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가 어제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대선 레이스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심 후보는 “낡은 질서가 허물어지고 성장제일주의, 시장만능주의, 개발토건주의가 붕괴하고 있다”면서 “가장 낮은 곳, 가장 아픈 곳, 정치로부터 가장 먼 곳에서 퍼올린 새로운 힘으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향해선 “우리는 진보적 정권교체의 공동 책임자다. 새로운 연대, 승리하는 연대, 단단한 실천연대를 이뤄야 한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도 선대위를 출범시켜 진보 진영의 대선 경쟁이 뜨거워지게 됐다. 진보정의당은 창당한 지 아흐레밖에 안된, 소속 의원..
김택 | 중원대 교수·경찰행정학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국내 기업인, 외국 기업인 부패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인 가운데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40.1%에 달했다. 공무원에 대해서도 36%가 부패했다고 답했다. 독일에 본부를 둔 세계적 반부패 시민단체인 국제투명성협회도 한국의 부패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부패인식도 지수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부패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치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부패가 척결되지 않는 첫번째 이유로 우리 사회가 혈연, 지연, 학연을 앞세우는 문화적 요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웬만하면 아는 사람끼리 청탁과 뇌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 구조적인 분위기가 문제이다. 두번째로는 일부 공직자의 윤리적..
서재정 |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근 새누리당과 정부에서 나온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일부 발언들은 반역사적이며, 위험하고도 무책임하다. ‘NLL 부정은 영토 주권의 포기.’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총회 정면에 걸려 있던 구호이다. 이 구호가 최근 이어진 발언들의 인식의 근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인식은 역사적 사실에 반대된다. 1974년 1월 미 중앙정보국이 작성한 비밀보고서는 “북방한계선은 국제법상 법적인 근거를 갖지 않고 있으며, 일부분에서는 영해의 분리에 관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확인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방한계선은 1965년 1월14일 당시 한국 해군 작전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던 유엔사령부 해군구성군 사령관이 설정했다. “유엔사..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어제 “40년 동안 꼼짝도 않는 투표시간을 이제 국민이 바꿔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이를 관철하기 위해 ‘투표시간 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을 갖고 인터넷 온라인 등을 통해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선진국은 투표시간(마감)이 밤 10시인 나라도 많다”며 연장론을 재차 거론했다. 문·안 두 후보가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대선 이슈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다소 색다른 안 후보의 접근법을 주목하고자 한다. 안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을 국민들의 헌법적 권리 차원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 국민청원법에 의거해 정부에 투표시간 연장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정치 쇄신의 차원으로 부각시켜 새누리당의 거부 논..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지난 6월 한 방송에서 자신이 2009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비밀접촉을 한 사실을 상세히 공개했다. 남북한 간 비밀접촉을 당사자가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임 전 실장이 말한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류 장관은 그런 기록이 통일부에 남아있지 않은 데다 임 전 실장에게 물어보았지만 “더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류 장관은 별다른 답을 하지 못했다. 정부 ..
최우규 정치부 차장 ‘정치’. 우리나라에서 이 단어만큼이나 부정적 요소를 내포한 게 있을까. 싸움·부정·부패·범죄·붕당·왜곡·담합·철새·편가르기·지역주의…. 웬만한 나쁜 단어를 갖다 대도 정치가 풍기는 인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권을 향해 늘 두 가지 요구가 나온다. “제발 싸움 좀 그만하라.” “여야가 힘을 합하라.”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리다. 거칠게 정의하면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다.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란 한정된 자원과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 가장 잘 알려진 정치의 정의 중 하나일 것이다. 한정된 자원과 가치를 그대로 놔뒀다가는 누구나 달려드는 정글의 쟁투가 벌어질 것이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기 전에, 대신해 ..
박상훈 |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공기업 경영이 방만하다고 민영화가 꼭 대안이 아니듯이, 또 정부의 예산 운용에 잘못이 있다고 감세가 최선이 아니듯이, 정치가 문제라고 정치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을 것이다. 좀 더 책임감 있는 공기업 운영 방안을 찾고, 때로 증세를 통해서라도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정치 쇄신'의 길 역시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데서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최근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정치개혁안이 '정치의 다운사이징'만 말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를 '기득권' 내지 '특권'과 동일시하고, '정치권'을 사회로부터 단절된 권역으로 소외시키는 언어 사용도 걱정스럽다. 우리가 권위주의 독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면..
매년 봄, 가을이면 인천 옹진군 연평도, 대청도, 백령도 부근에는 배들이 줄지어 선다. 꽃게를 잡기 위해서다. 많을 때는 500척이 넘는다. 이 중 상당수는 중국 어선들이다. 산란기 꽃게 보호를 위해 조업이 금지되는 7~8월에도 하루 평균 100여척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육상의 군사분계선(MDL)처럼 바다 위에 철조망은 없지만, 이 배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북방한계선(NLL)과 비슷해진다. 남한 어선들은 NLL 2~3㎞ 아래에 있는 어로한계선을 넘지 못해 중국 배들이 황금어장에서 꽃게를 쓸어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북한도 성어기에는 하루 10척 안팎의 배들이 NLL 부근에서 조업을 하다 NLL을 넘어선다. 서해를 두고 ‘위기의 6월’이란 말이 나온 건 꽃게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 두 차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