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보다 더 편하고 익숙합니다. 다행히 실재 세계를 선택하든 위조된 가상세계를 선택하든 제 의지를 전적으로 존중해준 가족들에게도 늘 감사하고 있죠. 저는 컴퓨터에서 신비감을 늘 맛보곤 합니다. 일상에서 넘기 힘든 한계들이 디지털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국가기관이나 정보기관들의 네트워크도 저의 장난감에 불과할 뿐입니다. 마치 첩보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고, 이때처럼 인생을 흥미진진하게 느껴본 적이 없죠. 물론 외줄을 타고 절벽을 건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겁이 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외롭고,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해킹을 배웠고, 보안을 뚫는 해킹기법을 연구했습니다. 손쉽게 목표물을 무력화시키고, 원하는 정보를 ‘술술’ 제 ..
인터넷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수돗물처럼 꼭지를 틀면 언제나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자들은 평상시 인터넷의 거버넌스 이슈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몇 년 전 한국의 네트워크가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당해 서비스가 중단됐던 것처럼, 인터넷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야 비로소 인터넷은 그냥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터넷 거버넌스는 사이버공간에서 상호 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해 주는 기술 이슈에서부터 출발한다. 예컨대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특정 웹 주소(예: www.icann.org)를 입력하면, 특정 IP주소(예: 192.0.32.7)를 가진 사이트로 연결된다. 이렇게 특정 IP주소와 웹 주소를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이라 부르는데, 이는..
중국의 정보통신 기술은 이제 한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샤오미, 화웨이 등 스마트폰 신흥 강자들의 활약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보다 몇 년 앞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기술강국 중국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산원가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는 데다, 기술력의 우위 또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주목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는 과거에는 새너제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컴퓨터 제조 회사들이 많았지만,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업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중요한 특징을 몇 가지 열거하면, 첫째는 ..
얼마 전 벌어진 국정원 사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미지의 연속처럼 느껴졌다. 해킹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첨단보안회사의 e메일이 뚫리고 프로그램을 사들인 국가들과 극비의 질문들이 공개되고, 안타깝게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건 영화인가, 소설인가, 아니면 조작된 현실인가. 모두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일상과 처절한 삶의 일부이고, 현실이다. 사이버 공간이 인터넷이 만들어낸 꿈과 환상의 세계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침투해 있고, 그것이 환상이 아니고 존재하는 실재 세계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사실상 우리 삶의 기반시설이 되고 있는 인터넷을 식민지화하려는 엄청난 시도가 미국 정보부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은 디지털혁명의 기반이 된 우리 시대 최고의 발명품이다. 개방과 공유를 기치로 탄생한 인터넷에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권력자들이 나타났다. 인터넷을 지배하려는 자이다.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디지털시대 전 세계를 손아귀에 쥐고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은 핵공격을 하거나 국경을 침공해서 영토를 차지하는 그런 고전적인 수법이 아니다. 인터넷만 식민지화한다면 향후 전 세계의 정보를 독점하고, 실질적인 빅브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를 감행하고, 실행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다양한 시스템과 해킹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감청·사찰을 해왔다. ‘엑스-키스코어’. ‘프리즘’ ‘더블 에로우’ 등과 같은 감청 시스템과 프로그..
그를 만나기 위한 여정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어렵게 얻은 정보로 그를 찾아갔다. 그를 만난 건 일반인들이 찾기 힘든 음지의 지하 사이트였다. 화면에는 커다란 첨탑 위에 두 개의 십자가가 달린 중세의 성당 그림이 나타났다. 그 옆에는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한 말을 탄 기병이 포효하고 있었다. 필자는 말을 탄 기병의 오른쪽 눈을 클릭했다. 그제서야 화면이 바뀌었다. 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오게 된 사연을 간단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현실세계에서 지독한 왕따였다. 하지만 현실과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한계를 그는 인터넷상에서 극복하고, 전혀 다른 인물로 거듭났다. 그는 매매 사이트에 해킹툴이나 바이러스 등을 판매하는 실력파 해커로 애송이들과는 달랐다. 필요할 때는 직접 해킹을 시도한다. ..
소프트웨어(SW) 산업은 관광 산업과 마찬가지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굴뚝 없는 산업이다. 현재 세계 SW 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에 육박해 휴대폰 시장의 10배가 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친 반도체 시장보다 4배나 더 크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SW가 강한 나라가 지배하고 있다. 세계 SW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SW 산업 현실은 SW 산업이 없다는 말이 입에 자주 오르내릴 정도로 대단히 미미하다. 국내 SW 시장 규모는 20조원 정도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2%가 채 안된다. 또한 임베디드 SW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패키지 SW도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75%에 이른..
더스틴 호프먼이 샘 다니엘 대령으로 출연한 영화 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등장을 예고하는 섬뜩한 영화다. 20년 전 제작된 이 영화에서는 바이러스의 숙주인 원숭이가 미국의 한 마을에 나타나 주민들을 감염시킨다. 당국은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천명이 사는 마을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리라는 포격 명령을 내린다. 그 와중에 샘은 감염원인 숙주 원숭이를 찾아 치료제를 만든다. 이 영화는 2015년 6월 한국의 현실처럼 두렵고 공포스럽다. “도대체 저런 일이 가능한 걸까” 하는 의구심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사라진 지 오래다. 초일류 삼성은 메르스의 습격 앞에 초라한 3류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이하 삼성병원)은 의료선진화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