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채 |경제 에디터 1995년 1월17일 새벽. 효고(兵庫)현을 중심으로 한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에 규모 7.2의 강진이 강타했다. 당시 현지 취재에 나섰던 필자는 지진의 참혹상을 첫 체험했다. 옆으로 기운 고가도로, 종잇장처럼 우그러진 대형 건물, 형체를 알 수 없는 목조가옥. 그리고 그 밑에 파묻힌 생명. 지진 발생 뒤에는 며칠째 규모 5~6의 여진이 이어졌다. 땅울림의 괴이함은 체험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는 두려움이었다. 훗날 한신(阪神) 대지진으로 이름 붙여진 이 지진으로 6400여명이 사망했고 14조엔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했던 2002년 봄.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지진 대피요령을 교육받고 돌아와 짐짓 아는 체를 했다.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기고, 가스밸..
김태관 논설위원 동물들은 천재지변에 앞서 이상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잇따른 지진참사에서도 동물들이 미리 사인을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달 19일 뉴질랜드 해안에서는 떼죽음 당한 고래 109마리가 발견됐다. 3일 후 대규모 지진이 크라이스트처치 시를 강타했다. 이달 10일에는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지진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뱀, 지렁이 등이 집단 출몰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도 두꺼비 수십만마리가 이동하며 도로를 뒤덮는 소동이 있었다. “지진 전날 물고기가 그물에 무더기로 걸렸다.” “밤새 개가 짖었다.” “며칠 전부터 쥐가 사라졌다.” 이렇게 눈귀로 알 수 있는 지진 징후를 ‘굉관(宏觀) 이상현상’이라고 일컫는다. 동물뿐 아..
장정욱 (일본마쓰야마대 교수·경제학)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의 경우 정부에도 저가격 및 고정가격의 계약에 따른 손실을 다른 대형공사 수주로 장기적으로 보충하려는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은 인정하자. 하지만 최근 국내보도를 보면 여전히 계약의 기본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채 일방적인 홍보만이 난무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건설 준비를 앞둔 일부의 예비공사를 마치 본공사가 시작된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현재 UAE에서 진행 중인 건설작업은 단지 부지 준비를 위한 것으로 UAE원자력발전회사(ENEC)가 원자력규제청(FANR)에 지난해 4월에 신청해 7월에 허가된 것이다. 이때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일부 기기의 제조도 승인돼 두산중공업이 수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악마. 신화적 존재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에게 악마는 살아있었다. 장자연이 죽은 뒤에도 살아있다. 지금 이 순간도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서민의 딸과 누이, 아내들에게 탐욕의 눈길을 번득이고 있다. 장자연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악마의 정체를 찾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일간지 신문사 대표”를 명시해 “복수”를 당부한 젊은 망자의 편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도 무겁게 한다. 진실을 밝혀야 할 이유다. 썩고 구린 저들에게 대한민국은 천국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에서 일어난 한국 외교관들의 행태 또한 장자연의 악마들 못지않게 역겹다. 대한민국의 방귀 깨나 뀌는 자들이 나라 안팎에서 얼마나 추한 작태를 저지르고 있는지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그래..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아랍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이 금괴를 갖고 해외로 도피하고, 30년 철권통치의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도 물러났다. 42년째 집권하는 리비아의 카다피는 지금 자신의 국민들을 상대로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카다피는 당초 자살하거나 곧 붕괴되리라는 서방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도 잘 버티고 있다. 그것은 특이한 그의 성격 탓도 있지만, 카다피가 리비아에서 갖는 역사적 의미를 너무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AP 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청년시절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 나는 카다피를 세 번 만났다. 대학원 재학시절 카다피가 창안한 제3의 보편이론에 관심을 두고 그의 저서인 에 관한 한 편의 논문을 쓴 것이 인연이 됐다. 초청을 받을 때마다 장..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3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가 개설한 봄학기 강좌를 여는 첫 '오픈 강좌'를 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 조 교수는 20대 청년들에게 "스펙 경쟁에 투자하는 (에너지)의 5%만 공적 문제에 써보자"면서 "20대의 88%가 투표하면 자신의 처지를 88% 바꿀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치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 말이 그나마 먹히는 것은 정당에 가입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서울대 교수라는 지위를 갖고 있는데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솔직한 답변도 있었구요. '폴리페서'라고 비판에 대해서는 "저는 법학을 하고 법과 제도는 정치인이 만드는데 오히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우스꽝스러운 것 아니냐..
이택광 |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원문: http://wallflower.egloos.com/)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세계 각지에서 칭송 받았던 이집트 혁명이 '도덕적인 오점'을 남겼다. 미국 CBS기자인 라라 로건이 무바라크 퇴진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 틈에서 성희롱과 폭행을 당한 것이다. 한국 언론은 이 사건을 가십처럼 다루고 넘어갔지만, 지금 이 문제는 이집트 사회의 민주화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집트에서 여성의 인권을 위해 강력하게 투쟁해왔던 페미니스트들에게 이 사건은 '18일 간의 봉기'에서 보여줬던 그 해방과 자유의 순간을 뒤로 하고 이집트 사회가 다시 과거의 보수주의로 복귀하는 징후처럼 보여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바라크 독재시절 이집트에서 여성에 ..
홍익대 학생인 백지홍씨가 홍대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의 농성과 관련해, 홍대 내부에서 바라본 홍대 사태의 모습에 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 글은 노동자들과 용역 업체간 업무복귀 타결이 있기 전에 쓴 글입니다. 지금, 홍대에서 바라본 풍경 10년 만의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홍익대학교는 일상이라는 장막아래 가려 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는 지금까지 내가 알 던 것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다가왔다. 지금부터 써내려가는 글은 비록 휴학생이긴 하지만 홍대생 중 한 명으로서 홍대 내부에서 바라본 홍대,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1.하나의 진실? 2011년 1월 2일 홍익대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설, 경비, 환경 분야 계약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