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 이론에 콘트라티예프 주기란 게 있다. 증기기관이 등장한 1차 산업혁명 이후 기술혁신으로 인한 경기 변동이 50년을 주기로 순환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이론은 요즘 빛의 속도만큼이나 빨라진 기술혁신으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놀라운 기술혁신으로 기업 수명이 급속히 줄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1982년 초우량기업 43곳을 선정해 그들이 잘나가는 원인을 분석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들 중 상당수가 망하거나 그렇고 그런 회사로 전락하면서 머쓱하게 됐다. 매킨지보고서에 따르면 1935년에 90년이었던 기업의 평균 수명이 요즘에는 15년 수준으로 줄었다. 기술혁신의 상징으로 2007년 등장한 이후 글로벌 아이콘이 됐던 애플이 진화의 한계, 중국업체..
‘서울시향 사태’에서 피해자가 한순간 피의자로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 시향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에게 인사 전횡 의혹을 제기한 것. 각종 폭언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었다. 폭언 등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됐지만, 성추행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박씨는 파렴치한 인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조작됐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다. 영국인들의 60%가 지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많은 대답이 조지 오웰의 소설 라고 한다. 왜일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계가 현실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했고,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빅브러더’니 ‘감시사회’의 ..
한 국회의원은 랜섬웨어의 인질이 된 컴퓨터를 보고, 사색이 됐다. 기밀파일을 더 이상 열어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혼 9년 만에 시험관을 통해 딸을 가진 부부는 컴퓨터에 나타난 “모든 파일을 Crypt0L0cker 바이러스로 코딩했습니다. 파일복원 지불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라는 랜섬웨어 알림글을 확인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태어나서 7세까지 병원, 집, 여행지 등에서 부부와 함께 찍은 모든 사진을 잃게 될 판이다. 메인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한 영세공장은 모든 기계들의 작동이 멈추었다. 사장은 900만원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해야 복구시켜 준다는 랜섬웨어의 협박 문구를 읽고 주저앉아 버렸다. 랜섬웨어는 사용자의 컴퓨터에 침투해 각종 파일들을 암호화시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후, 돈을 ..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는 두 군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한 곳에서는 정보기관이나 미국 국가안보국(NSA)도 해킹이 어려운 슈어스폿(Surespot), 텔레그램(Telegram) 같은 암호화된 메신저를 사용, 지도부와 교신하면서 미국의 감청을 따돌렸다. 또 다른 곳은 100명 가까이 사망한 바타클랑 극장을 비롯해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7개 지역이었다.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도 한몫했다. IS 테러리스트들은 다크웹을 전 세계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접선장소로 활용했다.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인터넷은 신이 선사한 선물(?)이 되고 말았다. 유럽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스카이프에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힘들었던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통해 스카이프를 통째로 사들였다...
지난해 3월30일 새벽 미국 LA타임스 온라인판은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에서 55㎞ 떨어진 곳에서 진도 4.4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최초 보도했다. 지진 발생 사실과 해당 지역의 상세 지도, 과거 지진기록까지 곁들인 기사가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었다. 기사 작성자는 ‘퀘이커봇’이라는 로봇 기자로서, LA 주변의 지진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인간의 고된 육체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고안됐던 로봇이 정신노동으로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로봇 기자는 이미 기상 예보, 주식·환율의 시황 분석, 프로야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 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기자뿐 아니라 펀드매니저, 약사, 변호사, 세무사, 번역가 등 많은 전문직이 앞으로 20년 ..
대한민국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것 중 하나는 전국 어디서나 ‘빵빵’ 터지는 초고속 인터넷이다. 세계에서 가장 통신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나라로 대한민국이 꼽힌다. 통신회사 직원으로 해외에 나가면 왠지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통신 인프라와 서비스를 어떤 장비를 이용해 구축하고 제공하는지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크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통신 기술과 장비 면에서는 세계 몇 위인지조차 순위에 잡히지 않는다.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 10여개가 전 세계 통신 인프라를 석권했고, 그중 대한민국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기간망은 대부분 외산 장비로 구축돼 있고, 언제든지 외부의 어떤 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 네트워크 해킹은 어떤 나라, 어떤 기술, 어떤 ..
이번 휴가 때 제주공항에서였다. 청사 이륙장 휴게실에서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무엇인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행렬.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대합실 의자에 앉아 절반쯤은 졸면서, 마치 환영을 보는 것 같았다. 줄지어 서 있는 하얀 기둥에 한 명씩 줄줄이 기대 서 있는 이들은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기둥에 붙은 콘센트에 충전기를 꼽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모습은 살아남기 위해 플러그인하고 있는 영화 속 사이보그의 모습과 기묘하게 닮아 있었다. 영화 에서 네오를 죽이기 위해 목 뒤에 꽂힌 플러그를 뽑으려고 하는 장면이나 동료들의 몸에 꽂힌 플러그를 뽑기 시작하는 배신자 사이퍼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동시에 사이버세계와 사이보그를 예측한 윌리엄 깁슨의 소설이 떠올랐고, 그것이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
애슐리메디슨이라는 사이트가 해킹되면서 2명의 회원이 자살했다. 깁슨이라는 목사가 그중 한 명이다. 불륜 사이트 회원 3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만인의 공유물이 됐다. 특히 각 회원이 그동안 사이트에서 결제한 금액까지 상세히 공개됐다. 7000억원의 소송이 시작됐고, “배우자나 연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e메일 등 2차 범죄가 극성이고, 이혼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인도 20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저스틴 월퍼 미시간대 교수는 이번 사태로 80여만쌍이 이혼할 것이라는 계량학적 통계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불행하게도 한국에는 애슐리메디슨 사이트를 뛰어넘는 노골적인 유사 성매매 사이트가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애인대행, 여행도우미, 스폰서를 구해준다는 자상한 명목을 내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