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등장한 아케이드게임 ‘바다이야기’는 독특한 중독성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바다이야기’나 그 아류 게임기가 늘어선 성인오락실이 주택가 곳곳으로 파고들었고, 어느새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들이 오락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상품으로 주어지던 문화상품권이 현금으로 곧장 환금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뒤늦게 단속에 착수했다. 사전 심의를 받았음에도 사행성이 걸러지지 못한 점은 특혜 의혹으로 번졌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거론된 이른바 ‘바다이야기 게이트’로 일파만파 확산됐다. 벌써 10년도 더 된 바다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바다이야기라는 단어가 다시 들려왔기 때문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여명숙 게임물관..
디지털과 가상세계가 현실세상을 밀어내면서 우리는 긴밀히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 내던져진 채 살아가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그것은 이제 숙명이다. 문제는 글로벌 정보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래문명을 만들어갈 기술기반이 언제라도 붕괴될 위험이 있다. 각국에서 사이버사령부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유는 국가기반시설은 물론 자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킹활동으로 정부, 기업, 군사정보와 관련된 재산권을 침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의 이전을 이룩한 해킹국가(?)다. 여전히 전 세계 사이버 공격 근원지의 40% 이상은 중국이다. 미국 보안업체 맨디언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에 위치한 3500평 규모 12층짜리 빌딩에 있는 61398부대 본부에는 매일 수천명의 직원이 출근해 전 세계 ..
영화 는 200년 후 고층 빌딩이 즐비한 미국 뉴욕이 배경이다.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하늘을 나는 택시를 몰고 경찰과 추격전을 펼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줄 지어 빌딩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이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지능형 교통 시스템’ 덕분이다. 물론 자동차에는 교통상황과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고성능 센서가 탑재돼 있다. 지난 5월 카네기멜런대학의 연구원들은 ‘복합센서’라고도 불리는 ‘슈퍼센서’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는 작은 센서들이 들어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슈퍼센서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여러 용도의 센서로 활용될 수 있다. 소리와 진동, 빛, 전자기 활동, 온도 등을 ..
카메라를 통해 지문, 얼굴, 목소리 등 생체인증이 작동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는 범죄 방지를 위해 권력이 국민의 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범인을 검거할 목적으로 개발된 DNA 수사시스템에서 권력자들의 자기보호장치도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개발자가 살해되고 권력이 국민의 DNA 정보를 어떤 식으로 남용하면서 관리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은 디지털 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생체정보 관리, 즉 개인정보 문제라는 화두를 던진다. 리서치 전문회사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의 40%가 생체인식센서를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3년 전부터 이를 실행했다. 아이폰5s를 출시하면서 지문..
과거 장례식장에서는 구두가 뒤바뀌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요즘과 달리 구두 디자인이 다들 비슷해 자신의 낡은 구두를 놔두고 남의 것을 슬쩍 신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대형 식당은 신발 담는 비닐 봉투를 준비하거나, 테이블 밑에 신발 넣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구두 안쪽에 이름을 적어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번 잃어버린 신발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최근에는 자전거 절도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늘고, 고가 자전거가 많아진 탓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 자전거 도난신고는 하루 평균 61대였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절도 건수는 더 많을 것이다. 고가 자전거에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대번호가 있지만, 도둑이 훔쳐간 자전거가 돌아올 ..
플로리다주에 사는 한 청년은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프로그래머인 그의 휴대폰과 인터넷에 누군가 접근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는 주위에 고충을 토로했다. 문자메시지, 검색기록, e메일, 친구 목록, 위치정보 등이 새고 있고, 통화내역이나 은밀한 사생활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동네 사람들은 멀쩡하던 그가 음모론적 편집증에 빠졌다고 수군댔다. 순식간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놀랄 만한 반전이 일어났다. 양심적인 경찰에 의해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게 밝혀진 것. 청년은 감시당하고 있었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이 지역에 가짜 기지국을 세웠고, 지역 경찰은 그동안 기밀유지서약에 사인을 한 상태였다. 우리..
“규제 개혁,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입니다.” 얼마 전부터 거리 전광판마다 일제히 등장한 글귀다. 왠지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규제 개혁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의도와 생존전략이라는 낱말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규제 개혁이라는 말은 중립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시시비비 대상에서 비켜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외치는 규제 개혁은 반쪽짜리다. 규제 강화는 없고 오직 규제 철폐만 있다. ‘규제는 쳐부술 원수이자 암덩어리’이고, ‘규제를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릴 것’이라던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증명한다. 만일 정부가 규제 개혁을 생존전략으로 인식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생존이 ‘돈벌이’만 뜻하는 게 아니라면, 규제 개혁이 가장 합리적으..
A편의점 900원, B편의점 3000원, 유니클로 2만9000원, 나이키 16만원…. 토요일 아침이었다. 카드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이 지금 카드를 사용 중이냐고 물었다. 서둘러 지갑을 꺼냈다. 카드가 없었다. 그제야 카드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카드를 정지시켜줄 것을 부탁했다. 절도범은 정지된 카드로 백화점 컴퓨터매장에서 100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려다, 정지된 사실을 알고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간을 보기 위해’ 두 곳의 편의점에서 소액을 사용했고 옷가게와 신발가게를 거쳐, 백화점으로 향했다. 카드사 빅데이터는 평상시와는 다른 소비패턴을 인지하면서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었으리라. 결국 비상상황을 고지했고, 직원이 내게 연락을 한 것이다. 페이스딜스라는 사이트는 고객이 가게에 도착하면 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