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진기자 # 음식점 운영 박선운씨 “투표 안 하는 딸 뭐라 못해” 왜 정치는 일상의 삶과 유리됐을까. 종로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박선운씨(51)는 “내가 투표했던 사람이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내가 투표한 사람이 되든 떨어지든 내가 처한 현실은 바뀌는 게 없고, 여론이 어떻든 미디어법처럼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씨는 “투표권이 있는 두 딸이 선거날 놀러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투표한다고 해서 형편이 뭐 달라지겠냐라는 생각이 들어서 뭐라고 안한다.”고 말했다. # 회사원 이재민씨 “구직·결혼해보니 한 표 중요” 회사원 이재민씨(30)는 투표권이 생긴 이래로 한 번도 선거 투표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ㆍ경제논리로 자기 이익만 지키는 ‘이기적 엘리트들’ 지난 3월3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의 금산분리 완화 법안 저지를 차단하기 위해 국회 정무위원장석을 둘러싼 가운데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려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우철훈기자 “행복한 가정은 대개 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엔 제각기 다른 불행이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의 서두에 나오는 유명한 어구다. 경제는 이와 반대인 것 같다. 경제가 잘 돌아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대개 비슷하니까 말이다. 물론 구체적인 위기의 양상이나 기술적인 원인은 위기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위기는 하나의 단순한 근본원인에서 비롯된다. 특권층에 의한 정치왜곡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제학 교..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각국 정부 글로벌 위기후 ‘시장 교정’나서 지난해 8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국가의 귀환’을 전망했다. 시장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 심각한 글로벌 위기가 발생했고, 그 반성으로 국가가 경제무대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고였다. 실제로 위기 이후 ‘큰 정부’의 시대가 도래했다. 각국 정부는 앞다퉈 ‘시장 교정’에 나섰다. 특히 각 정부는 이번 위기의 주요 진원지인 금융권의 메커니즘을 손질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유럽 고삐풀린 금융 감독강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월가의 심장부인 페더럴홀 연설에서 “우리는 이번 위기의 핵심인 무모한 행동과 통제되지 않은 과잉 상태의 옛날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발표한 ‘금융개혁안’..
강명세|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ㆍ집권세력 성격따라 부의 향배 좌우 ㆍ다수가 원하는 정권·제도 실현돼야 시장의 생산과 결합한 민주주의는 평등할 수도 평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치하기 나름에 따라 불평등 민주주의가 나타난다. 최근 미국의 경험연구는 공화당 집권 때보다 민주당 정부에서 사회적 양극화가 완화된다는 것을 제시하여 주목을 끌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사람들은 불평등이 과연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했다. 시장은 애덤 스미스가 말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치의 손에 의해 규제된다. 또한 역사는 방치된 시장이 불평등을 조장하여 사회적 평화를 위협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최근의 잇단 금융시장의 실패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정치는 규제를 통해 사회..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개인들에게 시장은 한편으로 기회이고, 다른 한편으로 위협이다. 시장이 난폭한 폭군이 될 수도 있고, 풍요를 가져 오는 구원자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은 이미 18세기부터 이루어졌다. 초기 통제를 받지 않았던 폭군과 같은 시장은 결국 대규모 실업과 빈곤을 가져다 준 대공황을 불러일으켰다. 파국으로 치달은 고삐 풀린 시장은 결국 시장에 대한 규제를 초래했다. 오늘날에는 개인의 건강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시장도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 만병의 근원도 아니며 만병을 치료하는 특효약도 아니라는 현실적인 인식이 시장에 대한 지배적인 인식이다. 그리하여 시장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현대국가의 과제가..
유희진기자 worldhj@kyunghyang.com ㆍ‘시장경제는 망상’ 지적한 경제인류학자 ㆍ‘국가·사회의 시장복속 결과’ 명확히 그려 칼 폴라니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믿는 대로 시장은 정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합리적인 질서를 스스로 유지하는 걸까. 헝가리 출신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1866~1964)는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저서 을 통해 “시장 스스로의 조정으로 재화의 생산과 분배의 질서를 유지하는 ‘자기조정 시장경제’는 도달할 수 없는 적나라한 유토피아’라고 지적했다. 책 을 번역한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칼 폴라니의 핵심 주장은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이나 비합리성을 고발하려고 한 것보다 시장경제란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수요..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작년 세계 경제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살길을 찾기에 바쁘다.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래 20여년간 승승장구해온 시장만능주의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레이건 이후 공화당 정권은 경제를 살린다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 금융업에 대한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크게 의존했다. 그 수단은 규제완화, 부자 감세, 반노조라고 하는 전형적인 시장만능주의다. 미국은 이미 1920년대에 시장만능주의를 채택한 바 있고, 그 결과는 사상 유례없는 빈부격차와 대공황이었다. 레이건, 부시 부자에 의한 시장만능주의가 가져온 것 역시 사상 최대의 빈부격차와 경제위기라는 점에서 최근 상황은 역사의 반복이다. 위기 해결책을 놓고 논의가 분분하지만 그 기조는 뉴딜과 비슷하게 ..
안재흥 아주대 교수·정치학 그래픽 | 윤여경기자 ㆍ보수가 복지를, 진보가 성장을 말하는 ‘합의정치’를 ㆍ한국형 사회모델을 만들자 권위주의에 의존하던 한국의 국가주도형 정치경제모델은 1987년 민주화를 계기로 그 동력을 상실하더니 97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난파했다. 현재 한국의 정치경제모델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정도로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이념적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사회모델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세계화로 중단된 서유럽 사회모델 시장은 사적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의 공간이자, 경쟁으로 인해 불평등이 발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구에서 자본주의 시장은 경제적 이익과 자유를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들, 즉 부르주아가 정치·사회 세력으로 성장하는 기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