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규 | 강릉원주대 사회과학대 교수 희망이 목전의 이익에 묻히는 곳이 선거판이다. 선거에서는 투표권 없는 어린이를 위한 정책보다 투표권 있는 노인 지원 대책이 중시된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중요한 국제문제도 선거 공약으로는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12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주최로 제18대 대선후보초청 국제개발협력 공약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각 진영 정책담당자들의 답변을 들은 시민사회는 실망을 금하지 못했다. 미리 배포한 질문에 대해 성의껏 답변을 해온 분은 한 명뿐이고,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두 진영의 담당자들은 답신도 준비하지 않고 나타나는 무성의함을 보여 주었다. 문제는 무성의함뿐 아니라 모든 진영이 국제개발협력정책에 대한 명확한 공약도 제시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해온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매입자금 12억원을 어머니 김윤옥 여사로부터 불법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 탈루 혐의를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한다. 또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9억여원을 국가에 떠넘긴 혐의(배임)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매입 관련 자료를 변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호처 직원도 재판에 넘겼다. 현직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아들에게 변칙 증여를 하고, 청와대는 국가예산을 끌어다 썼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사후에 증거물까지 조작했다는 게 특검팀의 결론이다. 사건 전개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과 위법으로 점철된 것이다. 참으로 어처..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사소한 오해가 없도록 더욱더 만전을 기하겠다”며 협상을 즉각 재개하자고 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첫 협의를 가진 지 하루 만이다. 먼저 원인을 제공한 문 후보 측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 후보는 줄곧 ‘통 크게’를 역설해왔지만 주변 분위기는 달랐던 모양이다. 캠프의 한 전직 의원이 안 캠프의 인사를 인신공격하는가 하면 급기야 한 핵심 인사는 ‘..
전태일 열사 분신 42주기를 맞은 어제 서울의 아침 기온이 0도로 떨어졌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23명의 희생자를 낸 쌍용자동차 사태 관련자들이 8개월째 천막농성을, 김정우 지부장은 35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비정규직노조원 최병승·천의봉씨가 28일째 고공농성 중이었다. 갑자기 뚝 떨어진 수은주처럼 추락할 대로 추락한 노동 현실을 이들이 온몸으로 웅변해준 하루였다. 어제 경향신문이 기획 보도한 ‘노동 없는 대선’은 이런 비극적 노동 현실에 더해 노동의 미래마저 어둡게 전망하고 있어 더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정치권이 대통령 선거에 몰두하면서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노동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국민 관심권에서도 벗어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서는 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어제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 거부로 무산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서도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거부했다. 청와대의 비협조적 태도로 특검이 내곡동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당초 제3의 장소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경호처의 사저부지 매입계약 관련 자료 등을 제출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조건에 따라 우선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요구한 자료가 상당수 빠져있다고 판단한 특검팀이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통보하자 청와대 측은 ‘국가기밀 취급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 승낙을 받아야 ..
증세(增稅)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에 따른 빈부격차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대권을 잡든 현재로서는 세금 부담을 늘리는 증세밖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조세부담률이 1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9%)보다 낮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은 8~9%로 OECD 평균 2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모두 증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증세를 제대로 거론조차 않았던 과거 대선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공약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엊그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만나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을 제한토록 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행추위가 마련한 대기업집단법 제정과 경제범죄 기업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제, 재벌 총수·임원 급여 공개 등 핵심 공약도 거부했다고 한다. 이어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몇 조원씩 들어가는데 경제위기 시대에 이를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조만간 (경제민주화 공약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김종인 표’ 공약은 이미 형해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박 후보의 경제정책을 보좌해온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의 시기조절론은 그 증좌 중 하나다. 김 단장은 박 후보를 옹호한 뒤 “국..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어제 양 캠프에 경제복지정책팀과 통일외교안보정책팀, 단일화방식 협의팀 등 3개 팀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현재 운영 중인 새정치 공동선언 실무팀 외에 3개의 협상팀을 추가로 가동하는 것이다. 단일화가 정치 쇄신 차원을 넘어 가치와 정책 연대의 장으로 확장되는 국면이다. 양측이 새정치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뒤 본격적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단일화 논의의 호흡도 빨라지고 있다. 그간 진행돼온 양측 협상은 새정치 공동선언을 비롯해 정치 쇄신에 국한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단일화 논의가 정치뿐만 아니라 노동과 복지, 경제 등 각종 정책 경쟁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유다. 민주당은 지난 4·11 총선 때도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경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