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성 | 전 수원대 법대학장·공법학 각 당의 공천과정에서 소란스러운 점은 있었으나 그런 대로 마무리된 것 같다. 무슨 시험 점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당선 위주’의 공천을 하다 보니 잡음이 없을 수 없다고 본다. 게다가 공천심사위원회가 면접까지 하면서 여러 모로 ‘적격자’를 공천하려 애를 쓴 것 같다. 서류상의 이력과 짧은 시간의 면접으로 공천 신청자의 세계관 내지 가치관 및 국가·국민관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경제개혁을 할 인물이 없다시피 하다는 비판에 동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공천에서는 과거 노골적으로 돈이 오고가던 행태는 보이지 않은 것 같아 정치가 깨끗해지고, 진일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자기의 사람됨’을 내세우면서 각종 공약..
엄주웅 |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혹시나 했더니 역시였다. 무상급식이 화두가 되었던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만 해도 이번 19대 총선은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 정책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투표일을 며칠 앞둔 지금까지 정책선거는 실종돼 가는 느낌이다. 정당·후보자들의 상호비방과 네거티브 공세에 색깔론까지 더해 낯익은 살풍경이 또 벌어지고 있다. 때마다 입버릇처럼 공정보도를 다짐하는 언론들의 행태도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사실 그들에게는 편리한 알리바이가 있다. 경기 내용이 저질인데 중계하고 해설하는 입장이니 어쩌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라는 ‘경기의 중계’가 결코 언론의 역할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그들 언론의 눈에는 정당과 후보만 띌 뿐이지 선거의 진정한 주인인 유권자..
19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과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여성·노인 폄훼 발언을 겨냥해 총공세를 펼치고,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 화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어제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김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냐. 우리 교육을 송두리째 마비시켜 버릴 작정이냐”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이명박 정권 4년은 민생대란과 공포정치의 4년이었다.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한 대표는 김 후보의 발언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사과했다. 우리는 김용민 후보의 발언이 반성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것으로 판단하고 그의 사퇴를 ..
사상 초유의 방송 동시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상파의 총선 선거방송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또한 사상 초유의 사태다. 사측의 무더기 징계는 계속됐다. KBS는 지난주 새노조의 기자·PD·촬영감독 등 51명을 무더기로 징계대상자로 올렸다. 지난달 6일 파업 이래 이 같은 대규모 징계요구는 처음이다. 특히 징계대상에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특종 보도한 팀의 절반가량인 14명이 포함됐다. 함께 파업 중인 MBC에서도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2명이 해고된 데 이어 17명이 인사위에 회부됐다. MBC에서는 김재철 사장 취임 후 해고자만 6명, 징계받은 사람은 81명이나 된다.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총선에 쏠린 사이 노조의 공정방송 요구를 사측이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언론노조와 민간인불법사찰 비..
엄기호 연세대 원주캠퍼스 강사 이번 학기에 학생들과 함께 ‘우리에게 학교란 무엇인가?’를 토론하고 있다. 대다수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기억은 과히 좋지 않다. 학교가 자신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보다는 차라리 방해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학교를 바꾸기 위해 교단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료 교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절망할까 싶었다. 이때 한 학생이 질문의 방향을 전혀 다르게 바꿨다. 그 학생은 자기에게 교사가 어떤 존재였는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신은 어떤 존재였는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질문 덕분에 이번 총선에서 수많은 정치 담론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파악됐다.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근대 민주국가에서 시민들이 공직자를 뽑는 의사결정 절차인 선거는 민주정치, 나아가 민주주의 그 자체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나 총선이 있는 날은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고, 각급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언론매체 등이 투표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민의 투표권 행사를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방해하거나 훼손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4·11총선을 맞아 민주노총이 접수하고 있는 투표권 침해 e메일 제보의 내용을 보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선거일 정상근무 방침을 정했는가 하면,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서비스 업체들과 택배 등 운수업체 등도 선거 당일 출근 지시를 내림으로써 투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제 기획재정부의 이른바 ‘복지공약 평가’ 발표를 공직선거법 9조(중립의무) 위반으로 결정하고 경고키로 했다. 선관위는 “선거를 불과 7일 앞두고 재정부가 특정 부문의 선거공약에 대해 소요 예산이 과다하다는 점만 부각시켜 공표한 행위는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선거 결과를 왜곡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에는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결정은 재정부의 행동이 선거법을 위반해 복지 공약을 많이 내건 야당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이 같은 공직선거법 9조의 취지를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선관위는 ..
4·11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이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후보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1월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외설·여성비하·노인무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여성을 성도구로 삼은 포르노 내용을 상세히 전하는가 하면, 저출산 대책으로 지상파 방송들이 매일 밤 성행위 영화를 방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폭행·여성 연쇄 살인범을 풀어 미국의 부시 당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및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죽여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노인네들이 오지 못하도록 지하철 시청역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자”는 말은 1%의 극우, 선동적인 노인들뿐 아니라 99%의 평범한 노인들까지 우롱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