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기자 ㆍ‘남북경색 책임’ 반박·재반박…간극은 멀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비핵·개방 3000’의 이론 작업을 한 서재진 통일연구원 원장의 대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의례적인 인사말조차 생략한 두 사람은 본론으로 곧장 직행했다. 대담은 지난달 21일 오후 경향신문사 인터뷰실에서 2시간가량 이어졌다.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서재진 원장. 서 원장은 “처음부터 센 이야기를 좀 하겠다”며 작심한 듯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통(不通) 정부 딱지붙이기”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 전 장관은 처음에는 서 원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견해가 엇갈리는 지점을 우회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촛불시위에 대한 분석과 평가..
김종목·이호준기자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통미봉남’은 북의 전략적 결정 ‘불통정권’ 이념적 딱지만 붙여”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남북관계 악화 북 책임 있지만 기존합의 부정·언어도발 잘못”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하 서재진) = 소통이라는 화두가 제기된 게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작년 5월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소통이 안된다고 딱지를 붙이면서 정치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취임 두세달 만에 소통문제가 제기될 만큼 국민의 소리를 정말 안 들었던가에 의문이 듭니다. 최근의 소통 개념 자체가 불통정권이라는 이념적 딱지를 붙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경향신문사에서 ‘..
선근형·이호준·이청솔기자 ssun@kyunghyang.com ㆍ(9) 토론을 막는 토론들 ㆍ중립성에 집착한 진행… 결론없이 갈등만 증폭… 시청자는 ‘불통’구경만 방송 3사의 대표적인 토론 프로인 KBS의 , MBC , SBS의 . TV 토론은 시청자들이 현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계적인 찬반대립, 설득과 타협이 없는 설전과 말싸움으로 인해 언변 자랑의 볼거리로 전락해 사회적 소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C , KBS , SBS 등 TV 토론 프로그램은 ‘과감하고 진솔하며 역동적인 토론’을 통해 원활한 소통을 모색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 반영하듯 TV 토론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진실한 토론’ ‘고급스러운 토론’ 등을 내세우며 국민 소통을 강조하..
선근형·이호준기자 ssun@kyunghyang.com ㆍ주최측 입맛대로 ‘찬성’만 있는 요식행사 전락 #1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청회 자료를 미리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날 토론자로 초청된 전문가들에게조차 자료를 사전에 배포하지 않았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리 자료를 배포해 자료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날 공청회는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2 한나라당은 지난 1월 국회도서관에서 ‘디지털 방통융합시대의 미디어산업 활성화’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글 백승찬·사진 정지윤기자 ㆍ“편가르기식 방송토론 문화 소통 관점에선 폐해일 수도” 12년간 KBS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물러난 정관용씨는 “현재 방송 토론은 찬반의 평행선을 달리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토론 문화, 소통 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폐해일 수도 있다”며 “방송 토론의 형식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의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왜 그런가. “보통 토론은 서로 마주 앉은 사람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토론에 나온 6명은 서로를 향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자기를 지켜볼 국민에게 말한다. 방송 토론은 보여주기 위한 토론이다. 따라서 방송 토론을 토론의 대표 자리에서 지워야 한다. 방송 토론이라는 ..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ㆍ“약자의 연대·강자와 협상…소통엔 토론만한 게 없죠” 바른 토론 문화의 정착을 위해 1993년 ‘원탁토론 아카데미’를 설립한 강치원 강원대 교수(사학과·사진)는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토론능력인증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토론능력인증제’란 원탁 토론 방식으로 10명이 토론해 3명을 뽑고, 여기서 뽑힌 사람들이 다시 토론을 해 등급을 올리는 방식이다. 그는 토론인증제가 “주관식으로 평가하면서 객관식을 담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 등 옛 성인은 말을 잘했습니다. 답안 고르기로 학생을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방식은 틀렸습니다. 교사가 아니라 문제은행이 학생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데 일제고사..
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jomo@kyunghyang.com ㆍ인신공격·조롱·낙인찍기 논평… ‘섬뜩한 적의’ 드러내 ㆍ독설 넘쳐나는 공론장 한국 사회 공론장은 정제되지 않은 독설의 언어로 넘쳐난 지 오래다. 비아냥·조롱은 익살과 풍자의 범위를 벗어나 섬뜩한 적의를 드러낸다. 모든 사안을 한두 개의 비합리적·불공정한 언어로 규정하는 낙인찍기가 횡행한다. 의견·입장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불통의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정당의 언어는 다른 정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기 일색이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미디어법 관련 논평을 분석한 결과 상대비난·비아냥·책임전가·낙인찍기·인신공격·색깔론을 벗어난 논평은 없었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독재 탐욕’ ‘완장놀이 세력의 후예 민주당’ ‘좌파들..
선근형·백승찬기자 ssun@kyunghyang.com ㆍ이명박 자기 주장만 펼치는 라디오 연설 ㆍ노무현 폄훼·모욕 등 직설화법으로 구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루스벨트는 ‘대공황’이라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효수요 창출을 뼈대로 하는 ‘뉴딜정책’을 실시하면서 수시로 국민의 동의를 구했으며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했다. 또 공공부문 개혁이나 노사갈등 등 이해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에도 루스벨트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소통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은 정설이다. 대통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