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의 축구선수를 꼽는 것은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는 질문만큼 어렵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둘은 매해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상을 각각 5번씩 수상했다. 최근 10년은 이들의 무대였던 것이다. 메시는 축구선수 가운데 최고연봉 9960만유로(1315억원)를 받는 선수다. 그러나 메시는 스페인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지만, 국가대표로서의 활약은 호날두에게 뒤진다. 월드컵이나 유로컵 등 큰 대회에서 활약상이 뛰어난 호날두를 더 높이 평가하는 팬들도 많다. 어쨌든 맨체스터시티의 신예 케빈 더 브라위너의 표현대로 이들이 ‘비교 불가능한 저 높은 곳에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올해 초 공중파 방송에 ‘축구 ..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시들이 쇠락하고 있다. 웬만한 군소 도시마다 구도심은 활력을 잃었고 인구 변동, 주거, 교육, 교통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상황의 심각성으로 보건대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정책 수립 이후 이명박 정부의 도시 활력 증진, 박근혜 정부의 도시재생 지원사업 등이 전개되었거니와, 각 정부가 바라보는 도시재생의 가치관은 별개로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10조원씩 향후 5년 동안 50조원이 투입되는 것은, 어떤 정파적 관점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 나라의 안전하고 안정된 일상이 파괴될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중에 늘 보게 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해외 사례’다. 공무원이나 시·도의원들이 현지를 ..
한국만큼 역동적인 나라가 있을까? 지난 주말에 판문점에서는 남·북·미 3개국 정상이 합동으로 연출해내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큰 사건 앞에 다른 사안들은 쉽게 잠식당해 버리기 일쑤다. 인권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인권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권 중에서도 스포츠인권과 같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의 목소리는 쉽게 묻힌다. 다만 스포츠인권과 관련해서는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등의 인권침해 사건이나 일어나야 사람들은 관심을 가질 뿐이다. 스포츠혁신위원회가 4차에 걸친 권고안을 발표했다는 뉴스는 주목받지 못한 채 흘러가버렸다. 체육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견인하는 중요한 내용이었고, 그러기에 체육계 내 기득권세력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지난 6월은 U-20 월드컵으로 뜨거웠다. 매번..
LA 다저스 류현진의 2019년은 특별하다. 16경기9승2패, 평균자책점 1.83.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1위다. 13.43에 달하는 볼넷 대비 삼진 비율도 마찬가지다. 0.90에 불과한 1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리그 1위다. 그의 공은 빠르지 않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6㎞로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시속 150㎞)에 못 미친다. 지난 2년여간 어깨와 사타구니 부상으로 힘든 시기도 보냈다. 투수가 어깨를 다치면 수술을 하더라도 십중팔구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재기에 성공했고 시속 140㎞대의 공으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하고 있다. 그 비밀은 뭘까. 우선 건강한 몸이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한화 시절에도 줄곧 어깨에 염증을 달고 다녔다고 한..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는 1998년 창단했다. 같은 해 창단한 애리조나가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것과 달리 창단 뒤 10년 동안 줄곧 꼴찌였다. 운도 나빴다. 하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부자팀’ 소굴이었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과 겨뤄야 했다. 162경기 시즌 100패가 거듭됐다. 한국선수들도 많이 뛰었다. 서재응, 류제국이 모두 탬파베이를 거쳤다. 지금은 최지만이 뛰고 있다.10년 동안 꼴찌를 하던 팀은 11년째인 2008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이름을 데블레이스에서 ‘악마’를 뗀 레이스로 바꿨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가 했던 전략이 ‘머니볼’이었다면 탬파베이가 2008년 이후 하고 있는 야구는 ‘데이터..
공자께서는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나름 어떤 분야를 알고자 하였고 그 앎이 휴대폰 두께 정도는 되어 어느 정도 좋아하고는 있으나 실은 즐긴다는 게 무엇인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이런 내 경우로 보건대 ‘즐긴다’는 경지는 속없이 히히거리는 것은 아닌 듯싶다. 스포츠는 말해 무엇하랴. 국가대표 출신으로 스포츠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영표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즐기다’는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히히거리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영표 자신이 온몸을 던지며 증명하지 않았던가. 은하계 최고 스타 리오넬 메시가 “축구는 직업이 아니라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
여자스키 1인자였던 미국의 린지 본은 올해 초 은퇴하면서 “그동안 열몇 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려니 내가 너무 늙은 기분이었다”는 말을 했다. 본은 1984년생, 만으로 34세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1980년대 후반생이 중고참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3월 이후 출생한 선수들이 올해 프로에 입단했으므로 1980년대 후반생이 맏형이 되어가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어느덧 우리는 2000년대생이 스포츠 무대에서 입신양명하는 시대에 와 있다.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이 2001년생이다.누구나 ‘요즘 애들’과 세대 차이를 경험하는 순간이 있다. 지난해 출간된 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
출발은 나빴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나선 한국 대표팀은 예선 첫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패하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물리쳤으나 본선 진출은 장담할 수 없었다. 3차전 상대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였다. 이기기 어려울 것 같던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승리해 16강에 올랐다. 지난달 31일에 전해진 16강 진출 낭보는 하루 전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의 참사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겐 더할 수 없는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죽음의 조’에서 벗어난 대표팀은 “애국가를 크게 불러달라”던 16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꺾었고,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혈전 끝에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이어 재치가 빛을 발한 에콰도르전을..