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아이들한테서 어른이 배울 때가 많다. 때론 낯이 화끈거릴 정도로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네 살 먹은 딸이 주인공 강마에를 두고 한 마디 던진다. “저 아저씨는 나쁜 말 한 거 사과해놓고선, 또 나쁜 말 하고, 또 사과하고, 또 나쁜 말하고, 그럼 어떡해. 사과를 했으면 그 담부턴 좋은 말만 해야지.” 말에 상응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뢰가 형성될 수 없다. 소통은 귀에 즐거운 말 몇 마디를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담은 관계의 총체 안에서 비로소 성립된다. 정부와 여당은 계속해서 ‘소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성한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국민소통위원회’까..
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ㆍ공직윤리에 둔감·약자 외면… ‘보수적 가치’ 취약 보수세력의 불통 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보수단체는 정권 교체에 일익을 담당하며 한국 정치·사회의 신주류로 떠오르는 듯했지만 그 위상이 2007 대선 이전 같지는 않다. 현 정권과 동일시되면서 대통령 지지율 등락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합리적 보수 세력은 부상하지 못하고 오히려 보수와 극우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게다가 보수적 가치를 정립하지 못한 채 권위주의에 기대 자리 다툼까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단체들이 자신들의 ‘잃어버린 10년’간 꾸준히 비판했던 진보단체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수 단체들은 우선 ‘보수의 가치’에서 취약..
이호준·이청솔기자 hjlee@kyunghyang.com ㆍ당원 70% “밀어붙이기 국정”일방적 계몽을 소통이라 착각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은 ‘국민소통위원회’를 설치했다. 촛불정국 이후 흩어진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위원장을 맡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국민과 한나라당, 정부를 잇는 소통의 창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한나라당의 소통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촛불정국과 조문정국을 지나면서 폭락한 지지율은 야당과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고, 지난 4·29 재·보선에서는 전패의 수모를 겪으며 쇄신특위까지 꾸리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10년 만의 정권 재창출에 이어 18대 총선에서 172석이라는 초거대 여당..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 ㆍ진보가 본 보수의 문제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꼽은 보수 세력 소통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보수 진영이 ‘강자 논리’로만 무장한 채 기득 세력의 특권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장애인·노동자·빈곤층 등 취약 계층을 포용해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소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가장 큰 문제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보수 세력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한 마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나 약자에 ..
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 ㆍ보수의 보수 비판 이상돈 인터뷰 보수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는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한국의 보수는 원칙, 도덕성, 그리고 일관성을 잃어버려 국민들과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5년 이후 조선일보 비상임논설위원을 지냈으며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개정 시도 등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현 정권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수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지난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한국의 보수는 원칙, 도덕성, 그리고 일관성을 잃어버려 국민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을 무..
장유식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소송위원장 ㆍ진보의 보수 비판 - 장유식 기고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불통’의 대명사이다. 보수 전체의 소통부재 역시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고 있다. 불통의 원인은 ‘엉터리 실용주의’로부터 비롯된다. 결과만 좋으면 됐지, 무슨 말이 많으냐는 것이다. CEO 출신답게 그냥 밀어붙인다. 말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면서 ‘나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우리의 정책은 옳다’는 믿음을 거듭 확인한다. 서민행보를 한다고 하지만, 부자감세를 비롯한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경제정책은 변함이 없다. 이로 인해 기득권은 강화되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들의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아전인수격인 ‘눈가리고 아웅’도 여전하다. 운하포기..
백승찬기자 ㆍ보수, 극우와 선긋기 지난달 24일 새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에 애국기동단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전리품’처럼 가져갔다. ‘작전’을 주도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쓰레기를 청소한 거지, 공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통일은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킬 때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라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북한에) 돈을 가져다 준 사람(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땅히 뒷산에 올라가 투신자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 속 이른바 ‘극우’의 단면이다. 서정갑씨는 가스총을 휴대하고, 조갑제씨는 침대맡에 야구 방망이를 두고 잠들 정도로 신..
선근형·이청솔기자 ㆍ보수의 대안찾기… 색깔론 구시대 악습 탈피 사회적 약자 존중해야 보수 세력이 대중과의 막힘 없는 소통을 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은 ‘반공 이념 집착에서 탈피’ ‘보수 언론과의 유착 근절’ ‘합리성 제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확대’ 등을 꼽았다. 보수 지식인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사고방식 지양’ ‘권위주의적 자세 변화’ 등을 강조했다. 일반 시민들은 ‘보수의 정체성 확립’과 ‘높은 수준의 도덕성’ 등을 요구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보수 진영은 북한과 전혀 연관이 없는 현안에 대해서도 색깔론으로 몰고가는 구시대적 악습은 이제 버려야 한다”면서 “미국·중국·일본 등 대외 관계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찬반으로 몰아가는 습관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