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평론가인 이브 미쇼는 타락한 현대미술을 개탄하며 이런 말을 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절명케 해야 한다’고. 민주당이 요즘 동네북이 됐다. 오징어마냥 자근자근 씹히기도 하고 누구 표현대로 민주당 욕하는 게 국민오락이 됐다고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요즘 일만은 아니다. 얼마나 됐을까. 열린우리당부터 시작해 적어도 5년은 됐다. 지난 세월 우리가 민주당에 실망하면서도 표를 준 이유는 간단하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무능한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기들끼리 싸웠다. 밥그릇 가지고 말이다. 탄식과 절망을 삼키며 꾸짖은 지 5년이면 이제 결론을 내야 한다. 흔히들 ‘죽..
이재영 | 경남대 교수·군사학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와 17개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었다. 이들 중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아들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부정한 수단이 아니었다면, 병역면제를 비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총리와 장관을 사양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자리이기 이전에, 국민에게 본보기가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39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그리고 그러한 법률인 병역법 제3조에 따라, 우리나라 남성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남북분단이라는 안보환경과 병영체계의 특수성 때문에, 남성은 약 2년(과거 최장 3년) 동안 군 복무..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우리 사회에 핵무장론, 핵주권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우리도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핵무장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도 아닌 집권당의 대표나 중진들이 서슴없이 자극적인 말을 내뱉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정권교체기, 북한의 핵실험 등을 계기로 안보 포퓰리즘을 적극 부채질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정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니 통일되면 그게 우리의 것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다를 바가 ..
정부가 절차를 무시한 채 역사교과서를 수정하도록 명령한 것은 위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저자들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교과서 수정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교과부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정부가 2008년 보수 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역사교과서 55곳을 수정하라고 명령한 게 발단이 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심리결과가 갈리며 4년 이상을 끌어온 소송에서 대법원은 저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권한을 남용해 교과서 개편작업에 개입해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소송은 대통령령에 규정된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발탁하는 등 11개 부처 장관을 추가 내정했다. 이로써 닷새 전 발표된 6개 부처장을 포함해 17개 부처 장관에 대한 조각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실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면서도 함께 일해 본 사람을 중용한다는 박 당선인의 용인술이 재확인됐다. 책임 총리제나 책임 장관제보다 박 당선인이 국정을 장악해 진두지휘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이 읽힌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3차례에 걸쳐 발표된 조각은 박 당선인이 밝힌 대탕평과 거리가 있다. 우선 지역적으로 호남의 경우 전남과 전북에서 각 1명씩 2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전북 고창 출신이지만 경기고를 나와 서울 용산에서만 3선의 국회의원을 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심상치 않다. 양파껍질 벗겨지듯 연일 새로운 의혹이 보태지며 도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증여세 탈루, 허위 재산신고,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전역 후 행보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사전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혀왔으나 또다시 부실검증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 후보자와 관련된 논란의 초점은 부동산 문제다. 우선 1986년 부인과 8세이던 장남 명의로 경북 예천의 임야를 사들인 것이 도마에 올랐다. 2005년 이후 공직자 재산신고 때 이 땅을 배우자 단독 명의로 허위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편법 증여를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20여년 만에 증여세 미납 사실을..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물리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도를 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도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에 대응체제를 갖춰 군사적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동북아 핵 도미노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석상에서 정몽준·원유철 의원 등이 내놓은 핵무장론에 집권 여당의 대표까지 가세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핵무장론이 “시기상조이며 맞지 않다”면서도 “애국적 생각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견해를 내놓았다.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의 집권세력인지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연기론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물리적 ..
박상훈 |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어느 모임에서 민주당 의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너도나도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민주당 욕하는 게 국민 오락이 된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힘들고 괴롭다”고 말이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민주당,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라며 아이 나무라듯 하는 훈계조의 태도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민주당이 왜 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남 이야기처럼 말하는 민주당 사람들도 많은데, 최소한 그보다는 정직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심정을 이해해준다 해도, 민주당을 둘러싼 답답한 현실에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그 불편한 분위기를 피해 다른 이야기, 그야말로 비정치적이고 사소한 화제를 불러들이는 공범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