용보험 등의 복지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둘째, 반인륜성 및 차별성. 현재의 AI는 기계학습의 형태를 띤다. 즉 인간의 판단이 담긴 수많은 데이터..
내일은 6·15 남북공동선언 22주년이다. 우리에게 6월은 전쟁과 평화의 달이다. 1950년 6월에 6·25 전쟁이 터졌고, 그로부터 정확히 반세기 후인 2000년 6월에는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6·15 공동선언이 성사된 날을 “현대사 100년,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임동원 통일부장관은 6·15 공동선언으로 “민족의 희망을 세웠다”고 했다. 6·25 전쟁은 1953년에 정전됐지만, 국제 냉전질서의 강화로 공식 종전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이 땅은 분단의 고착화와 전쟁체제의 강화로 신음했다. 정전체제는 우리에게 ‘적대와 전쟁’ 정체성을 강요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숙명으로 알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을 통해 우리의 ‘적대..
10년 전 대학에서 만난 K는 ‘전도유망한 학과’에 입학했다. 취업난이 극심한 때였지만 이공계인 K의 전공은 취업과 직접 연계되어 특화된 분야였다. 예정대로라면 그도 졸업 후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직행할 터였다. 어느 날 선배들의 모교 방문 행사가 있었다. 그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만나러 나갔다. 말쑥한 슈트 차림일까, 아니면 실리콘 밸리의 개발자들처럼 낡은 티셔츠에 고급 시계를 장착한 모습일까.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엉뚱하게도 떡볶이 집, 치킨 집 사장이 되어 돌아온 선배들을 만났던 것이다. 좁은 취업문은 뚫고 들어갔지만, 오래 버티진 못했다. 회사는 자기가 뽑은 인재들을 재교육을 통해 계속 성장하도록 투자하는 대신, 새롭게 혁신된 인재로 갈아치웠다. 물갈이는 파도처럼 이뤄졌다. ..
법무장관에게 인사검증권을 부여하는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와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공직정보규정)이 시행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국가를 위한 기초공사가 마무리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세간에는 이 변화를 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인적관계에만 주목하여 정치 가십처럼 소비하고 있지만 민주공화제가 우리 모두의 공존을 위한 공동선임을 동의한다면 이번 사태를 헌정 차원에서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무부를 넘어 대통령실, 국무총리실은 물론 국가정보원, 금감원, 공정위까지 법집행기관에 검찰출신들을 전진 배치하는 ‘검찰형 하나회’의 출현은 법무부의 검찰화만으로도 검찰국가의 우려를 낳았던 공권력 사유화의 폐단을 넘어 헌정 차원에서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시대착오적 ..
앞으로 4년간 지방교육행정을 이끌어갈 시·도교육청의 수장이 선출되었다. 시·도지사는 1995년부터 직선제가 부활하였고,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직선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교육위원회 선출과 학교운영위원 선거에 의한 교육감 선출에 이어, 주민직선제가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고 이듬해 보궐선거부터 적용된 이래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한국전쟁 중 시작된 지방교육자치의 오랜 역사에서 주민 대표성, 즉 ‘민주성’의 가치를 확대한 제도가 교육감 직선제였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거하여 교육감의 정당 소속과 표방은 불허된다. 그러나 교육감을 주민 선거로 선출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행위이고, 선거를 통해 선택받아야 하는 교육감은 ‘정치인’일 수밖에 없..
필자가 2000년대 초중반 모 기업연구소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남북협력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자, 연구소는 기존의 북한연구팀을 경제안보팀으로 전환시켰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만큼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명칭이었지만, 남북경제협력보다는 북한발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선회를 발 빠르게 선언한 셈이었다. 경제안보팀으로 명칭이 바뀐 후 연구의 핵심은 경보(warning) 시스템 개발에 두어졌다. 남북협력 전략은 시나리오 플랜의 하나로만 다루어도 충분했고, 더 중요한 것은 북한발 리스크 관리 체제였다. 그 결과 팀의 연구 방향이 남북관계로부터 글로벌 리스크 관리에 관한 주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의 경제안보는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가 되어 있다. ..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완승으로 끝나자 윤석열 대통령은 정당 정치적 승리보다 경제와 민생을 얘기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 협치도 가능하다는 여운을 남겼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민의힘을 견제한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정당 정치적 승리를 통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내 기반이 약한 윤석열 정부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성패는 주로 야당과의 관계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의 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가 더 이상 대통령 집무실이 아니므로 당·청 관계라는 말도 옛말이 되었지만, 어떤 표현으로든 앞으로도 중요하게 회자될 정부·여당 관계는 윤석열 정부에 더욱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추방된 자의 귀환에 비유할 수 있다. 민주당 정부에서 내쳐진 장수가 국..
6·1 지방선거도 막을 내렸다. 낮은 투표율과 여당 압승의 의미를 여야가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2년 후 국회의원 선거까지 정쟁을 이어갈지,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시작할지 여야가 선택할 시점이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안위에 조그만 진정성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윤석열 행정부와 민주당이 다수인 입법부가 다음 두 가지만은 꼭 협치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 첫째,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실행전략의 핵심 내용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탄소 배출량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전력부문의 배출량을 ‘0’으로 줄이고, 38% 정도를 차지하는 산업부문 배출량의 80% 정도를 감축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