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혁 사회부 기자 jhjung@kyunghyang.com 지난 6월 끝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는 검찰 손으로 앞선 수사의 부실을 입증한 드문 경우다. 박영준 전 차관 등 1차 수사 때 면죄부를 받은 의혹의 핵심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그렇다고 재수사가 잘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재수사는 청와대 핵심부를 비껴갔다. 누군가 쳐놓은 2차 저지선에 맥없이 막혀버린 모양새다. 저지선 너머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를 새삼 재론하는 것은 이 건이 검찰의 반성능력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재수사를 통해 1차 수사의 부실이 확인됐지만 검찰은 그 흔한 유감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이번 대선의 쟁점 중 ..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초소에서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노크 탈북’이 형식적으로 일단락됐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엊그제 군의 경계작전 실패와 상황보고체계의 부실을 인정하고 관련자 문책 및 대국민사과를 했다. 하지만 무능하고 못 믿을 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씻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결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의 한심한 경계태세와 보고체계에 대한 수술 및 개선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차제에 군 수뇌부의 획기적인 인적 쇄신 없이는 이미 추락한 군에 대한 신뢰를 메울 길이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단순한 북한군 병사의 탈북 사건이 보름 가까이 국민을 혼란 속에 몰아넣은 근본적인 이유는 일이 벌어지면 우선 숨기고 보는 군의 속성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은 사건발생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 수사 시작 전날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에게 사저 부지 매입자금 6억원을 빌려준 인물이다.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공식 활동이 개시된 어제 0시 직후 시형씨와 이 회장 등 주요 수사대상자 10여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 회장이 지난 15일 출국해 출금조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출국이 사전에 전혀 조율되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도피성 출국’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중요 참고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내곡동 의혹 수사결과를 보면, 시형씨는 매입자금 12억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제 국민대통합위원들을 대동한 채 4·19 묘역을 참배했다. 박 후보는 방명록에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으로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썼다. 그는 전날에도 부마민주항쟁 유가족에게 사과했고, 오늘은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한다. 지난달 24일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한 ‘과거사 기자회견’에 이은 후속 행보다. ‘대통합’이라는 화두를 빼고는 그의 최근 행보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10월은 박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진 시간이다. 어제는 부마항쟁 33년이고, 오늘은 유신 선포일이며, 26일은 박 전 대통령이 운명한 지 33주기 되는 날이다. 박 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를 정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어제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도 관계가 없다.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 사측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지난 12일 알려진 지 사흘 만에 나온 언명이다. 그는 ‘지분매각 대금을 부산·경남의 선심성 사업집행에 쓰려고 한다’는 야당의 비난에 대해서도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인데 야당이나 저나 이래라 저래라 해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안이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안 제시를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먼저, 박 후보는 결코 정수장학회와 관계가 없는 사람일 수 없다. 그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이 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안철수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박근혜 대세론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걸 두고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전 의원은 대세론이 지고 대안론이 부각됐다고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여론조사에서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보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이른바 ‘안철수 효과’다. 그런데 차분하게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여론조사의 1 대 1 대결에서 안 후보나 문재인 후보 공히 이기거나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투표에서 얻는 득표율로 보면 안 된다. 안 후보나 문 후보를 지지하는 층은 투표율이 낮고, 박근혜 후보의 지지층은 높은 투표율을 자랑한다. 따라서 현재의..
오세철 | 연세대 명예교수 대통령 선거를 향한 부르주아 선거판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모든 모임의 중심 화두는 대선 후보들 사이의 경쟁과 찬반토론이다. 5년마다 부는 ‘선거 중독증’의 유난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세상 한쪽에서는 월가 점령 1년을 기념하는 대중들의 직접 행동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은 확산되고 있다. 무엇이 진정으로 새로운 세상을 바꾸는가? 그것은 부르주아 선거가 아니라 노동대중의 직접 행동임을 역사가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인물의 선택이 아니라, 세력의 대체, 혁명적 탈바꿈이 필요하다. 나는 1992년 민중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졌던 20년 전 일이다. 군사정권 이후 이른바 3김이 각축하는 판에 진정한 제3세력으로 사회주의 강..
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청년 여러분, 요즘 많이 힘드시죠. 학교 공부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스펙 준비도 해야 하고 등록금 때문에 알바까지 한다면서요. 또 대출까지 받아 대학을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의 꿈은 간 곳 없고, 세상은 여러분을 비정규직으로 떠밀고 있다죠. 게다가 여러분을 ‘3포 세대’라 부른다면서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죠. 젊은이들의 사랑마저 빼앗아간 사회. 이처럼 슬프고 서러운 세상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세상이 이렇다보니 요즘 ‘스펙’에 ‘올인’하는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하셔야죠. 그렇지만 스펙에 올인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관문을 통과하는 건 더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번듯한 직장의 대표격인 공기업의 민영화 얘기까지 나오지 않습니까.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