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동, 근거 없는 모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쏟아내는 섬뜩한 말조차 매번 반복하는 통과의례라 여길 수도 있다. 집권을 목표로 서로 겨루는 사람들이니 정당 사이의 다툼과 간극은 일상이라 해도 좋다. 서로 다른 의견을 빗대면서 공동체를 발전시킬 지혜를 구할 수도 있고, 갈등 자체가 민주주의의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말을 쏟아내더라도, 아무리 정쟁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도 결코 넘지 않아야 할 선같은 게 있다. 그런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일종의 성역이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무참히 짓밟혔고, 죄 없는 시민들이 잔혹하게 학살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에 이어 군인들만의 세상을 계속 이어가고픈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반국민·반국가 범죄..
대형 사고나 국가폭력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비정상적일 때가 많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과 아픔을 나누려 하기보다 오히려 돌을 던지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유가족·시민과 반목했다. 유족을 노숙인에 비교하거나 이성을 잃은 집단으로 몬 것이다. 국정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죄의식이나 부끄러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겉으로는 유족이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댔다. 그보다는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족과 국민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다가 반발하자 급기야 적대감을 갖게 된 측면이 더 컸다. 누구든 정치적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되면 적대하는 행동에서 나치에 부역한 독일의 정치사상가 카를 슈미트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정치는 선악이나 시비에 ..
과연 자유한국당‘다운’ 갈라파고스적 상상력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자 ‘신북풍’ 음모론을 꺼내는 발상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전당대회와 정상회담 날짜가 겹친 것에 여러 해석이 있다. 혹여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북풍’이라 함은 북한이 한국당을 견제하려 전당대회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도와주려고 북한이 돌발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가 치열한 협상과 줄다리기 끝에 확정한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한국당 전당대회를 덮으려 했다’는 음모론에 대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당권 주자들의 음모론은 인용하기에도 낯 뜨겁다. 홍준표 전 대표..
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반발 때문이다. 한국당은 휴일인 27일엔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도 열었다. 지금 기류라면 정국 교착 상태는 계속되고 2월 임시국회도 정상 가동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여러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줄줄이 막힐 게 불 보듯 뻔하다. ‘유치원 3법’, 체육계 성폭력 근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임세원법’ 등 각종 민생법안이 2월 국회에서 다뤄져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공정거래법, 빅데이터 경제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끝내 무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을 재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로써 유치원 개혁은 최소 1년 이상 늦춰지게 됐다.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척결되기를 바랐던 대다수 국민들, 특히 유치원생 학부모들로서는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대의기구인 국회가 민의를 이토록 외면해도 되는가라고 묻고 싶다. 국회 교육위는 27일 다시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부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상임위원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
이 정도면 상식과 도의를 거론하기도 낯 뜨거울 만큼 무도한 짓거리다. 자유한국당의 친박계와 비박계 핵심 의원들이 모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결의안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사법 당국에 요구하는 결의안 발의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비박계 김무성·권성동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윤상현 의원이 만나 계파 갈등을 종식시킬 방안으로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누구 멋대로 ‘석방’ 운운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헌법의 원칙과 가치를 유린하고,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범죄를 저질러 사법적 단죄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방’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예정됐던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논의가 또 불발됐다. 교육위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과 자유한국당의 자체 법안을 함께 논의하려 했으나 한국당이 법안을 내놓지 않은 데다 유치원 3법 논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유회됐다. 이 같은 한국당의 지연 전술로 유치원법 개정을 위한 법안소위가 부실하게 운영된 게 이번이 세번째다.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날 국회 교육위에서 보여준 한국당의 모습은 무책임하고 치졸했다. 한국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법안 심사 회의에 한 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다. 병합을 논의키로 했던 한국당 자체 유치원법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출석했다...
북한은 국제법상으로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국가다. 반면 국내법은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와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다. 반면 남북관계발전법은 ‘특수관계국’으로 규정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기본합의서가 모태다. 고민 끝에 헌법과 보안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교류가 가능해지도록 합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 보수는 공식적으로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안보를 독점했고, 북한을 협상 상대로 보는 남한의 진보를 공격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분단상황을 극복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은 보수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북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