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박영환기자 cjyoung@kyunghyang.com 청와대는 소통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불통’이란 말에는 펄쩍 뛴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얼마전 정책자문 교수들이 이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놀랐다. 서너시간 얘기하고나면 대통령이 소탈하고 권위적이지 않으며 ‘듣기’에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진짜 모습이 잘 알려지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기되는 소통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자기 존중, 자기 주장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자기 의견이 반영 안되면 소통이 안됐다고 생각한다. 일방통행 운운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일뿐”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밖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이 ..
최재영기자 # 지난달 30일 저녁 청와대 본관 세종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특정 주제를 놓고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하며 집중토론을 하는 ‘도시락 심야 국무회의’가 열렸다. 중점 토의과제는 ‘정책홍보 강화 방안’. 요즘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주제였다. 국무위원들의 결론은 이렇다. “현 정부 들어 280여개의 서민생활정책을 추진하고 복지예산 비중도 늘어났으나 이런 사실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정책 체감도가 낮다.” 정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4일 전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가지를 특별히”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이 크게 체감..
김광호기자 # 지난해 말의 일이다. 국회는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기습상정으로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얼어붙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식’ 충돌 정치에 대한 비판도 비등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당시 대선 승리 1주년 기념식에서 “한나라당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던져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이 과반을 차지하던 미디어법 등 이른바 ‘MB입법’을 겨냥한 ‘입법 독주’ 독려였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추진을 두고 흔히 ‘과정’이 없다고 평가한다. 목표와 결과가 중요할 뿐 설득과 대화, 동의의 ‘정치적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밀어붙이기’ ‘속도전’ 등의 논란은 그 때문이다. 정치적 과정을 ‘낭비’로 ..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ㆍ반대측 목소리는 듣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시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부라는 인상을 깊게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부자·대기업을 위한 경제정책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기업투자 확대→경기부양→성장’의 신자유주의 도식을 고수했다. 소득세·양도소득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과감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감세를 단행함으로써 국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만 51조원이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제2 롯데월드 허..
선근형·이청솔기자 ssun@kyunghyang.com ㆍ2명중 1명은 영남·고려대… 4대 권력기관 더 편중 이명박 정부 공직 참여인사 중 대구·경북(TK) 출신이 20.3%,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 15.7%를 차지하는 등 영남 출신이 전체의 3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남(광주·전남·전북) 출신은 영남 출신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9.0%에 머물렀다. 또 출신대학별로는 서울대가 3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은 전체의 13.7%로 3위 연세대(8.8%)와 큰 격차를 보였다. 경향신문이 100명의 지식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불통 인물 1위’로 꼽힌 배경에는 이와 같은 동향·동문 위주의 인사정책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박영환·이호준기자 yhpark@kyunghyang.com ㆍ경제인과의 만남 - 입장 청취·국정운영 반영 ㆍ서민층과의 만남 - 정책 알리고 설득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지난 1년6개월간의 공개 일정은 현 정권의 소통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기업인, 특히 대기업에 치중되고 노동자·서민에 대한 소통 부족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 방식에서도 계층적 차별성이 드러났다. 정치·경제인들의 입장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청취하고 국정운영에 반영한 반면, 서민층은 의견을 듣기보다는 주로 정부의 입장을 알리고 설득하는 대상이었다. 분석 대상이 된 210회의 소통 활동 중 이 대통령이 가장 많이 만난 직업군은 기업인으로 모두 46회였다. 소통 노력의 21.9%가 기업인을 대상으..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ㆍ“차별·고통받는 사람들 이해·공감이 필요하다” 어쭙잖게 해본 학생운동의 경험 때문인지 개인 대 개인의 관계보다는 오히려 집단과의 관계에서 소통과 설득의 실력을 발휘한 것 같다. 지금의 목동아파트는 서울에서 좋은 곳으로 평이 나 있지만 전에는 논밭이고 둑방 아래는 판자촌이 빽빽했다. 이동철(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이철용)이 쓴 소설 에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비참하다 할 빈민지대였다. 그곳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신시가지 계획이 발표되니 혼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시 당국이 판자촌 주민이나 세입자에 관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원인도 있다. 경찰 통계로 데모가 100번 이상 있었다고 한다. 한때는 부구청장이 납치되었다고 와전되어 긴장되기도 했다. 첫 데모가 났을 때다. 수백..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1990년대 초반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공론장에 등장한 그는 에두르지 않는 직선의 문체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언론과 대적하던 지식인이 드물던 시절 언론 개혁의 화두를 들고 나왔다. 신문의 독자란부터 사설까지 텍스트를 낱낱이 까발리는 특유의 ‘문헌 조사 방법론’을 선보인 것도 이때였다. 이미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극우언론’으로 규정하고, ‘이념적 반동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강준만의 활동은 이후 안티조선의 주요 논거가 됨으로써 안티조선 운동을 촉발시킨 주인공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비평 대상은 점차 정치·경제·문화·사회 전반으로 확장된다. 허위의식으로 점철된 한국 지식 사회, 주류 사회의 ‘성역과 금기’를 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