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키로 했다. 새정치위는 엊그제 4시간여에 걸친 회의 끝에 “정치개혁의 출발점은 인적쇄신”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비주류인 김한길 최고위원은 전격 사퇴함으로써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을 압박하고 나섰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민주당에 거센 소용돌이가 이는 모습이다. 새정치위의 극약처방은 문재인 대선 후보의 지지율 정체를 타개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 지도부는 출범 때부터 ‘이·박 담합’으로 비판받으면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자 최고위 권한을 선대위로 넘겼지만,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실체적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표의 ‘무..
투표시간 연장 법안과 후보 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 법안을 동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가 낯뜨거울 지경이다. 지난달 29일 이정현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단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선 후보가 국민 혈세를 먹고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법’을 동시에 국회에서 논의, 처리하자”고 제안한 것을 그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전격 수용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새누리당은 이 단장의 제안을 ‘개인 의견’이라며 깔아뭉갰고, 이 단장은 “(두 법안의) 교환이라는 의미로 얘기하지 않았고 그런 적도 없다”며 발뺌했다. 박근혜 대선 후보는 “개인이 법을 만들라, 폐기하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사안의 중요성과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정..
최민영 국제부 기자 사람은 가까운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가치관과 지향점이 닮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 이 말을 적용해보자면, ‘그 사회는 유명인사를 보면 알 수 있다’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탈리아 하면 적잖은 이들이 떠올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 예일 것이다. 자수성가형 언론재벌 출신인 그는 마피아 연루설, 부패와 탈세혐의, 형사소추, ‘붕가붕가 파티’와 미성년자 성관계 같은 각종 추문에도 꿋꿋하게 2차 대전 이래 최장 집권총리라는 끈질긴 정치 생명력을 보였다. 1994년 정계 진출 이래 100번쯤인 검찰 기소와 2008년 세 번째 총리 임기 중 50번 넘는 의회의 불신임 속에 살아남았으니 ‘정계 서바이벌’과 ‘사법 서바이벌’ 교본 시리즈라도 써야 할 분이다. 물론..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검찰개혁을 두고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주 ‘권력기관 바로 세우기’ 방안을 밝힌 데 이어 어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사법개혁 10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정치쇄신특위에서 만든 방안을 중심으로 조만간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안 후보가 발표한 검찰개혁안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신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검찰의 직접수사기능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문 후보가 내놓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중수부의 직접수사기능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기소 여부를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토록 하고, 판검사·경찰관의 공권력 남용에 징벌적 손해배상..
류점석 | 비교문학자 야합! ‘들판(野)에서 합궁(合宮)한다’는 말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 이 말이 주는 여운은 다를 수 있다. 혈기방장한 젊음의 뒤안길을 벗어난 장년은 야릇한 미소를 지을 것이며, 검은 머리에 서리가 내려앉도록 요조숙녀를 꿈꾸며 살아온 여인은 ‘이런 망측할 데가 있나’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사마천의 에 실린 이 말의 어원적 용례는 의외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은 예순 살에 세 번째 부인 안징재와 결혼하여 공자를 얻게 되었다(紇與顔氏女野合而生孔子). 이때 그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야생의 질서가 아닌 규범적 인륜을 강조한 공자가 ‘야합의 산물’이라니 역설적이다. 물론 공자 출생의 야합이란, 아들을 얻기 위한 일념에 불같은 정염이 끓어올라 ‘들판에서 정을 통했다’는 의미는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이 어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야권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공식 제의했다. 후보 등록(11월25~26일) 전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면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도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10일 정책안을 내놓기로 해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밝힌 안 후보의 전날 발언을 소개했다. 안 후보가 조건부이긴 하지만 단일화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18대 대선의 최대 변수인 단일화 논의가 제 궤도로 들어서는 국면인 듯하다. 양측 입장을 보면 온도차가 있다. 경선을 치렀으면 하는 문 후보 측은 서두르는 기색이고, 여론조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 후보 측은 시간을 끄는 분위기다. 둘 다 옳지 않은 접근법이라고 본다. 먼저 문..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그에게 매입자금 6억원을 빌려줬다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의 행태는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을 태세다. 시형씨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있다. 검찰 조사 때와 달리 “내 판단에 따라 매입자금을 마련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진술을 바꾼 경위를 두고는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는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대통령 아들과 청와대가 공조해 형사사법 절차를 깔아뭉갠 셈이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시형씨 측의 어이없는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
하승수 | 변호사 올해 4월 발표된 ‘유엔세계행복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덴마크가 뽑혔다. 덴마크는 에너지, 교육, 복지 등 여러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부분이 많은 국가이다. 특히 덴마크는 원자력발전을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고, 1970년대부터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발전시켜 온 나라이다. 지금도 풍력으로 전기의 20%를 생산하고 있고, 2020년까지는 풍력으로만 전기의 50%를 생산하려 노력하고 있다. 원전이 없으면 당장 나라가 망하고 전기도 못 쓸 것처럼 얘기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우리나라가 꼭 참고해야 할 국가이다. 덴마크의 행복 비결은 물질과 소비에 있지 않다. ‘유엔세계행복보고서’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건강한 사회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득이 높다고 해서, 그리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